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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MK Sep 10. 2020

친구는 결혼식이 끝나고 연락이 없었다

사소한 과정이 생략되면 생기는 묵직한 감정


 어떤 친구가 되고 싶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소중한 인연이고 싶다고 답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말 중 하나가 ‘나는 먼저 연락하는 성격이 아니야’다. 태생부터 먼저 안부를 묻는 것에 타고난 사람은 없다. 연락은 노력이고 관심이다. 나는 그래서 먼저 안부를 묻고 먼저 연락을 한다. 몇몇 친구들은 고마워하면서도 오랜 습관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물론 나의 단호한 신념과 반대로 상대의 표현방식으로 서운해하거나 토를 달지는 않는다. 주는 사랑만큼 받고자 한다면 욕심이 진심을 앞설 것 같아서.


 이십 대를 함께 보낸 소중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 덕에 친구의 청첩장 스티커를 제작해주었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축사를 부탁해왔다. 내 결혼만큼이나 소중한 친구의 결혼에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결혼 당일, 막상 축사의 시간이 다가오니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하객도 눈에 띄게 적었지만 단상 앞에 서니 밝은 조명 탓에 신랑 신부밖에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4분가량의 편지를 속사포 읽고 자리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친구의 결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도리를 다 했다는 안도감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 후로 식사 때 잠깐 눈빛 교환을 끝으로 결혼식 후 이주 동안 친구는 연락 한 통 없었다. 부케를 받은 또 다른 친구 또한 그녀에게도 연락이 없다고 했다. 10년이다. 우리가 친구로 지낸 지가. 20대를 함께 울고 웃던 우정이 있다. 결코 쉽지 않던 과정을 그 우정을 위해 우리는 온 맘 다해 축하해주었건만 연락 한번 받지 못한 설움이 이렇게나 큰가 싶었다. 위에서 말했듯 주는 사랑만큼 받고자 한다면 욕심이 진심을 앞설 것 같다 했지만, 과연 이 감정이 욕심인가 의문이 들었다.


 바빴겠지, 정신없겠지. 이해의 시간을 보내고 한 달 뒤, 나는 그녀에게 톡을 보냈다. 살아있음을 증명하라는 농담과 동시에 결혼식 이후로 연락 한 통 없는 그녀에게 에둘러 핀잔을 주었다. 그녀는 바쁘게 지내다 보니 잊었다고 말했지만 역시나 나의 과한 기대를 충족하진 못했다.


 참, 나란 사람. 쿨한 척해 온 세월이 부끄러워진다. 축사를 쓰기 위해 몇 주간 서점에 들러 좋은 글귀를 찾아 헤매던 내 모습이 갑자기 안쓰러워졌다. 회사 동료의 결혼식만 해도 신혼여행 후 답례 인사를 받아왔다. 먼 관계임에 더욱더 철저했던 것일까? 나는 확실히 무심한 친구에게 서운해하고 있었다. 쿨은 개나 줘 버려. 나는 서운해!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는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쟤는 왜 그래?'가 시작되면 결국은 미움이었다. 이로써 나는 확고해졌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를 위해 애써준, 그리고 시간 내어준 이들에게 짧지만 꼭 감사인사를 전하겠노라. 결혼식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사람인지도 보여주는 자리라 생각한다. 사소함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


 감정이란 크기가 커야 소중한 것이 아니라 작은 마음이라도 전하는 이의 따뜻한 고민이 담겨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서운한 맘은 내 몫이지만 진심을 다해 그녀의 새로운 출발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이 또한 우정의 깊이가 서운함을 넘어 행복함을 빌어주게 되는 것이다. 천만다행이다. 그녀를 알게 된 지 오래되어서.


 결혼을 앞둔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꼭 짧은 인사라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주 사소한 결여가 커다란 서운함이 되니까 말이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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