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별 '오피스 빌런' 대처법
"또라이 질량 불변의 법칙"을 들어본 적 있는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뒤를 잇는 신뢰성 있는 법칙이다.(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진짜 밝히면 맞을 것 같은....)
명제는 간단하다.
어디에 가더라도, 또라이의 질량은 동일하다.
그러므로 어느 조직이든 또라이는 있고, 만약 또라이가 없다면 모두가 은은하게 돌아있다는 것이다.
블라인드에 이런 글과 댓글이 올라왔다.
"팀에 '월급 루팡' 있는데요. 일은 안 하고 회의만 참석하고 보고서는 맨날 틀려서 결국 제가 처음부터 다시 작성합니다.ㅠ 근데 연봉은 저보다 높음. 이게 말이 되나요?"
댓글:
"우리 팀에도 있어요 일 떠넘기기 선수. 국대급입니다"
"공은 가로채고, 뭔가 잘못되면 제일 먼저 빠지는 사람 있음 ㅋㅋ"
"회의 때만 목소리 크고 실제로 일하는 건 본 적 없음"
리멤버에도 올라왔다.
"제가 기획한 내용을 선배가 자기가 검토했던 방향이라면서 슬쩍 자기 공으로 만들더라구요..이슈가 터지면 저한테 책임 떠넘기구요"
8회에서 바운더리 침범하는 사람 대처법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럼 이제 다 배운 거 아니에요?"
아니다.
8회는 "선을 넘는 사람"에 대한 대처였다. (사생활 캐묻기, 시간 낭비, 반말)
9회는 "일 못하는 사람, 악의적인 사람"에 대한 대처다.
8회: 개인 경계를 침범하는 사람
9회: 업무적으로 해를 끼치는 사람
일은 떠넘기고, 공은 가로채고, 책임은 회피하는 사람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특징:
출근해서 시간은 보내지만 성과는 없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업무만 골라서 조인한다.
사소한 실수를 반복해 팀 전체 리소스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행동 사례:
"내가 3일 전에 얘기한 거 확인해줄래?" 하면 "아, 아직 못 봤는데요…"만 며칠 째 반복.
작은 업무도 자꾸 틀려서 결국 다른 사람이 다시 처음부터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누적.
블라인드에 이런 글이 있었다.
"팀에 월급 루팡이 한 분 계시는데 하루종일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ㅋㅋ 야근은 제일 많이 하는데 결과물은 없음. 진짜 신기함"
대처법:
일의 범위·기한·성과 기준을 문서로 명확히 하고, 중간 점검을 제도화한다.
1:1 면담에서는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결과"에만 초점을 둔다.
실전 예시:
"이번 주 수요일까지 1차 초안, 금요일까지 최종본이 나와야 합니다 . 목요일 오전에 1차 초안 리뷰 같이 할까요?"
"최근에 OOO 업무에서 같은 오류가 세 번 반복됐어요. 어떤 부분이 막히는지 같이 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점검할지 정해보죠."
리멤버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월급루팡한테는 중간점검이 답입니다. 데드라인만 정하면 마지막에 폭탄떨어짐 ㅠㅠ 중간에 확인하면 미리 손을 쓸 수 있어요"
특징:
다른 사람이 전부 해 놓은 일에 마지막에 슬며시 올라타 공을 가져간다.
이슈가 생기면 가장 먼저 발을 뺀다.
보고 시 "우리 팀이 했다"고 하면서 실제 기여한 사람 이름과 역할은 흐리게 만든다.
행동 사례:
회의 막판에 "그건 제가 예전에 검토했던 방향인데요"라며 슬쩍 자기 공처럼 말한다.
이슈가 터지면 "그건 제가 최종 컨펌 전에 바뀐 걸 몰랐어요"라며 책임선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블라인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프로젝트 제가 전부 했는데 발표는 선배가 했습니다. 발표 끝나고 상사가 잘했다고 칭찬하는데 선배가 우리 팀이 열심히 했습니다 라고만 함 ㅋㅋㅋ 내 이름은 없음. XX놈인가?"
대처법:
성과 공유 시, 구체적 기여자와 역할을 함께 명시하는 문화를 만든다. (어려운 거 알지만 이렇게 해야 한다)
빌런 본인에게는 "이름 넣기"가 아니라 "역할 명시"를 기준으로 피드백한다.
실전 예시:
(회의 자리) "이번 프로젝트는 A가 기획, B가 데이터, C가 대외 커뮤니케이션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각각 한마디씩 공유해 줄래요?"
(1:1 피드백) "본인 평가에 '제가 주도해서'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해당 프로젝트는 실제로 OOO 과장이 설계를 주도했어요. 다음부터는 실제 역할과 맞게 표현해 주세요."
리멤버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회의 때 누가 뭐했는지 명확히 말하는 게 중요해요. 그냥 '우리 팀'이라고 뭉뚱그리면 공을 가로채가기 쉬움"
특징:
일을 미루는 데 선수다.
어디로 일을 미뤄야 할지 정확하게 캐치하는 것도 이들의 탁월한(?) 능력 중 하나다.
일을 분담하는 회의 시간에 넋 놓고 있다가는 일감토스형 빌런에게 당하기 십상이다.
행동 사례:
"OO 업무 하는 김에 이것도 해주면 안 될까요?"
"이 프로젝트는 ★★ 대리가 원래 하던 일이랑 비슷하니까"
"내가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블라인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선배가 자기 일을 자꾸 저한테 떠넘깁니다. ㅠ 니가 이거 잘하잖아~ 하면서.. 거절 못하고 받았는데 이제 그 업무는 자연스럽게 제 일이 되었어요"
대처법:
거절의 언어는 단호하고 명확하게, 비언어적 표현은 부드럽고 상냥하게.
"안 됩니다"라고 말하지만, 자세는 바르고 공손해야 한다.
상대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끝까지 경청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할 시간을 몇 초간 가진 후에 거절한다.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미안할 일이 아니므로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일 필요 없다.
실전 예시:
"하는 김에 이것도 해주시면 안 될까요?" →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서 어렵습니다."
"이거 OO대리가 잘하잖아~" → "잘하는 것과 제 업무인지는 별개입니다."
리멤버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거절할때 미안하다고 하지말기!! 일감 토스형은 그 미안함을 적립해서 다음 부탁 때 사용함 ㅋㅋㅋ"
특징:
전화를 잘 받지 않고, 문자를 남겨도 묵묵부답.
카카오톡의 1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 위해, 혹은 결과물을 받기 위해 이 사람의 답변이 절실할 때가 문제다.
행동 사례:
메일 보내도 답이 없고, 전화해도 안 받고, 카톡 보내도 1이 안없어짐.
"카톡 안 합니다", "메일이 스팸함에 있었어요"
블라인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협업부서 담당자가 연락두절이에요 메일보내도 답없고 카톡도 읽씹.. 전화하면 회의 중이라고 끊구요. 어떻게 일하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대처법:
(짜증나지만) 의사소통의 단계를 하나씩 밟아간다.
메일을 보내고, 메일을 보냈음을 1시간 안에 문자와 카톡으로 inform하고, 반나절 안에 이에 대한 답변이 없을 시 전화를 건다. 메일을 보낼 때는 프로젝트에 관여한 사람들을 참조로 넣고, 'OO일까지 답변 부탁 드립니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실전 예시:
(메일) 수신: 김과장 참조: 이팀장, 박대리 제목: [답변 요청] XX 프로젝트 일정 확인 (12/15까지)
본문: ... 12월 15일(금) 오전까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메일 보낸 후 1시간 뒤 카톡) "방금 메일 보냈습니다. 15일까지 답변 부탁드려요."
(반나절 뒤 전화) "메일 확인하셨나요? 급한 건이라서요."
리멤버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정말 참조를 할지 모르겠지만 참조에 사람 많이 넣는 게 답인 거 같다. 그래야 답장 안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참조자는 일종의 압박용(?)이라고나 할까?ㅋㅋㅋ"
특징:
자신의 한(恨)과 불만을 상대에게 쏟아부음으로써 에너지를 빨아먹고 산다.
출근길 붐볐던 지하철에 대한 불만부터, 가까운 동료에 대한 험담, 답답한 조직 분위기에 대한 저주까지.
한없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신의 마음은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 황폐해진다.
행동 사례:
"이 대리님은 너무 눈치가 없는 것 같지 않아?"
"회사가 왜 이 모양이냐"
"팀장이 또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
블라인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선배가 맨날 회사 욕합니다ㅠㅠ 아침부터 저녁까지 불평 불만.. 듣다보면 나까지 기분이 나빠집니다. 근데 본인은 저한테 쏟아내고 후련해진 얼굴.....한대 칠 뻔 했어요ㅋㅋㅋ"
대처법:
무반응, 긍정 전환, 화제 전환
"이 대리님은 너무 눈치가 없는 것 같지 않아?"
→ (무반응) ...
→ (긍정 전환) "그런가요? 저는 당당하게 느껴졌는데요?"
→ (화제 전환) "그나저나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요?"
그래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솔직한 피드백을 날리자.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제 마음도 어지러워져요. 줄여주시면 좋겠어요."
리멤버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험담에 맞장구치지 말기 침묵이 최고!! 불편한 침묵을 견디는 자, 승리할지라!"
특징:
모든 일에 모르쇠다.
특히 자신이 사수나 프로젝트의 전임자라서 일을 가르쳐줘야 하는 상황에도 "나는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를 반복한다.
행동 사례:
"이거 어떻게 해요?" → "모르겠는데요."
"전임자가 누구였어요?" → "기억이 안 나요."
블라인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전임자가 인수인계 제대로 안해줍니다. 물어보면 '기억이 안난다'라고만 하구요. '자료 어디있냐?'고 물어봐도 '몰라요' 도대체 어떻게 일하라는 거임?ㅋㅋㅋ"
대처법:
모르쇠형의 천적은 물음표 살인마다.
"모르겠는데요"라는 말을 하는 시간에, 차라리 일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상기 시킨다.
메일로도 물어보고, 전화로도 물어보고, 자리에 찾아가서도 물어보자.
다른 사람의 눈이 있는 곳에서 물어보는 것이 좋다. 좋은 사수처럼 보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충 가르쳐준 후에 답변을 끝내려고 한다면, 그 대충 배운 것 안에서만 수정해서 다시 물어보자.
보고서가 50%만 완성되었을 때 모르쇠형에게 찾아가 다시 조언을 구하고, 70%를 채웠을 때 또 찾아가 물음표 살인마가 되자.
중요 포인트: 모르쇠형이 무언가를 가르쳐주었을 때 반드시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한다.
리멤버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모르쇠한테는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게 훨씬 편하다는걸 학습시켜야 한다. 계속 질문해라!!"
특징:
기분에 따라 말투·표정·메일 톤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후배나 동료에게 강하게 표출된다.
윗사람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공손하지만, 후배·동료에게는 날 선 언행·무시 발언을 한다.
행동 사례:
아침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팀 전체에게 한숨·짜증·투덜거림 등 온갖 네거티브한 기운을 퍼뜨린다.
회의 중에 후배에게 "그걸 왜 이제 얘기해요?", "이 정도로 밖에 준비 안 했어요?"와 같은 공격적인 멘트를 쉽게 던진다.
블라인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선배가 기분따라 말투가 달라집니다. 기분 좋으면 친절한데 기분 나쁘면 반말에 짜증내고...ㅠ 예측불가능해서 엄청 눈치보입니다."
대처법:
솔직히 말하면, 이 유형은 후배가 직접 바꾸기 가장 어렵다.
후배가 선배를 코칭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전략이 달라진다.
전략 1: 최대한 거리 두기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는 업무 외 접촉을 최소화한다.
점심 같이 먹기, 잡담, 회식 등 비공식 자리를 피한다.
업무는 문서로 소통한다. 메일, 메신저로 기록을 남긴다.
구두로 지시받은 것도 "방금 말씀하신 대로 OOO 방향으로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메일로 확인한다.
전략 2: 감정이 아니라 행동에만 반응하기
선배가 짜증을 내도 그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다.
"기분이 안 좋구나"가 아니라 "지금 업무 지시가 명확하지 않구나"로 받아들인다.
실전 예시:
선배: (짜증 섞인 말투) "이 정도로 밖에 준비 안 했어요?" 나: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바로 보완하겠습니다." (감정 배제, 업무에만 집중)
전략 3: 팀장/상사에게 우회적으로 알리기
직접 대응이 어려우면, 조직 차원에서 개입하게 만든다.
1:1 면담 때 팀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요즘 업무 진행하면서 피드백을 받을 때가 있는데, 어떤 날은 상세하게 알려주시고 어떤 날은 표현이 강하셔서 조금 위축될 때가 있어요. 제가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핵심: 선배를 직접 비난하지 않고, "나의 어려움"으로 프레임을 바꾼다.
전략 4: 동료들과 연대하기
나만 당하는 게 아니라면, 동료들과 공유한다.
"나도 그래", "나도 그런 적 있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심리적으로 덜 힘들다.
그리고 여러 명이 비슷한 경험을 팀장에게 전달하면, 조직 차원의 문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전략 5: 기록하되, 쓰지 않기
공격적 언행을 날짜, 시간, 상황, 정확한 말을 메모해둔다.
당장 쓰지는 않지만, 나중에 HR이나 상사와 면담할 때 구체적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11월 20일 오전 회의 때 '이 정도도 준비 안 했냐'는 말을 들었고, 12월 3일에는..."
모호한 불만보다 구체적 사례가 훨씬 설득력 있다.
히어로와 빌런이 명확한 마블의 세계는 영화 속 이야기다.
사실 현실에서 마냥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일하는 스타일과 가치관이 달라 서로 삐걱거릴 수는 있겠지만, 빌런에게도 서사가 있고, 그들에게도 변명이 있다.
글의 재미를 위해 이들을 '빌런'이라 칭했지만, 사실 이들은 우리의 '동료'이다.
아닌 것 같다고?
다들 빌런이고 당신만 히어로인 것 같다고?
그렇다면 거울을 보자.
'또라이 질량 불변의 법칙'에서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거울 속에는 누가 있는가?
Chapter 2: 업무 경계선 서바이벌을 마치며
6회에서 거절하는 법을 배웠고, 7회에서 부탁과 거절의 균형을 배웠고, 8회에서 선 넘는 사람을 대처하는 법을 배웠고, 9회에서 빌런을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 당신은 일을 거절할 수 있고, 사람에게 선을 그을 수 있고, 빌런과도 싸울 수 있다.
근데 문제가 하나 남았다.
이 모든 걸 하다 보면... 지친다.
다음 10회부터는 Chapter 3: 멘탈 서바이벌이 시작된다.
거절하고, 선 긋고, 빌런과 싸우다 보면 번아웃이 온다.
퇴근하고 나서도 회사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일이 더 이상 설레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10회에서는 "번아웃 극복하는 방법"을 다룬다.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법, 함께 알아보자.
[Point]
1. 또라이 질량 불변의 법칙: 어디에 가더라도 또라이는 있다. 없다면 모두가 은은하게 돌아있다.
2. 월급 루팡형에게는 중간 점검, 숟가락형에게는 역할 명시, 미루미형에게는 단호한 거절.
3. 비행기 모드형에게는 참조 많이 넣기, 에너지 뱀파이어형에게는 무반응·긍정 전환·화제 전환.
4. 모르쇠형에게는 물음표 살인마 되기, 감정 기복형에게는 행동과 영향 중심 피드백.
5. 빌런에게도 서사가 있다. 그리고 거울 속 당신도 누군가의 빌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