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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쑥갓 Sep 23. 2022

목련을 위하여 (2017.03~04)

변명

꽃은 흑백이에요.

 

  을 좋아하는 나에게 봄이 간다는 것은 예부터 그다지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유에 환절기라 코가 막힌다, 여름은 너무 덥다 등등 여려가지 살을 붙일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그중 다소 소소해 보일 수 있는 목련 꽃잎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겨울이 미처 다 가지 못한 깊은 밤에, 작가 김훈이 말했듯 목련은 등불같이 피어난다. 그렇게 목련이 어두운 길을 밝히면 그제야 봄은 길을 찾았다는 듯 서서히 오기 시작한다. 그 후 두 달이 지나고 봄이 걸음을 다시 재촉해야 할 때 목련은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것 마냥 지고야 만다. 꽃이 피어 있는 동안 무엇보다 하얬던 색은 온데간데없고, 떨어진 꽃잎은 구정물을 머금어 더러워 진채로 온 도로를 뒤덮는다. 이 모습이 굉장히 흉하기에 나는 목련을 싫어했다. 마치 손뼉 칠 때 못 떠난 어느 한 부적응자의 말로가 떠오르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떨어진 목련 잎을 쉬이 밟을 수가 없었다. 그 추했던 목련이 어째서였을까.


     이런 변화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을 우연히 본 후 바뀌었을 성싶다. 중간부터 보기도 했고 각 잡고 본 영화도 아닌지라 내용도 자세히 기억이 안 나지만, 딱 한 가지 장면만은 내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다. 도서관 사서였던 한 늙은 수감자인 브룩스는 자신이 가석방이 될 것이란 소식을 듣고는 감옥에 더 있기 위해 가짜 인질극을 벌인다. 하지만 결국 감옥에서 '추방'당하고, 사회로 '유배'되지만 오랜 수감 기간 동안 변화한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했던 것인지 자살로 삶을 귀결한다. 이 장면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브루스도 추하게 뒤처진 사람이었을까? 난 아니라고 느꼈다. 단지 그에게 변화는 너무 빨랐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적응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이렇게 한번 생각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참 많이 달랐다.


     글을 쓰는 나조차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놀이터에 가면 친구들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종종 든다. 특히, 바로바로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는 대중매체의 경우 그에 발맞추지 못한 사람은 도태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흘러간 이름들은 수없을 것이다. 이처럼 세상은 지금 목련 포화상태이다. 나는 그 이유가 모든 이들의 찬란했고, 따스했던 봄에 비해 닥쳐올 여름은 불확실하고 뜨거워서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추억이라는 단어의 존재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을까. 다만 추억은 추억이기에 뒤로하고 떠나야 한다. 이러한 현실은 너무나 잔혹하며 사람에게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떠나야 할 때 떠나는 사람들이 박수받는 이유도 사람으로서 그런 불가능할법한  일을 해내고만 초인들이기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초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이의 목련이 지는 이별의 순간이 오고, 뜨거운 여름에 이른다. 그때 꿋꿋이 여름마저 다 지나고 봄과 같은 가을이 온다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목련 열매와 같은 좋은 일들이 생기지 않겠는가. 단, 이는 아주 먼 얘기이고, 마지막엔 열매 같은 행복한 결말도 예정되어 있으니 지금은 조금이라도 우리들을 사랑하도록 하자. 추하다고 욕하지 말자. 모두가 떠나보냈지만 나만은 떠나보내지 않았다고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고 위로하자.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면 세상은 발전하겠지만, 절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면 세상은 행복해질 터이다. 모든 목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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