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 이야기, 일러스트 공모전
있잖아 왜, 윤기 나는 쌀 밥 한 그릇에 따끈따끈한 된장찌개 한 숟갈이면 모든 게 사르르 녹아버릴 것 만 같은 그런 날. 회색 빛으로 물든 도시에 내 몸 하나, 내 옷 가방 겨우 들어가는 좁은 방에 새벽부터 찌뿌등 한 몸 일으켜서 떠지지도 않는 눈 비비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런 매일. 분명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것 같은데 다시 또 부랴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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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까지 줄 서 있는 9호선은 정말 보기만 해도 한 숨 나오지? 아침밥이 뭐야 거르기 일수고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이면 늦잠이나 자야지 점심도 그냥 근처에서 간단하게 때우다 보면 해도 뉘엿뉘엿 저물어 가지. 하루 종일 눈싸움하던 모니터랑도 인사할 시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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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 또다시 사람 많은 지하철은 타기 싫어 조금은 오래 걸리지만 버스를 타고 길거리에 사람 구경. 한창 영업 중인 식당들의 간판 아래 쪼그려 앉아 전화를 하는 사람들, 식당 밖으로 밤공기 마시며 소주 한 잔에 하루의 피로를 푸는 넥타이 맨 아저씨들. 살짝 열어둔 버스 창문 틈새로 고기 굽는 냄새, 사람들 떠드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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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 이끌고 집에 와 혼자 외로움 달래며 양손 가득 꺼내 든 매운맛 비빔 컵라면 하나에 어제 먹다 남은 치킨. 내일 후회할 거 알지만 포기할 수 없어. 나름 꿀 조합이라며 잘 비빈 라면 위에 치킨 찢어 올리고 언제 사둔 지도 모르는 치즈 하나 쭉쭉 찢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한테 주는 만찬 완성! 맥주가 빠질 수 없겠지? 위한텐 미안하지만 기분 좋은 매운맛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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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꿀 같은 휴일이 오잖아. 오랜만에 엄마 얼굴 보려고 옷 가지 몇 장 들고 시골행 버스를 타야지. 가는 길 그냥 갈 순 없지 한 손엔 바나나 우유 양쪽 귀에는 이어폰 끼고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익숙한 동네 어귀. 벌써부터 집에 도착한 기분이 드네. 꼬르륵 거리는 배 움켜쥐고 후다닥 집으로 가면 엄마는 벌써 현관 앞에 나와 꼭 안아주시며 당신도 한 주 동안 힘들었을 텐테 나부터 위로하시네. 집 안은 이미 따뜻함 가득 넘치는 내음으로 꽉 찼고 식탁으로 가면 미리 앉아서 식사 준비하는 아빠랑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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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웃으며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고 맞아주는 우리 가족. 식탁 위엔 모락모락 김 나는 흰쌀밥이랑 보글보글 아직도 끓고 있는 집 된장찌개 그 안엔 시장에서 사 온 애호박, 약간 투명해질 때까지 익은 양파, 살짝은 으깨져도 괜찮은 두부, 아래에 가라앉아 국물 한껏 머금고 있는 감자까지. 노릇노릇 갈색빛 내며 살짝은 비릿한 냄새나는 고등어구이에 탱글탱글한 노른자에 가장자리는 보기만 해도 바삭바삭 해 보이는 계란 프라이까지.
엄마 밥 한 입에 일주일간 쌓였던 피로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 이렇게 또 한 주 버티는 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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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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