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3-07-23
‘내 이름 세 글자에 대하여’
지금은 새벽 1:42. 해야할 일들을 다 마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었나 돌아본다.
#1
오늘 나는 8시간 반 동안 ‘3Cs I Basic’ 1일차 강의를 했다. CiT코칭연구소 파트너코치이자 Basic 외부 FT로서 ‘내 이름’을 걸고 연 교육이었다. 사실 수강생 입장에서 같은 금액이면, 그 교육을 개발한 회사인 ‘CiT코칭연구소’에서 여는 공개과정을 수강하실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인스타그램에 1-2번 밖에 안내를 못 했는데, 신기하게 (사실 늘 그렇듯) 만나야 했던 인연인 사람들이 모였고, 같이 즐겁게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교육에 참가한 분들의 유입 경로가 인상적이었다. 나를 개인적으로 코치로서 다른 장면에서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 나를 믿어주시고 교육을 신청해 주신 것은 가끔 있는 일이라 끄덕이게 되는데, 이번 참가하신 교육생분들 중에서는 나도 그 분들과 모르는 사이인데, 그 분들께서 나를 코치로서 긍정적으로 봐 주시고 계신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 너머엔 그 분들이 보내주시는 전문코치로서 ‘내 이름’에 대한 신뢰가 바탕하고 있는 것이다.
그 분들께 새로운 분야인 이 코칭에 관련한 첫 교육을 내 이름을 믿어주시며 선택해 주신다는 것이 굉장히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2
또 어제 오늘은 저녁에 동료 코치님들을 오프라인으로 뵙기도 했다. 코로나 시절, Zoom으로만 인사 나누며 사겼던 분들을 최근 현실(^^) 세계에서도 인사 나누어 가고 있다. 신기하게 실제로는 처음 뵙게 되는 것인데도, Zoom에서 오래 보았기에, 만나자마자 익숙하고 그저 반갑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게 즐겁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돌고돌아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이 코칭업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누군가를 지칭하지 않더라도’ 각자가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나누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각자가 가진 (이름만 말하면 다 알만한) 시니어코치들과의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았다.
사실 코치는 같은 동료코치에게 상처 받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이 좋게 보았던 존경했던 시니어코치(선배코치)에게 상처 받곤 한다. ‘와, 이 분이 그래도 코치신데, 이런 분이시겠지?’ 했던 지점들이, 철저히 업무로 만난 자리에서 (특히, 직급이 ‘상/하’이게 될 때는 더더욱) 완전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던가, 코칭을 배우고 싶어서 의뢰한 코칭수퍼비전을 받다가 코치가 건넨 피드백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여러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고, 나도 지난 10여년 간 이 일을 하며 겪은 일들이 많다.
나에게 ‘시니어코치’시란 것은, 거의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해 가는 1세대 코치님들이 대다수 이시다. 그 중 몇몇 분들과의 경험을 기억하는 후배코치로서 나는 그 분들이 여시는 다양한 코칭교육, 행사들에, 그 코치님에 대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니까 ‘시니어코치’께서 여신다 해서 무조건 다 우러러 보고 참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 경험들에는 대부분 후배코치로서 ‘아,,,’ 하며 고개를 저었던 일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인지 이제는 더 조심스럽게 시니어코치님들을 사귀어가게 된다. 나는 이 일이 좋고, 이 일을 계속해 가고 싶은데, 그 일을 하고 있는 시니어코치분들에게 코치로서 실망을 하게 되면, 괜스레 마음이 씁쓸하고, 때때로 코칭 자체에 대한 실망으로도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좋은 선배 코치님을 만나고 사귀어가는 것은,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코칭을 더 잘 좋아할 수 있게 되는 것과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그럼 오늘 내가 가진 동료들과의 자리 같은, 내가 없는 다양한 자리들에서, ‘내 이름’은 어떤 코치로 이야기 될까? 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짧지 않게 활동해 온 만큼, 나를 코치로서 경험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텐데, 코치로서 ‘내 이름’ 석자를 어디선가 만났을 때, 어떤 코치로 떠올리며,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떤 이야길 나누게 될까란 생각으로 이어졌다.
#3
그리고 오늘 낮, 나는 몇 개월 고민하던 코칭수련공동체, 사이시옷의 사전 멤버십 중 하나인 KAC 수련과정을 홈페이지에 업로드했었다. 그것을 현재 ‘Basic’을 들으시는 분들에게 먼저 선택하실 수 있도록 선공개해 드렸었다. 그리고 밤 9시 넘어 인스타그램 등 외부에 홍보글을 올렸다.
먼저 선공개했을 때 전체 정원 4명 중 이미 3분이 신청하셨다. 그리고 남은 1자리에도 인스타그램 올리자마자 1분이 신청해주셨다. 말 그대로 ‘sold out’. 아침에 올린 과정이 바로 그 날 저녁에 마감되어서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이 다음에 이어졌다. ‘sold out’ 된 것을 확인한 분들이 대기 신청을 거시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나도 놀라웠다. 여기에 그 글 아래에 KSC 멤버십도 곧 오픈 예정이라 밝혔더니 댓글로도, DM으로도 몇몇 분들이 이미 문의를 주셨다. 놀랍고, 감사했다.
코치로서 ‘내 이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이 저녁의 ‘sold out’ 경험은 너무나도 뭉클했다. 결국 나는 노트에 100번 쓰기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하며 눈물이 자꾸 흘렀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쓰면서 내 입에서는 계속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이 흘러나왔다.
사실 코치로서 만난 좋은 인연들도 너무너무너무 많지만, 이름 석자만 보여도 가슴이 쿵 내려앉는 인연들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인연이 된 사유에는 상대편 이유도 있지만, 당시 나의 부족했던 면들이 이유였다는 것을 어떤 면에서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나의 부족한 면들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세월들을, 지금도 일해가며 느낀다. 빛과 그림자 그 사이에서 상처는 스스로 치유해가며, 영광과 감사는 그저 감사해 가며 이 일을 하고 있다.
그 시절, 그 인연들과의 ‘빛과 그림자’같은 경험들이 코치로서 ‘내 이름’에 켜켜이 묻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요즘 화두인 ‘퍼스널 브랜딩’의 전략적 사고와 다르다. 아무리 ‘내 이름’을 퍼스널 브랜드로서 전략적으로 브랜딩하려고 노력한다해도, 그 이름을 가진 내가, 살아가며 쌓은 인연, 그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형성한 자연스러운 이미지의 힘은 따라잡기가 힘들다. 아무리 의식적으로 멋진 이미지를 가져가려 노력해도, 실제 현장에서 내 모습 그 자체로 쌓아간 경험들로 쌓은 이미지의 무게와 힘은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만들려는 전략적인 이미지는 현장에서 경험으로 그저 알게 모르게 쌓여져 가는 이미지를 앞지를 수 없다. 실상 전략적으로 멋진 이미지를 만들었어도, 그 사람이 그 이미지를 따라가지 못하면, 실제 현장에서 더 실망하고, 더 큰 부정적인 이미지가 뒤덮이게 된다.
결국 매 순간 ‘내 이름’ 앞에 그저 잘 살려고 노력해야 하는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얼결에 그저 겉에 보이는 이미지로 ‘내 이름’을 선택하신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나면 바로 사람들은 알아볼 것이다. 나란 사람에 대해서. 그래서 가장 훌륭한 ‘퍼스널 브랜딩’은 그 자신의 이름, ‘퍼스널브랜드’인 자신이, 자신의 삶을 그저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된다.
어디선가 ‘작가로서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자기 삶을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코치도 마찬가지이다. ‘코치로서 이름을 알리고, 일 관련 성취를 내고 싶으면, 그저 자신의 삶을 잘 살아야 한다.’ 왜냐면 결국 모든 일은 인사(人事)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사람을 만나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나란 사람에 대해 아무리 멋지게 포장하려고 해도, 만나면 다 알아보기 마련이다. 사귀어가다보면 결국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저 내 삶을, 내 가치대로 중심잡고 잘 살아가야겠다라고 다짐하는 새벽이다.
에필로그
이 글을 쓰고, 오늘 저녁에 만난 코치님이 주신 소중한 편지를 자기 전 읽어보았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마음이 뭉클했다. 그 시절 잘 살려고 노력한 나의 삶을, 코치로서의 모습을 알아보셨구나. 진실되게 앞으로도 잘 살아야겠구나. 이렇게 사는 것이 맞구나란 마음이 들어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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