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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Jan 01. 2023

2015년, 삼성 퇴직 인사, 그 세 번째

삼성맨, 창조관, 입사, 퇴직, 제일모직, 삼성물산, 삼성SDI

오늘 메일함 정리를 하다 7년 전에 쓴 이메일을 발견했다.

옮겨 적으면서 약간 고쳤다.

읽어보면 아마 공감할 수 있는 중년 샐러리맨이 적지 않을 것 같다.




4월 30일 자로 삼성그룹을 떠나면서 여러분께 퇴직 인사를 올립니다.


88올림픽이 끝나고 입대를 준비하던 4-2학기 88년 10월, 당시 4대 대기업인 삼성, 현대, 럭키금성, 대우 중 어디로 원서를 쓸까 고민했습니다. 원서에 기재하는 내용이 가장 적었던 삼성을 택하여, 밤늦게까지 소설 한 편을 쓴 죄(?)로 오늘 여기까지 왔습니다.


막상 떠난다고   정리하려니 생각만큼  안되네요. 오늘 아침 예전에 함께하던 분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마음속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선후배, 동료 여러분들과 함께   있었던 지난 시간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떠나는 저에게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어찌하다 보니 삼성에서 세 번째 퇴직 인사를 하게 되는 흔치 않은 경험도 하네요. 97년 11월 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으로 전배가면서, 이어 2000년 2월 삼성물산에서 그룹 퇴직 인사를 하고, 04년 9월에 재입사한 지 11년 만에 세 번째 퇴직 인사를 드리고 떠납니다.


그동안 삼성에서 지냈던 지난날을 되돌아봅니다. 젊은 시절에는 모든 일이 마음 먹은 대로  풀려서 '이런  인생인가 보구나', '  먹은 대로  되는  인생이다'라는 치기 어린 철없는 착각 속에 빠져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스스로 높아져서 살았던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새 중년이 되고 저한테는 전혀 없을  알았던 인생의 어려움을 하나둘씩 겪으면서 내적으로 성숙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이나 다른 이들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기보다는 각자의 내면의 모습을 보려고 노력했고, 이해하며 공감할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게 되었구요.


이제까지 회사생활에서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믿고 따라준 후배들, 때때로 맘에 들지 않는 저를 넓은 아량과 인내로 지도해 주신 상사와 선배님들, 그리고 마음의 짐을 서로 나눈 동기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염치없는 일이지만 나름으로 어려워서 사람의 도리를 못 했던 일들은 작은 허물이라 여기시고 양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하나님의 돌보심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여러분 각 개인과 가정, 특히 자녀들 위에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안선형 拜上

2015년 4월 23일




이에 격려의 말로 답장을 보내온 선배, 동료, 후배의 글 몇 개를 같이 올린다.


1. 선배 YH Kim


안 부장(안 이사님인가)..

퇴직 인사 멋있게 적었네.. 요즘 여러 사람들이 떠나가니 별 감흥이 없었는데 안 부장 Say good bye letter는 좀 가슴에 와닿는구만..

나하고 입사 시점도 비슷하고 삼성 살아온 내역이 크게 다르지 않아 그런 모양이야..

27-28년 삼성 생활이 따지고 보면 살아온 인생의 전부인데 안 부장 메일 보면서 나도 지나간 내 삼성 생활을 반추해 볼 수 있었어..

한 조직체에서 여러 회사 여러 국가 여러 업무를 해보았다는 건 행복이자 축복이라 생각해..

새로운 인생을 찾아 나서는 시점에서 여러 부담감, 개운함, 아쉬움 등 여러 감정이 겹치겠지만 부정적인 것 다 떨쳐버리고 Fighting 하시게나..

새로운 일을 하려는 안 부장의 이미지가 기존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이미지 보다는 훨씬 잘 들어맞는 것 같아..

답답한 가슴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없어져서 다소 아쉽긴 하지만 내 혼쾌히 보내줌세..

새로운 인생 멋있게 사시고 앞으로 주구장장 건승하시게...


2. 동료 JH Jeong


안 부장님과 직접 일한 기억은 없지만 오며 가며 짧지만 기억이 남는 순간이 많습니다.

특히, 옛날 지역전문가 하셨을 때 제가 미국에 출장갔었고 그때 함께 주말을 보내며,

낚시하러 갔던 것, S. L. 집에서 저녁 먹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제가 미국에 있으니 그때 생각이 더 나네요.  

안 부장님,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앞날에 항상 행운과 건강이 깃드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언제 미국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3. 후배 JW Choi


선배님 우선 축하를 드려야 하는 거죠?

그동안 오가며 마주쳤을 때 항상 웃음으로 대하여 주셔서 그런 인상이 깊이 남습니다.

앞으로 삼성에 계실 때보다 더 승승장구하실 거예요....

선배님도 가족분들도 화이팅 하시고 더 행복하시길 믿습니다.

축하드립니다~


4. 후배 DS Lee


선배님,

퇴직 인사의 글을 읽으면서

멀리 독일에서 글로나마 안부를 전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좋은 기억에 남는 모직이기를 바랍니다

환절기, 변화 시기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은총이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91년 7월 삼성인재개발원 창조관에서 신입 사원 연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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