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사실은 나는 그렇다.
여기에 애정이 없다.
여기의 사람들에겐 더더욱 애정이 없다.
그래서 아침마다 안녕하세요. 하는 목소리에 그닥 진심이 없다.
감사합니다. 라고 메일 끝구절에 쓰지만, 감사는 무슨.
애정이 없어서 그런지 영 심심하다.
그냥 이런 거다.
시간이 나면 임원 방에 들어가서 노가리 좀 까주고, (우리 사이, 괜찮은거지? 너 나한테 삐진 거 없지? 뭐 이런 체크의 의미다. 전~혀 의미가 없는 말 그대로 시간낭비인 노가리다)
일 하다가 주위를 슥 보면서 누가 제대로 하고 있고 누가 일을 제일 안하고 있는지.
그럼에도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왜 늘 불안하고
팽팽 놀고있는 저 사람은 왜 저리 늘 여유로운지. 보다가
아!
일하는 사람이 바보였지.
역시. 여기는 일 안하는 게 승자인가보다.
일 하는 척 티내면서 사실은 일 안하기. 이게 이기는 게임인거지.
감정적으로 될 때도 많았었다. 예전에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이마에 핏대가 설 정도로 바보 스러운 회사 직원들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거듭됐다.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네가 그렇지 뭐.
열등감인거겠지.
피해의식이냐.
불안함이냐.
다 보인다. 보여.
그래서 나도 딱히 감정소모를 하지 않게 됐다.
싫어하는 사람?
오고 가고 인사만 한다. 스몰톡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이 나만의 룰!
그래야 기가 빨리지 않는다.
진심없는 연기는 에너지가 필요하거든.
그걸 왜 나보다 윗직급이 아닌 그냥 싫을 뿐인 동료에게까지 해야 하나. 내 에너지를 아끼자 아껴!
그런거다.
일처리를 똑부러지게 해내는 사람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시샘하지.
까다롭다고 하고, 귀찮다고 하며, 뒤에서 험담을 한다.
나댄다고도 하고 저렇게 해서 승진이라도 하려는거야? 라는 식으로 비꼬기가 일쑤다.
회사는 대부분 뒷통수를 치기 때문에,
일을 똑부러지게. 열심히 하면.
뒷담화도 안고 가야 할 뿐더러, 대부분 보상도 받지 못하니 뒤통수를 맞게 된다.
그래서 이기는 건
일을 하는 척 하면서 실상은 하지 않는 거다.
우습지 않나?
회사 생활의 13년 차에. 얻은 결론이 이거라니.
조금 더 사실에 근접하게 말해본다면,
정말로 업무를 하는 것은 한 20% 정도 되고, 나머지 50%는 이 업무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썰을 푸는 데에 쓰며,
나머지 30%는 개인 볼일을 보는 것이다.
이게 회사생활을 찐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회사에 몰입할수록 뒤통수를 맞을 확률은 더 높아만 지고,
일을 똑부러지게 해낼수록 시기질투와 험담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높아만 진다.
가을도 높아만 지는데, 나의 회사원만렙은 정점을 찍고 있는 것 같다. 하.하.하. 힘내자 우리 월급쟁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