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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Feb 25. 2018

작품 리뷰 : 국가의 폭력은 언제나 옳은가?

애니, PSYCHO-PASS로 바라보는 국가제도와 폭력의 상관관계

리플러스에서 추천드리는 작품의 내용과 핵심테마를 정리해보는 리뷰 포스트입니다. 볼만한 작품들을 영화, 애니, 게임 등을 제한하지않고 소개해드리며,추후에 작성된 포스트들을 보강하여 유튜브 영상으로 업로드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모든 국가의 뿌리에는 그 누구보다 강한 폭력이 잠들어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치안 수준이 높은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납치, 방화 등 범죄사건에 몸을 떨곤합니다. 만약 여기에서 더 잘 정리된 완벽한 치안국가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물론 그 댓가도 치뤄야겠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댓가입니다. 스스로의 폭력성을 제어하는 치료를 받고, 전 사회가 모두 개개인의 폭력성을 제거한 채 살아가는 세상에서. 주기적으로 폭력지수를 체크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모든 시스템이 당신이 해야할 일, 적성, 심지어 만나야할 사람들까지 정리해줄겁니다.


완벽하게 통제되는 세상. 생각보다 나쁜 느낌은 아닙니다. 국가는 AI기반으로 모든 사람들이 해야할 일. 성격과 특성을 정리해 적재적소에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고, 교통상황과 치안유지부터 아침식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들을 자동화하고, AI기반으로 제어합니다. 사람들을 자신의 내면 스트레스 수치만 잘 조절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 끼치기만 하면 되죠. 주기적으로 자신의 폭력성 수치를 검사하긴 하겠지만, 그 누구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범죄자가 되기 이전까지는 말이죠.





싸이코패스라는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사는 사회 너머에 있는 진짜 핵심. 국가라는 시스템을 정조준합니다

  

모든게 안전하게 통제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기위한 폭력조차 필요로하지않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 누구도 범죄를 일으키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사회에, 범죄조직이 나타나 사회 시스템의 헛점을 노리고. 온갖 테러와 범죄를 일으킵니다. 관객은 주인공의 시점에서 작품을 들여다보게되면서, 악랄한 범죄조직을 쫓는 수사관의 시선을 얻게되죠. 국가에 충성하면서, 안전을 지키고, 국민을 지키기위한 수사관. 경찰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매우 혼란스러운 진실을 마주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게 자신의 역할을 찾고, 더이상 폭력이 필요치않은 세상이 되었음에도. 그 규격에 맞지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범죄수치가 높은 사람들. 그들은 슬럼가에서, 자신의 폭력성 수치를 검지당하지 않으려고 온갖 불법을 저지릅니다. 그들은 경찰권력에 의해서, '명백히 불법'이며, '처리되어야할 악으로 지정됩니다. 그 자리에서 사살하더라도 문제가 없죠. 한 번 범죄수치가 일정 수치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그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해져 더이상 정상 범주로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죽여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가를 다스리는 AI의 결정입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은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해야한다며 사살을 거부합니다. 당연히,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사람을 벌하지않은 수사관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되죠. 그렇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수사관인 주인공을 따라가며 이 이야기는 점차 이상적인 사회 전반에 녹아있는 헛점과 모순점들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아름답게 보이지만, 온갖 모순과 문제들이 숨겨져있는 도시




범죄수치가 높아도 걸리지만 않으면된다며 스캐너에 걸리지않는 편법이 판매되는 슬럼가. 일정 수치를 넘어버린 순간부터 자포자기하고 폭주해 인질극을 벌이는 회사원. 발달된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범죄를 일으키는 온갖 사이버 범죄자들. 스트레스 수치 조절에 실패해 약물중독 상태로 감옥에 갇힌 환자들. 범죄 수사를 하다가 동료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범죄자로 낙인찍힌 전직 수사관. 자신을 지키는 방식도 알지못해, 일방폭행에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일반 시민들. 테러 피해로 인해 높아진 범죄수치로 인해 마구 학살당하는 인질들까지. 이 작품은 인간의 폭력을 수치화해 보여주고, 그걸 절대적으로 믿는 사회가 역으로 갖게되는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폭력과 감정을 개인에게서 뺏어가고, 그 옳고 그름에 대한 선택권을 국가가 갖고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정말 옳은가를 질문하게 만듭니다. 


수많은 디스토피아적 작품들이 비슷한 질문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다른 점은 사회와 국가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을 , 공권력을 가진 수사관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진 문학작가들은 스스로의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국가시스템은 역으로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제한하는 무서운 폭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죠. 스스로가 감시당하고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판옵티콘이란 감옥개념이 나타난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이 작품 속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안전하고 깔끔해보이지만, 그건 눈에 보이는 영역들 뿐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치안이 좋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폭력을 억제할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다는 의미죠. 그러나 그것이 보이지않는 것들까지 제어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작품 속에서는 억눌린 범죄자들이. 기존 사회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해 국가제도의 문제점과. 사람들이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가짜 평화를 깨부숴버리려합니다. 그리고 수사관들 또한 그들의 엽기적인 범죄행각을 쫓게되면서부터, 과연 국가의 이름을 앞세워 이들을 '처단하는것만이 옳은 것인지'를 점차 질문하게되죠. 그리고 정작 자신이 지키고자하는 거대한 국가 시스템이라는 것이. 정말 정당한 것인지. 스스로가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을 법의 이름 하에 죽여왔고, 스스로도 폭력을 휘둘러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미 모든걸 보고, 모든걸 감시하는 최고의 폭력을 갖고있는건 과연 누구일까요




인간의 폭력성을 제어하고, 모두가 효율적으로 자신의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이상사회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부터 본다면 국가제도가 출현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가는 치안과 법, 질서라는 이름을 앞에 두고 모두가 따라야할 거대한 가상의 질서를 만들어 두었죠. 그러나 만약 그런 제도가 잘못되었고, 심지어 그런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용해서 사람들을 제한하고. 괴롭히며, 심한 경우 죽여버릴 수도 있다고 한다면. 그 제도는 어떻게 바꿔야할까요? 그들에게 맞서 싸우기 위해 법을 어기는 일을. 우리는 당당하게 해낼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결국 현실 속 우리가 사는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촛불시위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낸 한국의 상황에서 보자면. 이런 질문은 매우 공허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때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싸울 방법을 찾고. 스스로를 지키기위해 노력해왔으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의 제작사인 일본의 경우라면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80년대 이후 시위라는 것의 문화가 끝나버리고, 정치인들의 부패와 시스템적 문제에 대해 더이상 대항하지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마치 이 작품 속 세상처럼, 사람들이 오로지 평화만을 찾고있는. 안전한 사회 속에 살고있는 것 같은 가짜 평화에 익숙해져버렸죠. 일본 수상이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고, 거대기업 회장이 국가의 중대사에 관여해도, 일본 국민들은 들고 일어서지않습니다.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말하고자하는 바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일본 국민들이 사회적 문제들에. 눈을 뜨고, 세상을 변화시키길 바라는 바램. 그리고 그런 변혁은 결코 쉽게 이뤄질 수 없을 거라는 감독 스스로의 좌절까지 함께 담아냅니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국민들이 늘어날수록. 국가의 압재와 횡포에 대항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법은 무조건 옳은 폭력의 수단이 되고, 도덕은 모두에게 강제되는 기본적인 행동원칙이 됩니다. 사상의 자유와 선택의 자유를 빼앗겨버린 채. 사회가 시키는대로 하는 로봇같은 삶을 살게되는 시스템을 양산해내게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자들을 양산해내는 구조가 만들어지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말하는 가장 무시무시한 적은, 국가의 시스템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순응해 스스로의 폭력성. 자신의 권리를 잃어버리게되는 우리의 적응력일지도 모릅니다.




작품을 통해 국가 시스템을 정조준한 날선 비판의식. 그동시에 잘 만들어진 하나의 감상용 작품


 


싸이코패스. 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잃어버렸던 국가와 사회비판적 관점을 다시 되찾는 계기가된 엄청난 작품입니다. 이른바 -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와 인랑,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에서 끊어져버렸던 철학적 사고와, 사회비판을 다시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생각없이 본다면, 거대한 사회음모극으로 바라보면서. 인물의 내적 성장과, 범죄사건 수사물로서 바라보아도 좋습니다. 그렇게만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으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그정도 수준에서 끝마치길 바라지 않으신다면. 국가 자체가 거대한 폭력을 가진. 가장 무시무시한 시스템임을 잊지 않은 채로, 이 작품을 바라보셨으면 합니다. 비록 정권교체에 성공한 한국에서 살고있지만. 약소한 개인과 권력을 가진 거대 시스템의 싸움은. 인간의 역사속에서 계속해서 반복될 중요한 테마이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세포 단위까지 컨트롤하려는 시도가 진행될테니까요. 


인간의 역사. 그리고 국가의 역사에 대해서. AI와 기술발전이 가져올 디스토피아적 세상과, 현실적인 질문점에대해서 고민하고싶으시다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만약 이 작품을 보시게 된다면 - 이 한가지만 기억하세요. 모든 국가는, 가장 강력한 폭력을 갖고있는 장본인이라는걸요.




                                                  


http://blog.naver.com/clay1987/22119907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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