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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작가 May 16. 2017

[클나의 패션 칼럼]#9. 디테일

조끼로 완성하자


  우리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부분에 집착하기보다 전체를 관망할 줄 아는 혜안을 견지하라는 뜻입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큰 맥락을 파악하고 다가올 일을 전망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큰 경쟁력이 됩니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전체를 보려고 하다가 작은 부분을 놓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전체보다 부분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죠. 작은 것들을 모아나가다 보면 결국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는 겁니다. <헬보이>, <쿵푸 팬더>, <퍼시픽 림> 등 걸출한 판타지 영화를 연출한 멕시코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내게는 디테일이 전부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디테일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뜻이겠죠.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내게는 디테일이 전부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1.  응답하라, 디테일!


  박보검과 혜리, 류준열, 이동휘 등 차세대 청춘 아이콘을 대거 만들어낸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을 기억하시나요? 사람들이 응답하라 시리즈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서도, 스토리가 뛰어나서도 아닙니다. 그 비결은 바로 디테일입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극본을 쓴 이우정 작가는 평소 예리한 관찰력으로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그 때 그 시절을 가장 잘 반영하는 물건, 장소, 노래, 인물 등을 빠지지 않고 하나하나 노트에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뛰어난 디테일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몰입력을 높이고 바이럴을 낳는 성공의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뛰어난 디테일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몰입력을 높이고 
바이럴을 낳는 성공의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2. 디테일, 기발함과 저급함의 한 끗 차이.


  Bro 라는 남자 가수가 있습니다. 아마 그 이름은 생소해도 그의 노래를 들으면 “아~ 그 노래” 하고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텐데요. 방송출연도 거대 홍보활동도 없었지만 한 때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고백했는데>, <그런 남자>, <잡쉈잖아> 등 그의 노래가 카페와 호프집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곤 했습니다. 신인 무명 가수가 연달아 곡을 히트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얼굴도목소리도가창력도 아닌 디테일한 가사’ 였습니다. 흔히 연인에 대한 사랑이나 이별에 대한 슬픔을 노래하는 보편적인 발라드 곡의 가사와는 달리 그는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여자친구에 대한 분노, 데이트 신청이 거절당한 찌질한 남자의 속마음,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친구에 대한 일침 등 색다른 내용을 너무나 생생하고 디테일한 가사로 표현했습니다. “근데 왜 돈 안내, 그지x아”, “그래 친구는 많을수록 좋지 재밌게 놀아”,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등이 그것인데요. 자칫 저급하거나 식상할 수 있는 개그송을 메가 히트곡으로 만들어 낸 데에는 이러한 디테일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할 수 있겠습니다.



자칫 저급하거나 식상할 수 
있는 개그송을 메가 히트곡으로 만들어 낸 데에는 디테일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3.  The best dresser is a Vest dresser.

 

  디테일의 중요성은 패션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펑키스타일의 룩에는 짙은 눈 화장과 가죽 악세서리가 필요하겠죠. 시크함을 표현하고 싶은 남자의 청바지는 많이 낡고 찢어질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좀 더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클래식한 남자가 되고 싶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조끼를 입을 것을 추천합니다. 
 

  어떤 종류의 베스트라도 상관없습니다. 윤기가 흐르고 몸에 딱 붙는 드레스 베스트도 좋고, 코트 안에 덧대어 입을 패딩 베스트도 좋습니다. 특히 굵은 짜임의 니트 소재로 만든 베스트를 여러분의 셔츠 위에 입을 것을 추천합니다. 당신의 룩은 훨씬 갖춰지고, 편안해 보이면서도 따뜻해질 겁니다. 구태여 뽐내려 노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켓 안에서 슬쩍 보이는 니트 베스트는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이 얼마나 제대로 된 클래식의 멋을 아는 사람인지 알려줄 테니까요.


니트 베스트는 당신이 제대로 된 클래식의 멋을 아는 사람임을 알려줄 것입니다.




  부디 다가오는 봄에는 거추장스러운 아우터 대신 조끼라는 디테일을 살려봄이 어떨까요? 충분히 따뜻하면서도 편하고, 훨씬 풍성해 보일 겁니다.               




by CLNA

[출처] Detail, all that is needed.|작성자 HELLO GEN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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