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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Sep 18. 2021

선과 악

성실함과 게으름

착한 일은 기쁨을 주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지루함을 낳는다. 지루함의 반복은 일탈의 욕망을 낳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죄가 잉태된다. 지루함의 반복이 주는 단조로움의 고통을 이겨내고 계속 착함을 즐길 때 착함은 곧 선을 낳게 된다. 늘 착한 사람, 그런 사람은 선한 사람이다. 따라서 선과 악은 인내심의 문제이다. 인내심은 곧 성실함을 의미하며, 성실함은 선과 맞닿아 있다. 죄(악행)를, 인내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수행한다고 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죄는 애초부터 하지 말아야 할 것이므로 인내심, 성실함과 어울리기 힘들다. 그러나 악행이 몇 번 이루어지게 되면 그것은 노력하지 않고도 더욱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선은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만 악행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우리가 본래 악하기 때문이다. 악함과 선함 모두에는 기쁨이 뒤따른다. 그러나 전자에는 죄책감을 동반하는 기쁨이, 후자에게는 뿌듯함을 주는 기쁨이 따라온다. 악을 행하면 행할수록 더욱 깊어지고, 선을 행하면 행할수록 더욱 깊어진다. 악에 깊이 빠져 있는 상태에서는 선을 행하기가 새삼스럽고도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성실함이 착함의 미덕이라면, 게으름은 악함의 미덕이다. 착함을 찾아 떠나는 것보다, 악함을 피해 도망 다니는 것이 쉽다. 악함을 지속적으로 피하는 것이 바로 착함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악함으로부터 멀어짐에 있어서 게으름을 피우면 곧 성실함이 깨어지고 악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고 마는 것이다. 성실함은 선에, 게으름은 악에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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