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이를 성장의 기회로 재구성하는 것은 개인의 발전과 전문성 향상에 필수적입니다. 정답을 추구하기보다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면 삶의 만족도와 적응력이 향상됩니다.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 모두에서 충실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애덤 그랜트는 Think Again에서 전문가가 자신이 아는 것에 의구심을 표현할 때 다른 사람이 그 전문가의 말을 더 신뢰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언급합니다.
더닝-크루거 효과 또한 가장 자신감 있게 자기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임을 알려줍니다. 챗지피티가 답을 모르는 질문에도 아무 말이나 청산유수로 늘어놓으며 할루시네이션을 보이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살아가며 정확한 답을 갖고 대처하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적어 보입니다. 대부분 답이 명확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답은 아니더라도 근사치 답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움직여야 할 때가 많죠.
자신의 답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약간의 의구심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지성(즉, 사물을 개념에 의하여 사고하거나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판정하는 오성적 능력이나 그러한 정신의 기능)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답을 갖고 싶어합니다. 정답을 통해 정확하게 예측하고 싶어합니다. 리사 펠드먼 배럿이 이야기하듯이 불확실성은 너무 많은 신체 예산을 소모하기 때문에 우리가 틀릴 수도 있는 가능성, 즉 불확실성에 우리를 맡기기보다 특정 예측이나 개념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스테레오 타입으로 한 사람을 재단한다거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답을 성급하게 택하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만족화란 미해결 상태나 문제 상태(다시 말해, 알지 못하는 상태)를 너무나 불편하게 여겨, 그 불편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첫 번째 답으로 성급하게 뛰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일단 뭐라도 답을 정하고 나면 우리는 거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가 좋아하는 영어공부를 예로 들면, 외국인과의 대화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에 몸을 내맡기는 상황입니다. 틀리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입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후회하고 자책합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고 불확실성이 디폴트라면 불확실성을 최대한 피하려는 노력은 위에 언급한 대로 자신에게 독이 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답이 없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덜 불안해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Uncertain: The Wisdom and Wonder of Being Unsure을 쓴 Maggie Jackson의 혜안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이번 뉴스레터로 모셔왔습니다.
How Uncertainty Can Transform Your Life / Maggie Jackson - YouTube
애덤 그랜트의 관점과 비슷하게 그녀는 진정한 전문가란 기존의 솔루션이 통하지 않는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친숙한 상황 하에서 이제까지 차용했던 관점이나 휴리스틱 방법을 버릴 수 있는 적응력을 지닌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요. 불확실성을 위협적인 적군이 아닌 동맹군으로 관점 전환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설명이 정말 와닿습니다. 불확실한 상태에 놓인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자동주행 모드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수동주행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세상에 대한 이해를 업데이트하라고 외치면서 우리가 상황에 더 잘 적응하도록 준비할 수 있게 하는 동맹군인 셈이죠.
사실 불확실성 자체는 위협적/중립적/긍정적으로 지각될 수 있습니다. 꼭 위험과 연관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한 개인이 어떤 맥락에 처했는지에 따라서 위험 혹은 보상으로 지각될 수 있습니다. 가령 한 개인이 예측/통제가능성을 중시할수록 불확실성은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정답을 갖고자 할수록, 즉 예측하고 통제하려 할수록 불확실성을 수용하기 어렵고 그만큼 걱정과 불안도 커지게 마련입니다.
지금 곁에 있는 연인이나 배우자와 어떻게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나요.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만나 보면서 알아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관계로까지 발전 가능했을 겁니다.
두 남녀가 만나 친밀감의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수용하겠다는 마음 상태가 필수조건이듯이 한 개인의 성장과 불확실성의 수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Maggie Jackson은 강조합니다.
상담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온전히 이 길에 뛰어 들기 전에는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회의를 종종 경험했습니다. 누구보다 예측/통제 가능성을 높이는 데 온 관심사가 쏠려 있는 위험회피 기질이 강한 제게, 어떤 식으로 상담자-내담자 상호작용이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담이라는 상황 자체가 큰 수행 불안을 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담자로서 일을 계속 할지 말지 자의 반 타의 반 확실하게 결정을 내려야 했고 결정을 한 이후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불확실성에 나를 최대한 맡겼습니다. 정신과에서 환자를 처음 면담하던 십몇 년 전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하면서요. 내담자가 하는 말에 집중하며 잘 따라 가려 했고, 내담자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싶을 때는 억지로 말을 쥐어짜내기보다 나도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하나둘 쌓일수록 상담자로서의 수행 불안이 줄어듦을 체감했습니다.
전문가로서의 성장뿐만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것이 성장의 밑바탕이 됩니다. 즉, 지금 나 자신, 나와 관계 맺은 어떤 사람, 내가 속한 사회, 과거와 미래 등을 이제까지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 할 수 있다면 인격적으로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온갖 일에 대해 지나치게 예측하거나 정답을 찾고자 하는 것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지금 실제로 벌어지는 일에 주의의 초점을 맞출 수 없고, 이는 전반적인 삶의 만족감을 떨어뜨립니다. Maggie Jackson은 자신이 본래 굉장히 future-oriented 된 사람이었지만 불확실성을 관점이나 해법 변화의 필요성을 알리는 동맹군이자 성장의 기회로 재개념화한 이후로는 현재에 보다 충실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불확실성 안에 위험이 내포돼 있다고 느끼면 두려움과 불안에 떨 수밖에 없지만, 재개념화를 통해 현재와 미래 모두를 보다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불확실성에 자신을 조금씩 내맡긴 결과입니다.
불확실성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이자 배움을 통한 성장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여기면서, 호기심과 탐구심을 가지고 불확실성에 점진적으로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AI의 발전으로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게 마련인 상황인데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이처럼 직업적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두 연구에서 어떤 소식을 듣게 될지 모른 채 그저 기다려야 하는 시기에 더 강렬하거나 더 빈번한 몰입 상태를 경험했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나은 감정 상태를 경험했다고 보고했습니다(Rankin, Walsh, & Sweeny, 2017).
위 논문을 쓴 저자는 누구나 새로운 것(Novelty)에 대한 욕구가 있고, 이제껏 안 해보았던 활동을 하며 몰입할 수 있다면 기다림의 시기에 수반되기 쉬운 반복적인 부정적 사고의 패턴을 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AI에 관심이 많습니다. 챗지피티 3.5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게 2022년 말에서 23년 초입니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호기심이 많은 저는 2022년 8월에 챗지피티 3을 글쓰기에 활용한 유튜브 영상을 본 이후부터 AI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글쓰기나 영어공부에 AI 활용하는 법을 궁리했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기기도 했습니다.1, 2 이 과정에서 종종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드는 몰입 경험을 합니다. 바쁜 와중에 AI 활용한 개인 RAG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다고 지식이 전무한 영역에 10시간을 쓰기도 했고요. (결국 해냈습니다. 제가 아니라 구글이.)
이처럼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에 조금씩 다가서 보는 것은 일종의 마음챙김이며, 불확실한 상황을 내게 위협적인 무엇으로 예측할 때 발생하는 걱정이나 두려움과 양립하기 힘듭니다. 연애 초반에 상대방을 더 알고 싶고 상대방에 관한 어떤 것이든 하나라도 더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 상태를 떠올리시면 제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더 잘 이해되실 것 같네요.
글의 정리는 AI에게 위임합니다. Maggie Jackson도 업무에서 다른 사람에게 일을 적절히 위임하는 것이 불확실성에 나를 노출시켜도 재앙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경험을 하는 데 중요함을 언급하거든요. 이하 ChatGPT-4o가 생성한 요약입니다. 마음에 듭니다.
위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통해 우리는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것이 개인의 성장과 전문성 발달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애덤 그랜트와 Maggie Jackson의 관점처럼, 진정한 전문가는 자신의 지식과 판단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이며, 불확실성을 위협으로 여기기보다는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정답을 추구하고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족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사고와 관점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개인적인 관계와 전문가로서의 역할 모두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상호작용에서도, 그리고 개인적인 성장에서도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이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더 깊은 이해와 성숙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불확실성 속에서 호기심과 탐구심을 유지하며 새로운 것에 몰입하는 경험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과 몰입은 우리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고,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결론적으로,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할 때 우리는 현재와 미래 모두에서 더욱 충실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문 출처: https://stib.ee/qymC
이 글은 MarkedBrunch를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