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프로 참여러다.
어느 모임이든 본인이 빠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아니면 그냥 집에 오기 싫어서인 걸까?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기준 5일 중 2일은 항시 모임이 있는 그.
이번달은 11월이고 연말이 다가오는 달이다.
우리는 얼마 전부터 부부달력을 쓰기 시작했는데 공동일정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한숨이 나온다.
민트색으로 표시된 공동일정에 남편의 공동일정은, 축구모임의 송년회, 동아리 OB 송년회, 파트 송년회, 팀 송년회, 임원과의 식사, 봉사활동 후 회식, 간담회 참석, 친구 결혼식 모임 등 주로 본인 개인의 모임과 회사 내 잦은 모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내 달력의 일정은 매우 단출하다. 첫째 학교행사, 둘째 발레 가는 날, 둘째 어린이집 면담일, 첫째 과학실험 수업날, 첫째 수영 가는 날, 둘째 레벨테스트 예약일, 파트 회식. 주로 아이들의 일정이고 내 일정은 단 하나, 그것도 회사의 공식적인 회식자리가 다이다.
이번주 일정 확인을 위해 달력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마음이 불타오르네.
바깥돌이 남편을 둔 내향성 아내의 분노랄까.
나는 아미는 아니지만,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가 떠오른다.
손을 들어 소리 질러 Burn it up
불타오르네
싹 다 불태워라 Bow wow wow
싹 다 불태워라 Bow wow wow
Hey, burn it up...
이와 함께 결혼할 때 나의 결혼 모티브로 삼았던 시도 떠오른다.
정현종의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이 시를 다시 한번 마주하며 나의 불타오르는 마음을 한번 다잡아 본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받아들이기에 나의 그릇이 아직 한없이 작다. 그릇의 크기를 늘리고 더 넓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나는 열심히 읽고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