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 더 커피창업이야기
커피가 좋아서 *커피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페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그래서 그냥 커피집이 좋다)다. 거기에 커피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것이 색소폰이라서 색소폰도 함께 하기로 했다.
10년 전, 생각이다.
그때 적어 놓은 글들이 일기처럼 썼던 블로그 곳곳에 남아있다.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정성을 다해서 내렸던 신선한 '핸드 드립(Hand Drip)'은 15년 넘게 어떤 상황에서도 즐겼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따고 싶지 않다. 그냥 일처럼 직업처럼 가고 싶지도 않다. 소위 말하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커피의 남다른 수색과 무게로 담기고, 그것을 나누고 싶다"
<Concert & Coffee>
내가 꿈꾸는 컨셉이다. 이 두 가지 콜라보는 'COLLABO’라는 간판으로 남의 집 간판으로 달리기도 했다. 이제 와서 쓰고 싶거나 달라고 조르고 싶지는 않다.
다행스럽다면 이름은 갔어도 지닌 컨셉은 간직하고 있다. 묵직한 커피의 위로와 거슬릴 것 없는 피아니시모로 듣는 색소폰 연주는 인생으로 시를 쓰고 싶었던 한 남자가 품 안에 품고 있는 소중한 보검이기에 가끔 꺼내서 보고는 했다.
커피는 다 쓴 줄 알았다. 하지만 삶을 녹여 내리는 커피는 달랐다. 좋은 물, 적정온도, 일정한 입자의 분쇄도 그리고 털기와 뜸 들이기 그리고 연주하듯 마음을 담은 좋은 압력이 만나면 정말 다른 세상이라도 사는 기분이 든다.
색소폰을 잘 몰랐던 시절에는 색소폰 소리는 다 거기서 거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의 쓴맛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그 속에서 얻은 담백함을 담은 색소폰 연주를 알게 된 후 전쟁터에서 맞은 모르핀이 이런 것이겠지 생각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타고 강남 살겠다고 악기 보따리 들고 다녔던 인생도 살아봤다. 그 수고의 헛됨이 무엇인지는 가슴 깊은 곳에 오징어 먹물로 진하게 문신처럼 남았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라는 구구단 오단보다 쉬운 이치를 알면서도 애써 피했다. "그래 난 커피가 좋다. 색소폰이 좋다." 진짜 잘 내리고, 잔잔하게 연주하겠다는 10년 전 일기는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된다.
어쩌겠는가 그리 좋다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