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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May 12. 2023

팀, 회사, 생존을 넘어서 - 다음 단계로

팀을 만들고, 꾸준히 유지해나가는 팀장의 생존기록


1.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생존에 성공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안정적인 계약건들을 찾아냈고, 팀 빌딩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팀원들간의 연계를 정리하고, 내부 교육을 통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일일보고 개념을 채택해 실험했고, 업무 체계를 개별 작업자들에게 이관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숨 돌릴만한 여유를 얻게됐다. 좋은 클라이언트들을 여럿 만나게되면서 - 중장기적인 계획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마침내 긴장을 풀고, 무엇을 어떻게 하면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걸 위해서 내가 어떤 일들을 해야했는지에 대해 정리해볼 시간이 온 것 같다.



2.

회사는 수익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외부 업무를 물어오는 단순 아웃소싱 작업부터, 자체 서비스 개발을 통한 운영, 투자유치까지. 여러 방법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규모 회사에겐 선택지가 거의 없다. 외부 업무를 물어오는 방식이 거의 유일한 생존방법이 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이해도가 높은 영업자가 없다면 아웃소싱은 실행조차 쉽지 않다.  클라이언트들을 찾고, 기술적으로 설득하고, 업무를 맡기게할만한 영업력이 없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높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없으니, 자잘한 업무들을 물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써야한다. 심지어 제안을 작성해도, 수주 성공율이 낮으니 리스크가 큰 방식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팀과 회사는 아웃소싱에 매달리게 된다. 이건 우리 팀과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3.

순간 순간이 피가 말라가는 심정이었다. 업력이 많지 않은 회사의 포트폴리오와 한정적인 시간 속에서 어떻게든 업무를 따내야했다. 사실상 내부에서 기술영업, 기획 제안서를 쓸 수 있는건 나 한명 뿐이었으니까. 결과가 어떻게 되건 일단 '무작정 일단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업무를 시작했었다. 노하우가 없으니 결과도 좋지 않았고,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됐다. 그러다가 결정을 하게되었던 것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서비스를 노리는 방법이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갖고있는 장점은 10년에 가까운 연차와, 서로다른 다양한 서비스를 다수 경험해보았다는 거니까. 그러니 가장 좋은 방식은 내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4.

약 3~4개월간 50여개가 넘는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제안서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고민을 했다. 규격이 제한되어있는 제안서를 보았을 때, 그들이 만족할만한 이야기를 건네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또 어떤 방식으로 설명을 해야할지를 계속해서 고민했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바로 넓은 범위의 기술검토 방식이었다. 내게 주어진 클라이언트 측의 기획안을 바탕으로, 실제 구현을 위해서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하는지. 또 어떤 기술적 문제점들이 존재하는지를 넓은 범위에서정리해야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서비스 분야라도, 서비스 구성과 전용 API, 유사 서비스를 찾아내야했다. 때로는 간단한 제안서 한가지를 쓰기 위해 하루에도 4~5 시간씩 기술검토를 진행하는 일도 있었다.



5.

미팅이 확정되면 가장 먼저, 서비스의 구성도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하는지'를 10장 내외의 PPT 자료에 정리했다. 상대가 생각하고있을 서비스의 범위를 이미 넓은 범위로 사전검토를 진행했기에. 대부분의 미팅은 굉장히 순조로웠다.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API나 외부 서비스, 기술적인 문제들을 설명해주는 방식이라, '강의'에 가까운 형태로 회의를 준비했다. 상대방이 궁금해할만한 내용들을 미리 시나리오별로 정리했기에. 머릿속에 상대와의 대화를 미리 그려내볼 수 있었다. 이러한 사전준비 과정이 있었기에, 실제 미팅 진행시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다.



6.

프로젝트를 따낸 다음부터는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해진다. 그래서 내가 도입한 방식이 '일일보고' 방식이다. 일반적으로는 기획이나 디자인 작업을 할때, '무엇을, 어떤 이유로' 진행했는지. 이런 내용을 매일 클라이언트에게 보고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하지만 내가 이 방식을 도입하게되면서 두가지 장점이 생겼다. 첫번째는 당연히 클라이언트 측의 만족도나 신뢰도가 크게 올라갔다는 점이다.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있는지 알고싶은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방식이 있겠는가. 두번째 장점은 내부 작업자들의 업무 일과가 매우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하루에 진행되는 작업 진척도를 일일보고의 형식에 맞추게 된다. 그러니 실제 WBS 계획에 맞춰 일정한 작업량을 매번 확보할 수 있었다.



7.

클라이언트에 대한 초기 업무보고와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내가 직접 맡아 진행했다. 가장 큰 이유는 클라이언트 측에 정확한 신뢰를 줄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또 무슨 업무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전반적인 설명을 진행하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필요한 경우 문서를 정리한 후, 하나하나 전화로 설명을 해드리는 경우도 있었다. 초반에는 하루에도 1~2시간 이상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기도한다. 하지만 이때 얼마나 세세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지가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런 과정을 통해 클라이언트 측에서 팀과 회사에 대한 신뢰를 갖게되고, 점차 하루 기준 커뮤니케이션 시간은 10~20분 정도로 짧아지게 된다.



8.

팀원 찾기에 대해서도, 내가 직접  전략을 짰다. 1~2년차, 기술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인원들을 뽑아 내부에서 교육하고, 내부 결속력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건, 내가 기존에 정리해둔 다양한 UI설계자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외부 강의 경험이 있었기 떄문에 가능했다.) 일반적인 디자이너, 기획자들이 목마른 지점을 알고있으니. 그 지점을 해결해주는 '교육' 자체를 강점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회사 공고에 20명이 넘는 인원이 항상 지원을 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광고나 유료 서비스도 쓰지 않은, 오로지 전략적 글쓰기 하나만의 힘이었다.



9.

내부 기획팀이 만들어지고나니, 동시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이제는 팀원급이 아닌,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직원 수준을 고용해서, 업무보조를 시키는 방향을 고민중이다. 기존에 내가 팀원들을 관리하고 업무를 보조했듯이. 이제는 팀원들이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생을 지원하는 형태의 실험을 해볼 에정이다. 자신이 알고있는 내용을 얼마나 실무에 적용할 수 있을지. 자신의 업무를 넘어서 다른 팀원의 작업물을 어디까지 보조할 수 있을지. 개개인의 강의력을 확인하고, 문제해결능력을 시험하는 과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인원을 발견한다면, 그들을 다시 정규직 팀원으로 전환하는 형식이 될 것 같다.



10.

내 역할을 대신할 중간관리자도 모집할 예정이다. 이제는 이미 팀과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고민할 시기이기에. 내가 더이상 내부 업무 관리자 역할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외부 업무를 물어오거나, 컨설팅을 지원하거나 하는 식의 '기술기반 영업직'의 역할에 집중해야할 때가 오고있는 것 같다. (나도 내가 이런 역할을 하게될줄은 몰랐지만, 약 4~5개월간 진행한 결과를 볼 때. 적성에 맞는 역할인듯 하다) 그러니 이제는 내 역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 외부 프로젝트와 협업할 회사를 탐색하는 일에 집중해야겠지. 전략을 고민하고, 가설을 세우고, 실제로 그게 얼마나 먹혀들어갈지를 확인하는게. 이제는 내가 해야할 역할이 되는 것 같다.



-



누구에게나 업력이 쌓이면 실무에서 손을 놓게되는 순간이 온다. 그  때가 찾아왔을 때, 그 다음 단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결국 충분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고, 그 다음 단계의 전략을 고민하는 것. 그런 시기가 찾아온다면, 이미 팀과 회사의 생존 확률은 매우 높아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생존이 확실시되면 - 그 이후의 방법을 고민해보아야한다. 단지  고민을 할 수 있을만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지. 그런 부분들을 해결하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내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좀 더 공부를 해보면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생각을 해보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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