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vecin Apr 28. 2024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니까(2024.04.27)

*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니까 (2024.04.27.토) *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니까 (2024.04.27.) *     


 -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니까.    

 

   A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 오늘 남편이 두바이로 출장을 가는데 여권을 놓고 갔다고 해서 지금 김포공항으로 가고 있습니다. 여기는 제주도입니다.     


   이 메시지를 듣고 깜짝 놀란 것은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사람들이 계속 메시지를 보냈다.     


 - 제주도에서 김포로요? 와우!

 - 다행히 비행기 시간을 넉넉하게 잡으셨나 봐요.

 - 잘 도착하셨나요??

 - 잘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출장을 가는 남편이 놓고 간 여권을 챙겨서 제주도에서 김포로, 또다시 인천으로 가는 사람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연락받았을 때 처음에는 아마 황당했을 것이고 화도 났겠지만, 그다음은 정신을 차려서 신속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다른 방법이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서울에서 인천공항으로 여권을 갖다주러 가는 것도 주저할 수 있는데, 제주도에서 인천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일이다. DJ는 이렇게 말했다.

     

 - 남편분을 정말 사랑하시나 봐요.

 - 남편분은 선물을 많이 사 오셔야겠습니다.     


   물론,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도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듣는 이를 모두 다 깜짝 놀라게끔 했던 놀라운 내용이기는 했다.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게 서로 잘 만났을까? 궁금하다.     


   지난 2월에 개봉했지만, 전혀 보고 싶지 않았던 B 영화. 그런데 지난 3월 말에 천만이 넘었다는 뉴스를 듣고 직접 평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 영화관에 사전 예매를 하고 30분 전에 도착해서 티켓을 뽑는 기계에서 티켓을 출력하려는데 몇 번이나 예매 내역이 없다는 메시지만 나왔다. 이상하다 싶어서 창구로 갔는데, 깜짝 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 여기 지점이 아닌데요.

 - 그럴 리가요!

 - D 지점에 예매하셨네요.

 - 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이게 무슨 말이지??     


   마우스를 잘못 내린 것인지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온 곳은 C 지점이건만, 예매는 D 지점에 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시각은, 영화 시작 15분 전. 영화 값이 만만치 않은 가격인 데다 D 지점까지 갈 수도 없는 시간이었기에 머릿속이 하얘져 있었다. 그때 직원이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 다행히 예매 취소할 수 있는 시간이네요. D 지점 건을 취소하고 저희 C 지점으로 예약할까요?

 - 아! 할 수 있나요??? 그렇게 해 주세요!

 - 두 곳 모두 자주 이용하시는 곳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스크롤이 내려갔나 봅니다. 처리했습니다.

 - 아! 고맙습니다!     


   C 지점이나 D 지점이나 내가 자주 이용하는 근거리의 영화관들이지만, 직원의 차분한 안내 덕에, ‘D 지점까지 어떻게 날아가지?’라는 황당한 생각을 하며 멍하게 서 있던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제시간에 맞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천만이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중간에 졸기도 했지만, 호연을 했던 E나 F 배우의 연기는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B 영화를 생각할 때마다 나에게 떠오를 것은 C 지점의 직원일 듯하다. 그녀는 어떻게 그렇게도 침착하게 나를 진정시키고 맡은 일을 진행했을까? 감정이 요동쳤던 나와 달리 그녀는 잔잔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바라보았었다. 고마울 뿐이다.     


   G와 H 나라를 여행할 때 이야기다.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거의 1시간도 넘게 줄을 서서 겨우 내 차례가 되었고, 커피 2잔을 주문한 뒤 결재하기 위해 카드를 내주었다. 그런데 결재가 안 된다며 카드를 되돌려 주었는데 받아서 보니 국내용 카드였다. 너무 당황해서 가방과 지갑을 몇 번이나 뒤졌지만 트래블 월렛카드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오전에 다른 곳에서 사용한 뒤 거기서 받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G에게 말했다.  

   

 - G~, 카드를 아까 I 상점에서 사용하고 가져오지 않은 것 같아요.

 - 아? 일단 커피는 내 카드로 지불하고.


   완전히 당황한 나를 진정시키고 결재를 한 뒤 자리에 앉은 G는 차분하게 생각해 보도록 했고 나는 오전부터의 일정을 돌아보고 있었다. 분명히 I 상점에서부터 잘못된 것 같았다.     


 - I 상점까지 어떻게 가지? 아까 그 카드를 카드 리더기에 꽂아놓고 그냥 온 거야. 어떻게 해.

 - 누가 내 카드로 막 사용했을 거 같아. 카드사로 정지해 달라고 전화해야 하나?


   그러면서 다시 가방을 막 뒤졌는데 다행히 가방 안 주머니에서 영수증 종이에 싸여 있던 트래블 월렛 카드를 찾았다. G에게 말했다.     


 - (큰 소리로) 여기 있어요!!!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이 나를 보던 G의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 으이구! 이 똘탱아!     


   영수증과 카드를 아무렇게나 넣어놓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왜 그랬을까? 아무리 바빠도 지갑에 잘 넣어놓는 사람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당황스럽게 일을 했을까? 그 여행에서 돌아와 집으로 가는 공항버스 티켓을 산 뒤 그 티켓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가방을 길바닥에 다 쏟아서 버스 도착하기 5분 전에 겨우 찾았던 일도 덤으로 적어본다. 지금 생각해도 평소의 나 같지 않았던 모습이다.


   내가 쓴 책을 읽은 J는 나에게 말했다.     


 - MBTI에서 ‘F’ 시죠? 

 - (놀라며) 제가 ‘F’로 보여요?

 - 쓰신 글을 보면 ‘F’로 보이는데요?

 - 글은 모르겠지만, 저는 ‘T’인데요.

 - ‘T’라고요?? 글만 보면 딱 ‘F’던데….     


   J의 말을 듣고 보니, 현실에서의 내 모습은 전형적인 ‘T’이지만, 나의 글에서는 ‘F’의 느낌도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감성적인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밑으로 누르면서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만, 글을 쓸 때는 숨겨져 있는 온갖 감정이 위로 올라오며 마음과 생각을 가득 채우면서 글 속으로 쏟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떤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일까?      


 - K는 이런 점이 좋아요.

 - L 사건은 저런 점이 불편한 것 같아요.     


   어떤 하나를 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고, 어떤 하나를 보고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고, 쉽게 불편해하며, 생각지 못하거나 계획하지 않은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고 굳어버리는 나에게 언젠가의 M은 늘 이렇게 말했다.     


 -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니까. 쉽게 판단하지 말고 계속 지켜보아야 해요.


 - 일희일비(一喜一悲) : 기뻐했다 슬퍼했다 함. 상황에 따라 좋아했다 슬퍼했다를 반복하는 모습. 순간순간 닥쳐오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 이랬다저랬다 감정 기복이 심한 상태.     


   아마도 여권을 갖다주기 위해서 제주도에서 김포공항으로 가야만 한다는 말을 들었다면 펄쩍 뛰면서 ‘네가 가져가!’ 아니면, ‘거기서 알아서 해!’를 외친 뒤, 그 말을 내뱉은 것에 대해 내내 후회하면서 결국은 김포행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또 엉뚱한 지점에 예약한 것이나 카드나 티켓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것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뭐야!’ ‘쯧쯧!’을 연발했겠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는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 버리고 말았을 것이니, MBTI에서는 ‘T’로 나오기는 했으나, 실제의 나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F’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즉, 나는 잔잔하고 고요하고 냉정한 이성을 갖춘 감정의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이랬다저랬다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매 순간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며 오래전의 N에게 말해본다.     


 - N~, 나는 전혀 이성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아. 

 - 좋았던 사람이 싫어지기도 하고, 싫었던 사람이 좋아지기도 해. 

 -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여전히 머리가 굳어지고 행동이 멈춰. 

 - 그런데 웃을 일보다 눈물 나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아.

 -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으려면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수업을 마치고 올라오는데 2학년 여학생 2명이 1학년 남자 학급 앞에서 누군가를 불러내어 무언가를 전해 준다.     


 - 뭔가요??

 - 네! 동아리 후배 챙겨주려고요!     


   ‘무엇을 받았을까?’ 하고 O와 P를 불러내었더니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손에는 음료수가 들려 있었다.     


   본인들도 시험을 앞두고 있을 텐데, 1학년 후배들을 챙겨주는 이 마음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다음 주 시험 때문에 심란하기는 하지만, 작은 음료수를 준비하고 후배의 이름을 써서 붙이면서 기운이 났을 것이고, 작은 음료수를 받으며 선배의 따뜻한 격려에 시험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작은 음료수 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했겠지.     


   선배나 후배나, 모두 다 부러운 아이들~     


#일희일비(一喜一悲)   #출발_FM과_함께   #파묘   #메가박스_센트럴시티   #트래블_월렛   #MBTI   #감정   #이성   #F_T   #1차_지필고사   #음료수   #격려



작가의 이전글 * 행간(行間)을 읽어야지 (2024.04.20.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