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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SONG Apr 16. 2021

색소 앤 더 커피

Saxo And The Coffee

"설렘이 없다면 시작하지 마세요"


​모든 일을 앞두고 너무 설레서 운명처럼 시작하고는 곧 숙명처럼 끝내고 말았다.

우연하게 '달려라 커피'라는 커피 트럭의 제작자를 만났다. 갑장(甲長)이 지닌 공감대는 할리우드 키드(Hollywood Kid) 세대로 통하는 창의적인 언어로 초면의 어색함을 덜었다.

​미국의 어느 마을 놀이동산에 찾아온 아이스크림 차처럼 느껴진 푸드트럭, 아니 커피 트럭은 설렘을 넘어서 순간의 울컥으로 눈 밖으로 흐르지 못하는 감동의 눈물을 깊게 흐르게 했다.

더 이상 창업의 여력은 없다. 다만 아직 감동과 설렘이 유일한 불씨이다.


​지인에게 투자를 받아야 하는가 고민했다. 한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후원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면서 색소폰 연주를 하는 커피 트럭을 상상했다. 남들 다 접는다는 카페를 그것도 트럭에서 한다면 투자는커녕 도시락 싸서 말리려 들지 모른다. ​"매출이나 수익은 감성보다 우선이 아니다"라는 생각 덕분에 빚잔치에 초대된 사람이고, 여전히 삶이 고달프지만, 진짜 성공은 이제부터라고 강하게 믿기 시작하며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꾸었다.


​20년 넘게 이어온 색소폰 강사를 때려치운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썼더니 걱정하는 느낌을 담은 것처럼 보이는 '얼씨구'들의 안부가 이어졌다. 누구 좋아서 얼씨구나 하라고 그만두겠냐 싶어서 그들의 얼굴을 그리며 "너도 하는데 내가 왜 그만두겠냐"라고 소심하게 속으로 외쳤다. 그 에너지가 강한 힘으로 그들의 귀를 간지럽게 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연히 만난 커피 트럭에는 '달려라 커피(Dalryeora Coffee)"가 쓰여있었다.

예쁘기도 했지만, 돌아가는 조명과 음악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때 아주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장면이 바뀌고  트럭에는 "   커피(Saxo And The Coffee)”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현실이 아닌 상상이었지만, 그 순간의 시간은 커피 트럭을 바닷가와 산길을 오르는 길목으로 인도했다. 허여멀건 하게 생긴 중년 남성이 자줏빛 앞치마를 두르고 색소폰을 연주했으며, 말려도 하겠다던 가장 좋아하는 스탠딩 개그까지 선보이고 있었다. 내리는 ​시간이 걸려도 그 커피를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삶을 녹여서 내려주는 드립 커피를 받고는 기뻐했다. 정말 기분 좋은 상상이며,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동안 정말 힘들었는지 작은 상상 하나가 마지막 잎새처럼 깊은 위로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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