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은 전문가여야 한다
코로나 이후 성장을 해야 한다는 분들이 갑자기 많아진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코로나 때 재택과 온라인을 통한 공유가 늘면서 잘하는 분들이 많이 보인 탓이 상당한 것 같다. 이로 인해 많은 분들 특히 개발자로서 경력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분들이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 이런 기류에 부응하는 개발자 교육, 성장을 위한 것(?)들이 많이 생겨나기도 한 것 같고...
성장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보겠다.
왜 성장해야 할까? 우리가 말하는 성장은 그저 개인적으로 지식을 늘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수행과 회사/서비스/제품(프로덕트)의 가치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직업인으로서 성장이 내가 이 글에서 말하려는 성장이다.
이를 위해 먼저 직업은 뭔가에 대해서 살펴보자. 영어에서 직업으로 사용되는 단어, 문구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다.
job, occupation, do for a living
내게
job은 "일"이라는 의미로 들려서 사람과는 약간 동 떨어진 느낌을 준다.
occupation은 "점유당함"이라는 의미를 줘서 수동적인 느낌을 준다.
do for a living은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으로 들려서 뭔가 하고 싶은 느낌을 덜 든다.
이전 글 "10. 동기 부여"에서 말한 것처럼 하고 싶을 만큼 멋져 보여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단어들은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Daum에 다닐 때 부사장님이
직업인(사회인?)은 전문가여야 한다
라고 말씀하신 것이 내게 크게 다가왔다. 그렇다 직업인으로서 우리는 job, occupation, do for a living을 지향할 것이 아니라 professional/expert(전문가)를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전문가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특히 개발자로서 전문가는...
이런 고민이 있을 즈음 "백발의 개발자가 되기 위한 커리어 패스"(https://zdnet.co.kr/view/?no=20141106211852)
라는 글에서 드라이퍼스 모델(Dreyfus Model)을 적용해서 개발자를 초급자, 초중급자, 능숙자, 숙련자, 전문가로 나눠서 설명한 글을 보게 되었고 많은 공감을 했었다.
이 글에서는
초급자(Novice): 언어와 개발 도구에 대해 경험이 전무한 초급 개발자. 어떤 매뉴얼을 따라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가능. 혼자서 창의적으로 코드를 작성하기 어려운 단계
초중급자(Advanced Beginner): 매뉴얼이 없이 어느 정도 개발이 가능한 단계. 어떤 프로그램 로직이라도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
능숙자(Competent) / 숙련자(Proficient): 결과물은 같지만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 향후에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검토해 설계가 가능하게 되는 단계(향후 변경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설계 역량의 유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함)
전문가(Expert): 개발자들의 코드를 리뷰하는 아키텍트. 주로 소프트웨어 품질(가독성, 유지보수 용이성)을 관리. 숙련자들이 할 수 있는 실수들을 줄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짐. 숙련자들이 하게 되는 실수들을 미리 경험해 보고 다양한 경우에 대한 설계 노하우를 갖고 조언할 수 있는 레벨
라고 설명을 한다.
개인적으로 트릭이나 테크닉 등을 이용하고 노력하면서 어느 정도 연차가 된다면 빨리 만들 수 있는 능숙자까지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품질을 고려하여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기 위해서는 숙려자, 전문가의 영역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칼로 두부 자르듯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는 개발자로서 지향해야 할 전문가에 대해서 위에서 언급한 것에 많이 공감한다.
왜 성장해서 잘해야 하는지를 워라밸 측면에서 알아보겠습니다.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라고 한다. 즉 1년에 한 번 거대한 행복을 느끼지 보다, 매일 조금씩 행복을 느끼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많이 공감 가는 말이다.
https://twitter.com/khushbooverma_/status/1470759117732352003
위 그림에 따르면 매일 1%씩 좋아지만 1년이면 37.78%가 좋아지는 것이다.
행복의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 우리 삶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갖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성장을 해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을 잘해야 더 행복할 수 있다.
내 경우 주중 시간의 분포를 보면 위 그림과 같다.
근무시간: 8 + 1(점심시간) = 9
출퇴근 + 준비: 1 + 1 + 1 = 3
24 - 7(취침) - 12(9 + 3) = 5
하루 24시간 중에 "근무시간 + 출퇴근"이 50%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는 것이 즐겁기 위해서는 일하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직업인으로 전문가가 되어 업무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
워라밸을 일과 그 외 생활을 완전히 분리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분들을 볼 때가 있다. 이 분들은 업무 외 시간에는 일을 하면 워라밸이 깨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우리가 업무 시간에 조금씩 틈을 내어 업무 시간에만 가능한 개인사를 조금씩 처리하기도 하는 것처럼, 업무 외 시간에도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조금씩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워라스플릿(work life split)이 아니라 밸런스라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나는 성장을 해서 잘하고 싶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를 늘리기 위해: 내가 잘하면 함께 일하는 분들이나 회사는 내가 하자고 하는 것을 들어주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 내가 일반적인 개발자로서 의견을 냈을 때와 인정받는 개발자로서 의견을 냈을 때 채택되는 정도는 다른 것 같다.
성공(運七技三): "결과 = (열심히 + 잘) * 기회"라고 생각한다. 성공이라는 것이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회사/서비스/제품에 성과(outcome)로 기여하고 영향(impact)을 미치는 것을 성공이라고 정의한다면 이를 위해 늘 잘하기 위해 성장하는 것은 성공에 이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면 ⇢ 우리 서비스가 잘되고 ⇢ 우리 회사/서비스/재품이 잘 된다: 그러니 이를 위해서 제일 첫 시작은 직업인으로 나의 성장이다.
이 외에 2021년에 패스트캠퍼스에서 최범균 님과 함께 "백발의 개발자를 꿈꾸며(https://fastcampus.co.kr/dev_red_bcr)"라는 강연을 찍을 때 주변인들에 들은 성장의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성장은 본능
시간이 지나고 보면 성장 아니면 퇴보. 현상유지는 없음. 그래서 성장을 택해야
가만히 있으면 뒷걸음질... 얼마나 해야 제자리걸음을 할 수 있는지?
이런 의견이 있었다. 이 중 "성장은 본능"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5단계"를 보면
5단계의 욕구는 크게 결핍의 욕구와 성장의 욕구로 나뉠 수 있다.
결핍 욕구 (Deficiency Needs)는
한 번 충족되면 더는 동기로서 작용하지 않음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애정, 소속감 등), 존경의 욕구 등이 해당됨
남과 비교하고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있음
성취 욕구 (Fulfillment Needs)
충족이 될수록 그 욕구가 더욱 증대되는 경향이 있음
자아실현의 욕구
이렇게 보면 성장은 인간의 본능인 것이 맞는 것 같다.
“먹고살 만하면 결핍욕구 충족에서 벗어나 성취 욕구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 내가 생각하는 성장에 대한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사회학자인 벤자민 바버(Benjamin Barber)의 명언을 남겨본다.
I don't divide the world into the weak and the strong, or the successes and failures…
I divide the world into the learners and non-learners.
직장인은 꼭 성장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장을 하려는 목적,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여겨서 작성해 본 글이다.
결과(output), 보상, 성공, 처우 등은 부산물(side effect)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고, 지속적이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잘했더라도 결국 이런 부산물의 영역은 내 의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성장, 성과(outcome), 영향(impact), 기여 등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주산물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역은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영역을 잘하면 부산물의 영역도 좋아질 수 있다. 부산물의 영역만 추구하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얻는 것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주산물의 영역을 추구하다가 부산물의 영역에서 뭔가를 얻으면 운으로 여길 수 있고, 부산물의 영역에서 잘 되지 않더라도 주산물의 영역에서 추구한 바를 얻는다면 후회스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마지막 첨언이 내가 성장에 대해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