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xo And The Coffee
"설렘이 없다면 시작하지 마세요"
모든 일을 앞두고 너무 설레서 운명처럼 시작하고는 곧 숙명처럼 끝내고 말았다.
우연하게 '달려라 커피'라는 커피 트럭의 제작자를 만났다. 갑장(甲長)이 지닌 공감대는 할리우드 키드(Hollywood Kid) 세대로 통하는 창의적인 언어로 초면의 어색함을 덜었다.
미국의 어느 마을 놀이동산에 찾아온 아이스크림 차처럼 느껴진 푸드트럭, 아니 커피 트럭은 설렘을 넘어서 순간의 울컥으로 눈 밖으로 흐르지 못하는 감동의 눈물을 깊게 흐르게 했다.
더 이상 창업의 여력은 없다. 다만 아직 감동과 설렘이 유일한 불씨이다.
지인에게 투자를 받아야 하는가 고민했다. 한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후원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면서 색소폰 연주를 하는 커피 트럭을 상상했다. 남들 다 접는다는 카페를 그것도 트럭에서 한다면 투자는커녕 도시락 싸서 말리려 들지 모른다. "매출이나 수익은 감성보다 우선이 아니다"라는 생각 덕분에 빚잔치에 초대된 사람이고, 여전히 삶이 고달프지만, 진짜 성공은 이제부터라고 강하게 믿기 시작하며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꾸었다.
20년 넘게 이어온 색소폰 강사를 때려치운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썼더니 걱정하는 느낌을 담은 것처럼 보이는 '얼씨구'들의 안부가 이어졌다. 누구 좋아서 얼씨구나 하라고 그만두겠냐 싶어서 그들의 얼굴을 그리며 "너도 하는데 내가 왜 그만두겠냐"라고 소심하게 속으로 외쳤다. 그 에너지가 강한 힘으로 그들의 귀를 간지럽게 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연히 만난 커피 트럭에는 '달려라 커피(Dalryeora Coffee)"가 쓰여있었다.
예쁘기도 했지만, 돌아가는 조명과 음악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때 아주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장면이 바뀌고 그 트럭에는 "색소 앤 더 커피(Saxo And The Coffee)”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현실이 아닌 상상이었지만, 그 순간의 시간은 커피 트럭을 바닷가와 산길을 오르는 길목으로 인도했다. 허여멀건 하게 생긴 중년 남성이 자줏빛 앞치마를 두르고 색소폰을 연주했으며, 말려도 하겠다던 가장 좋아하는 스탠딩 개그까지 선보이고 있었다. 내리는 시간이 걸려도 그 커피를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삶을 녹여서 내려주는 드립 커피를 받고는 기뻐했다. 정말 기분 좋은 상상이며,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동안 정말 힘들었는지 작은 상상 하나가 마지막 잎새처럼 깊은 위로를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