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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쑥갓 Sep 28. 2022

향을 피웁니다.(22.04.1x~22.04.21)

나 냄새 나나요?

향기가 나나요
좋아하는 노래

   에게는 일종의 신념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향이 있다는 조금 우스운 얘기입니다. 코를 통해 맡을 수 있는 물리적인 향만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분위기. 분위기라 표현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라는 말로는 미처 다 담을 수 없는, 그런 생각입니다. 향기가 느껴지면, 곁에 두고 싶습니다. 악취가 느껴지면, 멀리하고 싶습니다. 그런 간단한 얘깁니다.


   는 민감함과 둔감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신기한 부위입니다. 향기를 쉽게 발견하지만, 곧 마비가 됩니다. 당연하다고 인식합니다. 더 이상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소중했던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별합니다. 곁에서는 향기를 잊어버리고, 떠나서는 향기를 잃어버립니다. 잃어버림과 동시에 잊었던 향기를 떠올립니다. 결여를 통해 소중함을 깨닫는 건 참 잔인합니다. 동시에 쉬이 보낸 자신을 책망하기 마련이니까요.


   취도 마찬가집니다. 예민하게 나쁘다고 알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되면, 더는 모르게 됩니다. 불편했던 시간이 편해진다는 것은 매력적이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중요한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몸에도 악취가 배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자각할 줄 모르는 악취는 지울 수 없고, 남에게 상처를 줍니다. 나쁨에 대한 민감함을 유지하도록 환기가 필요합니다.


   은 함께할 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닙니다. 암묵적 기억으로 남아, 음악처럼 누군가를 떠올립니다. 살짝 젖은 흙냄새에, 옷에 스며든 비 냄새에,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의 소금기에 저마다의 사람을 떠올립니다. 여태껏 느껴왔던 향이었을 텐데, 마음속의 사람과 결부하니 색다르기도 합니다. 때로는, 모든 향이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만큼 그 사람이 풍겨준 향기가 다양했다고도, 사람과 오래 함께했다고도, 우리에게 있어 중요했던 사람이라고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 전 친구와 술 마시며 일상을 나눴습니다. 이렇다 할 대학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터라, 친구에게 대학은 어떤지, 사람들은 또 어땠는지 아이처럼 물었습니다. 새로운 세계는 흥미로웠고, 특히 연애사가 재밌었습니다. 친구는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세세한 일들 대신, 특이한 사람이었다고, 특이하기에 특별했다고, 눈이 오면 상대를 계속 추억할 거라 말했습니다. 잔을 비우고, 웃는 친구가 어른 같아 낯설었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궁금했습니다. 나는 남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을까? 특이한 향일 수 있을까? 특별할 수 있을까? 글쎄, 아무래도 무리 같습니다. 남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란 자신도 없을뿐더러, 이름 석자 각인되는 것도 조금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만 어떤 향으로 남고 싶은지 꿈을 꾸었습니다. 나는 평범한 향이 되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향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나마저 자극을 주고 싶진 않습니다. 옆에서는 조용히, 또 덤덤하게 있고 싶습니다. 떠난다면, 아주 영영 떠난다면, 그들도 날 떠날 수 있게 다른 향들에 쉬이 잊히고 싶습니다. 있었듯 없었듯 확산되어 가버리고만 싶습니다. 다만, 아주 작은 욕심도 있습니다. 너무나 평범하기에, 어디서나 맡을 수 있는 향이기에, 가끔은 날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떠올리고는, 금세 사라져 숨고 말 겁니다. 같은 향에 다른 사람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향을 대표하진 못해도, 많이 맡다 보면 나에게도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까 바라봅니다. 어쩌면 무엇보다 잔인한 바람일지도 모릅니다. 흔한 만큼, 떨쳐내기도 힘들 터이니까요.

시간과 함께 때 묻은 내용입니다. 남들을 떠나보내다 보니, 노래를 듣다 보니, 오랜만에 쌓여있던 먼지를 털었습니다. 그런 나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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