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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Feb 01. 2018

챕터 3. 나를 넘어 타인을 들여다보다 - 1편

01. 첫 표정의 0.5초, 무의식적인 표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무표정인 사람이라도, 얼굴 표정을 통해 감정이 드러난다.
특히 첫 표정의 0.5초는, 사람의 솔직한 반응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람들의 인간관계 속 패턴을 파악하고, 패턴을 넘어서는 또 다른 지점을 확인하는 과정까지를 이야기해보았다. 그리고 이제는 좀 더 세부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람의 감정은 결국 상대의 외견이나 행동, 혹은 목소리 등을 통해서 관찰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사람의 외부적인 특징 중 가장 대표적인, 얼굴 표정을 통해 바라보는 감정적 변화, 특징 등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사람의 감정은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인간처럼 사회적 관계에서 감정을 통해 상대에게 의미나 상태를 전달하는 특징이 발달한 동물도 없다. 특히 얼굴 부위들 중에, 눈썹과 입가의 변화만 바라보더라도, 굉장히 다양한 감정들을 파악해낼 수 있다.



사람의 눈은 사실 눈꺼풀과 눈동자(눈알)를 주로 보게 되기 쉬운데. 정작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눈썹과 미간 부분이다. 눈썹을 지운 모나리자의 얼굴이 감정적으로 온화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눈가의 찌푸림이란 불쾌함과 분노, 두려움 등을 매우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표식이다. 인간의 눈가, 눈썹 부분의 움직임은 매우 역동적이어서, 즐거운 상태나 흥분상태에 돌입한 사람의 눈썹은 특히나 많은 감정을 표현한다.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슬플 때 - 등의 상태에 따라. 사진이나 거울을 통해 자신의 눈썹을 집중적으로 확인해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눈썹과 미간은 많은 인상을 직접적으로 결정짓는 가장 좋은 표현 지점이다.





지극히 만화적 표현이긴 하지만, 눈썹의 변화는 급격한 감정적 차이를 보여준다




"사람의 감정을 들여다본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일 것 같은데요."

"네, 결코 쉽진 않죠. 그래서 더욱더 정확히 파악해야 할 지점들을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사람의 눈이 아니라 눈썹을 보라 고하는 이야기는 또 처음 듣는 것 같아요. 보통 눈매라고 이야기하는데. 미감과 눈썹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는 건가요?"

"네. 사람의 입가는 사람에 따라 큰 변화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미간의 미세 한 움직임이나 힘이 들어간 형태는 매우 쉽고,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회사에서 화가 난 상사나. 짜증에 치닫아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보통 입가는 굳어있고, 눈가가 찌푸려지는 경우가 많다. 입은 가식적으로라도 웃을 수 있지만, 미간의 근육은 매우 얇고, 날렵하기 때문에. 작은 힘으로도 쉽게 움직인다. 게다가 스트레스 상황에 있어서 이런 미간의 상태를 의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감정적으로 흥분하거나, 즐거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눈 자체보다 눈썹이 들썩이거나, 팽팽하게 펴진 미간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쾌감과 자극, 즐거움 등의 상태에서, 눈을 크게 뜨게 되는 것은 결국 미간과 눈썹 쪽 근육의 영향이다.



항상 많은 시간을 내어 다른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현재와 같이 SNS와 인터넷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인터넷상의 정보가 실제 상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SNS상의 즐거움에 차있는 이야기들을 보고 있다가도, 정작 그 사람을 만나보기 굳은 표정. 침울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도, 현대인이 자주 겪게 되는 상황들 중 하나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믿을만한 것은 그 사람의 말도, 행동도 아니다. 얼굴의 표정이고, 미간과 눈썹의 움직임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감정상태를 확인하기를 어려워한다. 심이 저는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간단하게 이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고, 그 이후에 상대가 갖고 있는 생각을 물어본다면. 그 생각이 어떤 상황과 연관이 되었는지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감정역시도 하나의 맥락이 있는 표현들 중 하나이고. 상태를 나타내는 신호등 같은 것이기 때문에. 상대의 감정상태에 맞게, 자기 자신의 감정 상태에 맞게 정확한 대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지부조화라는 말이 있죠. 이건 자기 자신이 지쳐버렸는데도, 그걸 잘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해당해요."
"예를 들면 어떤 상황 말인가요?"
"몸은 지쳐서 예민하고, 피곤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우리 스스로는 그걸 커피나, 담배, 사람들과의 잡담이나 식사 등으로 넘겨버리죠. 원래 그랬으니까. 항상 그래 왔으니까 -라고 하면서요. 그럴 때일수록 거울을 한 번쯤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표정이 실제로 굉장히 많은걸 이야기해주거든요."

"아, 저도 그런 경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가끔 세수를 하다 보면 너무 피곤해 보여서 놀랄 정도로. 눈가가 축 쳐져있더라고요."

"네, 그런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심지어 타인의 경우는 더욱더 확인하기가 쉽죠. 감정상태를 확인하는 거. 그게 누군가를 이해하는 첫 시작인 겁니다."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아이때부터 습득되어있는 행동방식이다. 




사람은 특이하게도 아주 어릴 때부터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어른이 될수록 감정을 억누르거나 제어하는 법. 감정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런 감정적 표현방식을 매우 뛰어난 방식으로 숨기거나, 가짜 감정을 보여주는 데에도 익숙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감정을 읽는 것이 더 어렵고, 형식적인 표현이나 표정을 짓는 방법도 다양해진다. 그렇다 보니 정작 자신의 진짜 감정이나, 진짜로 표출되어야 할 것들이 억눌리는 경우도 많아진다. 평소에 도저히 속내를 모르겠다고 말해지는 D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전 나름대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제가, 예전과는 다르게 감정표현이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 시작하더군요."



D 씨는 8년 차 직장인이고, 최근 과장 자리에 오른 영업직원이다. 평소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싹싹하고, 해야 할 일들을 정확히 마무리하는 일처리 방식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만나게 된 여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힘겨운 경험들을 겪기 시작하면서, 점차 감정표현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혼을 앞두게 된 최근 들어서는 거의 모든 감정적 표현이 마비되어버린 듯이. 표정을 억누르고 숨기기 시작했다. 아는 지인의 소개로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 D 씨는 스스로 그런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는 평소에 많은 사람들에게 싹싹한 태도와 적절한 대처로 호평을 받던 사람이었고. 감정적인 대처 역시 능숙했다. 그러나 그 역시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 스스로 굉장히 지쳐버린 상황이란 걸 느낄 수 있었고. 감정적 표현을 스스로 억누르게 된 계기가 생겼다는 걸 파악해낼 수 있었다.



여자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 묻자, D는 바로 이야기 하기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눈가에 가득해 보였다. 입가는 묵묵히 다물고 있었고, 두 손은 강하게 깍지를 낀 채로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첫인상에 보기에도 D 씨는 결코 타인과의 이야기에서 시선을 피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그는 매우 조급한 느낌이었고. 여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생긴 문제들을 이야기하기를 극도로 꺼려하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D 씨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몇 주 후, 지방 출장에서 돌아오던 날 아침의 일이었다.




사람은 자신의 약점이나, 감추려 하는 것들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한다.
그러나 두려움이 클수록, 반응의 강도 역시 커진다



주변 사우나에서 우연히 마주친 D 씨와 나는 매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서로 눈인사를 하게 됐다. 그도 어제 끝난 접대 자리 이후, 사우나에서 늦은 잠을 청했다는 모양이었다. 별생각 없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욕탕으로 같이 향하게 되었는데, 특이하게도 그는 욕탕 속에서도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 심지어 탕에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그랬다. 게다가 매우 특이하게도, 샤워를 하면서 주변에 몸집이 크거나, 강하게 생긴 사람들을 곁눈질로 빠르게 흘겨보면서 - 굉장히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D 씨가 타인의 몸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짧은 순간마다 그의 눈가가 복잡하게 요동치는 것을 목격했다.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 위축된 표정이 분명했다.



"혹시, 요즘 건강에 이상이라도 생기셨나요?"

"아, 아뇨.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흠... D 씨, 혹시 있다가 시간 좀 되시나요?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오픈된 곳에서는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운 느낌. 여자 친구와의 사이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의 부분이 이상해졌다는 점에서. 많은 것들을 예상했었지만. 그가 너무도 솔직하게. 자신의 성기를 가리고 있으면서, 타인의 몸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대로 자기 자신의 '위축됨'을 설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들끼리니까 편하게 이야기하자며, 자연스레 잠자리 농담을 꺼내며 이야기를 유도했다. 그러자 그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으로, 입술을 깨물고. 눈가가 거의 경련을 일으키듯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빙고, 정확한 지점이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이야기지만, D 씨는 평소에 여성 편력이 대단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여러 여성들과의 잠자리를 가지면서, 자신의 남성다움에 대한 확신과, 과시욕을 드러내 왔다는 듯했다. 그러나 그도 이제 나이가 있는 데다, 지속적인 야근과 술 담배로 간헐적인 발기부전이 오기 시작했고. 여자 친구와의 잠자리에 있어서도 스스로 자신이 없어져 회피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자신이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눈은 다른 사람을 피하기 시작했고. 그의 당당함의 근원이었던 성적 능력이 사라지니, 스스로 침울함과 조급함으로 인해 감정을 억누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떻게 아신 건가요? 전 드러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의 눈. 특히 눈썹이나 시선은 굉장히 솔직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나는 손가락을 들어 올려서,  허공을 가리켰다. 그의 얼굴. 가슴. 그리고 배 쪽으로 손가락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차 그의 표정이 다급해지고, 그의 눈썹과 미간이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사람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상황이나, 감추고 있는 것들이 드러나는 것을 억누르려 한다. 그러나 그런 훈련이 잘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그것이 단순히 가리켜지는 수준으로도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영화 속에서 인질을 숨겨 둔 곳을 가리키며 상대의 반응을 보는 살인마의 논리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이야기인 셈이다.



"술, 담배를 하시는 분이면 몸이 피곤해서 그러실 수도 있죠. 상담을 잘 해주는 좋은 의사가 있으니 소개해드릴게요. 한번 찾아가 보세요."



얼굴이 빨갛게 닳아 올라서,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수치스러워하던 그였지만. 다행히도 추후에 자리를 만들어 오해를 풀 수 있었다. D 씨에게 나중에야 들은 이야기지만, 내가 그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나중의 술자리에서 회포를 풀며, 그의 옛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그가 왜 그토록 감정적으로 폐쇄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고. 굉장히 놀라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 - 말보다 행동, 몸의 언어로 바라보는 심리분석 편에서 계속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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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심리분석

챕터 3. 나를 넘어 타인을 들여다보다 - 1편. 첫 표정의 0.5초, 무의식적 표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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