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의 첫인상
늦은 밤 우붓의 숙소에 도착한 뒤 다음날 아침, 뜨거운 날씨를 피부로 느끼기도 전 눈에 거리 곳곳의 화려한 꽃 장식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나나 잎으로 접은 조그마한 바구니 안에 여러 개의 꽃 장식과 달콤한 간식 등이 담겨 있는 차낭사리(Canang Sari)였다.
※ 천상계 신을 위한 제물로 차낭(Canang), 악령에게 바치는 차루(Caru)로 구분이 되며 차낭은 아침에 제단 위에 올리며 차루는 저녁 지면 위에 놓인다고 하는데, 이게 맞는 것인지 조금은 헷갈린다. 정작 아침에도 길 위에 놓인 제물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가정집과 상점, 사원, 인적이 드물어 보이는 구석진 골목까지도 조그마한 차낭사리에는 신에게 전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울긋불긋한 차낭사리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꽃의 종류도 조금씩 다르고 어떤 건 크래커, 어떤 건 비닐 포장된 낱개 사탕, 아니면 조그마한 과일들이 옹기종기 바나나 잎 바구니를 알차게 채우고 있었다. 가끔은 향과 담배로 연기를 피워놓은 형태로도 볼 수 있었다. 각각의 개성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 하나둘씩 발견할 때마다 카메라로 찍어 두었는데 모아놓고 보니 꽤 많은 사진으로 남았다.
신이 삶 자체에 녹아든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를 하듯이 그날의 차낭사리를 정성껏 만드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인 그들의 삶.
무채색의 석조 건물들을 알록달록하게 수놓고 있는 차낭사리들은 발리에 머무는 내내 매일 아침을 한층 더 밝게 장식해 주었다. 그 낯설고도 예쁜 풍경을 감상하며 여행 내내 느낀 평안함에 잠시나마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