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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MK Aug 24. 2020

더 좋은 사람과 사랑하고 싶나요?

당신에게도 그런 사랑이


 오랜 기간 연애를 하고 헤어지면 인간 말종의 이유가 아니고서야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다. 이 사람보다 더 오래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비록 헤어졌지만 이 사랑만큼 열정적인 사랑이 또 올까? 이렇게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나를 보듬어 줄 사람이 있을까?


 사랑에 관련된 모든 감정선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이별이 마치 인생의 대단한 실패라도 되는 양 씁쓸해했었다. 물론 매 순간 최선을 다 한만큼 미련은 없었지만 깊게 자리하던 묵직한 무언가가 순식간에 도려내진 듯 허무한 감정이 한동안 날 에워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만나게 된 사람이 어지럽던 나의 연애관을 하나로 정립시켜 주었고 내가 무슨 복이 타고나서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 되돌아보니 우리 둘에겐 공통적인 부분이 있었다. 사랑에 정답은 없지만, 나처럼 사랑을 끝내고 또 다른 사랑을 꿈꾸거나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고자 몇 자 써 내려가 보려 한다.


 1. 포맷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사랑을 채울 공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헤어진 전 연인의 잔재들로 새로운 사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면 그건 마치 세명이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십 대 후반이 되면 으레 몇 번의 연애를 통해 기본적인 연애 스타일과 스킨십 경험이 있을 거라 자연스레 짐작하곤 한다. 내가 말하는 공간이란 개인의 연애적 취향이 아닌 명백히 '전 사람'에 관련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하루아침에 될까? 불가능하다. 짧아도 일 년 이상 연애를 하던 내겐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이 약이다' 제일 싫어하지만 제일 현명한 말이다. 시간을 가져야 한다. 헤어지고 바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성향의 사람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겠지만 만약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털어내고 새로운 연애를 할 수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능력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하고 슬퍼한다. 나는 그 시간을 아주아주 소중하고 중요하게 보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 시기에 가장 하기 쉬운 생각이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 나는 이 말을 격렬하게 부정하고 싶다. 사람은 사람을 잊기 위한 수단이 되어선 안된다. 새로운 인연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될 권리가 있다. 왜 상대는 진심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는데 나는 그저 전 사람을 잊기 위한 목적으로 상대를 만나야 하는 것일까? 시기는 빠르더라도 적어도 그런 이유가 된다면 본인 스스로도 무언가 감추고 있는 찝찝한 마음이 들 것이다.


 의도치 않게 비슷한 시기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고 집을 꾸미고 가구를 들이는데 정신이 팔려 나의 삶에 집중하는 시간을 꽤 오래 가졌다. 미뤄온 운동도 정기권을 끊고 꾸준히 서점에 들러 굳이 돈을 내고 책을 샀다. 시간의 이유를 더해서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스스로를 위로하고 안아주고 응원하는 힘이 생겼고 혼자의 힘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외로움이 허덕이던 한 때 나를 뒤돌아보며 스스로 단단해져야 누군가 옆에 서도 흔들림 없는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느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를 처음 만난 날, 그는 내게 위 와 같은 말을 주저 없이 말했다. 그때 생각했다. '이 사람과의 끝이 어딜지 몰라도 한번 함께해보고 싶다'라고.



2. 재도전

   

 개개인마다 전 연애에서 얻은 교훈(?)들이 있을 것이다. 사소한 말투부터 연락 문제 어쩌면 이성문제 등등. 나는 특히 연락 문제가 제일 컸다. 연애 초반에는 서로 조금이라도 더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짧게라도 걸던 전화가 시간이 흐를수록 카톡 단답으로 변해가고 급기야 그 변화를 통해 사랑이 식어가는 것일까 맘 졸이기도 했다. 그러나 먼저 쓴 글처럼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비로소 연락은 그저 연락 그뿐이라고 심플한 정의를 내렸다. 달콤한 케이크도 첫 입이 가장 달 듯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을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길 바랬던 내 과거의 모순을 반성하며 나는 그가 어느 날 연락이 적더라도 그 순간을 사랑과 결부하여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카톡 1이 사라지는 그 별것도 아닌 이유에 내 귀한 관계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결과도 다 전 과정이 존재했기에 가능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터득하게 된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도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이런 내 생각에 공감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랑은 연락을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함이기에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내 못된 습관들을 조금씩 차단하며 여유로움을 길러야 한다. 그 감정이 안착이 되면 불이 나게 싸우던 사소한 일들이 그저 재채기처럼 순식간에 지나가고 만다. 이제는 뭐가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 해도 시간을 돌려 다시 어린 나이로 돌아간다면 난 똑같이 열정적으로 싸울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모든 인고는 과정이 있어야만 발전이 있다.



3.  인정


 그는 매사 당당했다. 전 연애를 몇 번 했는지 왜 헤어졌는지 서슴없이 말해줬다. 그것도 처음 만났을 때 말이다.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까지 당당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그는 이런 말을 덧 붙였다.

세세한 과거까지 말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 전 연애를 통해 제 연애관을 짧게 설명할 수 있어요

 그는 말해주고 싶어 했다. 어떤 모양의 사랑을 했는지가 아닌 그 사랑에 본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희한하게 그때의 이야기들을 통해 나는 그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가 연애 한번 못해보고 나를 만났다면 그로부터 찾아 올 온갖 고민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우성 칠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굳이 껄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누군가는 불편한 대화일 수 있지만 나는 오히려 연애 중간에 질문을 하는 것보다 처음 알아가는 과정에서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사랑 앞에서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상대가 어땠는지 아주 얇게나마 알게 된다면 연애에 있어 큰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단언컨대 이 말은 상대의 상처를 감싸주라는 모성애적 발언이 아니다. 더 좋은 관계가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과거의 사람을 인정하고 오히려 그 연애에 최선을 다한 상대의 모습이 난 비교적 '그냥 심심해서 만났던 별거 없던 여자야'라고 답하는 상대보다 나을 것 같다. 나도 전 연애에서 최선을 다한 일 인이니까.


 이십 대 후반이 되면 연애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조금씩 변해간다. 대학교 때나 취업을 준비하던 때까지만 해도 감정이 일 순위였다. 어? 저 사람 너무 만나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거침없이 사랑을 시작하려 애썼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의 사람인지 조금 더하여 어떤 꿈을 그리며 미래를 살아갈 것인지. 사람 그 자체의 온전한 사고를 아주 심도 있게 알고 싶어 진다. 그 과정의 걸림돌 아닌 걸림돌이 늘 전 연애였다. 굳이 애써서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익숙한 듯 낯선 과거의 남자들의 잔상에 고개를 흔든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전 연애는 초등학교 때 매일매일 쓰던 일기장과 같다고 비로소 생각한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지만 시간이 지나 읽어보면 그저 귀엽고 아련할 뿐이다. 일기장을 가슴에 품고 다가올 찬란한 내일을 허비하기엔 어쩌면 우리의 삶이 그다지 길지가 않다.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우연히 찾아온 운명 같은 상대.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수없이 아파봤고 기뻐봤고 헤어지면서 또다시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더 이상 무한한 반복이 아닌 조금은 평온하고 안정된 관계를 맺고 싶을 것이다.


 채우기 전에 비워내고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아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찾아온 상대에게 '누군가 필요한 시기에 네가 찾아왔어'가 아닌 '네가 오니 네가 필요해졌어'의 마음을 전달한다면 우리는 적어도 똑같은 이별이 아닌 한 단계 더 성장한 연애를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나 또한 이 글을 쓰면서 하염없이 그를 떠올리며 쓰고 있지만 우리의 미래도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단, 그 끝이 어디라 해도 난 이 순간마저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이다. 그게 가장 멋진 사랑이라 생각하기에.


 당신의 사랑도, 당신의 이별도, 당신의 새로운 모든 무언가에도. 가장 당신 다움이 녹아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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