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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사이어티 Mar 02. 2022

직장인 유튜버,
두 가지 삶을 조율하는 법

유튜버 리플레이 LEEPLAY 인터뷰 1

직장인들의 대화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이드 프로젝트. 직장인 중 열에 아홉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라는 설문조사도 있어요. 불안정한 미래 대비, 부수입 마련, 커리어 성장, 자기 계발 등 사람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자기가 주도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속한 조직이나 직무, 하는 일이 나를 오롯이 대변하지는 않으니까요.

관심사와 취향을 녹여낸 사이드 프로젝트와 본업이 균형을 이루는 사례로, 대기업 마케터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리플레이 님을 만났습니다. 회사에서는 본업에 충실하고, 그 밖의 일상에서는 관심사와 취향을 녹여낸 유튜브 채널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과 좋아하는 음악을 조합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죠. 2년 만에 47만 명이 넘는 구독자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어요. 직장인과 크리에이터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내는 리플레이 님의 이야기, 본업도 사이드 프로젝트도 잘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주목해 주세요.


인터뷰 현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로 가득 채워놓은 노트북 커버.


혼자만의 시간이 만든 또 다른 자아,

리플레이 LEEPLAY


리플레이 채널에서 소개하는 음악은 일정한 결이 느껴져요. 지금의 음악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중학생 때 팝을 추천해 준 친구 덕분에 팝송에 빠졌다가 R&B, 힙합 등 문화적으로 연관 있는 음악을 파고들면서 서서히 음악 취향이라는 게 만들어졌고요. 좋아하는 음악에 빠져계속 듣다 보니까 저도 주변에 ‘이 음악 들어봐’하고 추천하게 되더라고요. 고등학생 때는 MP3에 음악을 넣어가서 친구들이랑 같이 듣고, 싸이월드를 할 때에는 배경 음악에 투자했어요. 음악도 유행을 따르지 않고 미니홈피 컨셉에 맞게, 도입부가 끌리는 것으로 깔아놓고요. 첫인상을 결정짓는 유튜브 썸네일을 신경쓰듯이,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첫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유튜브도 온라인 공간 개념으로 바라봤군요. 지인을 넘어 불특정 다수에게 음악을 추천하기 시작한 건 어떤 채널을 통해서인가요?

인스타그램이요. 추천하는 음악을 재생하면서 캘리그래피로 곡 제목을 적는 영상을 올렸어요. 이게 시초였죠. 지금은 리플레이 오피셜 계정이지만, 첫 계정에는 친구들과 노는 일상적인 게시물도 섞여 있었어요. 그런데 음악 추천 게시물이 쌓이니까 외부 유입이 늘어나더라고요. 모르는 사람들의 팔로우가 늘어나는 걸 보면서 ‘이거 괜찮다’싶었죠.


리플레이의 특징이 음악과 사진의 매칭이듯, 전에도 음악에 캘리그라피 같은 시각적 요소를 더했네요.

제 성향이 그래요.(웃음) 평소에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잡다한 것들을 두루 좋아해요. 하나를 깊게 파고들진 않아서 해박한 지식이나 전문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얕은 지식이 넓게 분포돼있는 거죠.


음악과 캘리그래피를 결합한 인스타그램 영상은 리플레이 유튜브 채널의 시초가 되었다.

지금 오피셜 계정에서 캘리그래피나 일상 사진은 보이지 않아요. 계정을 분리한 건가요?

음악만큼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니까 여행 사진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음악 관련 게시물이랑 혼재돼서 분리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리플레이 포토와 뮤직, 두 개의 계정으로 각각 운영했죠. 두 계정 다 팔로우 수가 점점 늘어나는 걸 보면서 ‘유튜브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렇듯,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실행에 못 옮겼어요.(웃음) 일도 바쁘고, 일상에 치이면 시작이 제일 어렵잖아요.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코로나 이후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예요.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면서 새로운 일을 해볼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플레이리스트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인스타그램 계정도 그에 맞춰 브랜딩했어요.


시기가 탁월했어요.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시점에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부터 사람들의 니즈를 생각한 건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하시니까 사람들도 여행을 그리워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가지고 있는 사진 대부분이 여행 사진이고, 여행 중에 들은 음악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관련 플레이리스트가 나왔거든요. 주로 혼자 여행을 다녔는데, 당시 음악 스트리밍이 없던 때라 미리 선곡하고 다운받아서 들었어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장소는 몇 번이고 다시 가고요. 같은 장소라도 다른 시간대에 가면 느낌이 달라지거든요. 파리의 에펠탑이 좋으면 매일매일 가는 거예요. 아침에도 가고, 노을 지는 모습도 보고, 야경도 보고… 달라지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죠.


처음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게 된 콘텐츠.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 그리고 바람을 담았다.

혼자 보낸 시간이 단단한 취향을 만들었군요. 동행이 있으면 같은 곳을 여러 번 가거나 음악을 오롯이 감상하기 어렵잖아요.

맞아요. 제 취향이나 감성은 전부 혼자 돌아다니며 만들어진 것 같아요.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하다 보면 영감이 떠오르잖아요. 여행 중에 마주하는 생소하고 낯선 환경이 영화 필름처럼 느껴질 때 셔터를 누르게 돼요. 에펠탑처럼 특별한 장소뿐만 아니라, 돌아다니는 모든 곳에서 특정 분위기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거든요. 한 번은 휴가를 몰아서 파리에 열흘 정도 머물렀어요. 어렵게 온 만큼 순간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메모를 하기 시작했죠. 사진을 봐도 떠오르긴 하지만, 당시 느낀 점을 다 기록하고 싶었거든요. 풍경이나 사람들을 관찰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계속 적었는데, 관찰하는 걸 즐기고 생각을 정리하는 버릇이 이때 길러진 것 같아요. 거창한 건 아니고, 떠오르는 것들을 1분 이하로 간단하게 적는 식이예요. 비행기를 탔다, 뭘 먹었다, 맛이 있다 없다… 사소한 것까지 적어놓으면 나중에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더라고요.


마치 영화감독이 소재를 찾아다니며 답사하는 과정 같아요. 직접 느끼고 담아낸 사진 덕분에 플레이리스트 썸네일을 보면 분위기가 생생히 그려져요. 가본 적 없는 곳도 상상하게 되고요. 여행을 주제로 풀어내는 플레이리스트가 많은데, 리플레이 채널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더라고요.
개인 경험에 많이 의존해요. 만약 제가 서핑을 좋아했다면 파도를 타는 설렘을 담은 펑키하고 신나는 음악을 선곡했겠죠. 그런데 저는 해변에서 신나게 노는 것보다 차분히 휴식을 취하거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밤공기를 더 좋아해요. 그런 시간대에 주로 음악을 듣고요. 이런 감성이 플레이리스트 만들 때도 그대로 반영되죠.



모든 제안이 기회는 아니다,

이상적인 협업의 기준


개인적으로 아모레 성수와 협업한 <나의 작은 정원에서> 를 자주 듣거든요. 어쩐지 감정을 끌어내는 것 같아서 에세이나 일기 같은 글을 쓸 때 틀어놓곤 해요. 콘텐츠의 완성도가 높으니 브랜드 협업인 걸 알아도 계속 찾게 되더라고요.

협업을 시작할 때 걱정한 부분이 거부감을 낮추는 거였어요. 개인적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유료 광고가 포함됐다는 걸 알게 되면 신뢰가 덜 가거든요. 그리고 다른 플레이리트스트는 제 감정대로 만들면 되지만, 협업은 상대 브랜드의 스토리와 니즈를 반영해야 하니까 고민을 많이 하죠. 공간에 두세 번 들러서 분위기를 온전히 느껴보려고 하고요. 이렇게 일단 만들어 보니 협업으로 만들어진 플레이리스트도 조회 수가 꾸준히 올라가더라고요. 광고라도 콘텐츠가 좋으면 계속 찾게 된다는 걸 알았죠.


리플레이 X 아모레성수 플레이리스트 '나의 작은 정원에서' / ©LEEPLAY


앞으로도 협업 제안이 많이 올 텐데, 본인만의 협업 기준이 있나요?

리플레이라는 브랜드 색과 맞는지, 그리고 플레이리스트에 담길 ‘상황이 연상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에요. 브랜드의 영향력이나 광고 단가도 고려하죠. 돈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단가를 맞추지 않으면서까지 일을 받기엔 힘에 부치니까요. 상대 브랜드의 영향력에 힘입어 리플레이 채널을 더 알리고 싶기도 하고요.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이상적 협업이라고 생각해요.


‘이것만은 하지 않는다’라는 기준도 있을까요?

음원 광고는 받지 않고, 무조건 제가 선곡해요. 리플레이 채널의 정체성은 제 취향으로 이뤄진 거거든요. 음악과 함께 사진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이유가 음악 생태계를 살리고, 아티스트들을 알리고자 함이었다면 물론 진행하겠죠. 혹은 돈이 목적이라면 음원 광고나 브랜드 선곡까지 다 받을 수 있고요. 그런데 제 목적은 정체성을 지키면서 시너지를 내는 거예요. 음악 광고를 받으면 제 스타일이 아닌 음악을 광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한 번 받아들이면 나중에 ‘왜 저긴 되고 나는 안 돼요’같이 형평성에 문제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애초에 받지 않아요. 음악을 추천해 주시면 들어보지만, 언젠가 주제나 상황이 맞아떨어질 때 자연스럽게 올려보겠다는 정도로 잘 말씀드려요. 돈은 받지 않고요.


음악은 반드시 본인이 선곡한다, 기준이 뚜렷하네요. 리플레이만의 색을 지키는 비결이겠죠. 지금까지 협업을 진행한 브랜드들은 이런 기준을 존중했을 테고요.

운이 좋게 좋아하는 브랜드들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왔는데, 넓게 보면 다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한 브랜드와 협업하면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또 다른 브랜드들이 있잖아요. 그쪽에서 또 연락이 오는 거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협업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서서히 넓혀가는 방식이 제 입장에서도 좋아요. 이런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들이 이뤄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좌) 게스트로 참여하는 라디오 녹화 현장. 우) 리플레이 2022 캘린더 / ©LEEPLAY


현재를 즐기며 꿈을 꾼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라니, 지금 하는 활동을 통해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일상 곳곳에 스며드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행복과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게 인생 목표인데, 리플레이라는 브랜드가 실현시켜주고 있지 않나 싶어요. 플레이리스트뿐만 아니라 달력이나 엽서 등 제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모든 것이 사람들의 일상에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다만 지금 본업에서 커리어를 쌓는 것도 중요하고, 결국 함께했을 때 시너지가 난다고 믿기에 유튜브 활동이 본업이 되는 것은 경계해요. 대신 ‘이런 거 하면 재밌겠다’라는 상상을 자주 해요. 리플레이 플레이리스트에 올라오는 상황을 실제로 구현하는 거예요. 1층은 LP 바 같은 카페, 2층은 전시장, 3층은 숙소, 맨 위층은 제 작업실 이런 식으로요. 책 읽으면서 위스키 마시는 곳이기도 하고. 사진전을 열거나 굿즈를 팔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혼자 망상에 빠져요.(웃음) 목표보다는 꿈이죠.


온라인 공간인 리플레이 채널을 오프라인으로 구현하면 매력적이겠네요. 마음만 먹으면 금방이라도 실현할 수 있는 꿈처럼 보여요.

이런 꿈을 실현시키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도 하고, 업이 뒤바뀌기 때문에 선뜻 실행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회사에서 하는 일이 맞지 않았다면 유튜브를 본업으로 삼을 생각도 했겠지만, 아직은 회사가 따뜻해요.(웃음) 마케터로서 쌓아가고 싶은 것들도 많기 때문에, 우선은 사이드프로젝트에서의 새로운 기회들을 받아들이면서 즐기려고 합니다. 2년 전 채널을 시작할 때만 해도 브랜드 협업이나 KBS 라디오에 게스트로 참여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잖아요.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신기하고요. 올해엔 작년보다 더 새로운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채널이 이렇게 성장할 거라고는 예상을 못 해서, 확장보다 더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면서 브랜드를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꼭 음악 선곡이 아니라도, 활동을 넓혀갈 때마다 리플레이 브랜드를 아끼는 팬덤이 찾아오겠어요. 사진으로 만든 달력을 기다리는 분들이 있는 것처럼요.

방식이 달라져도 제 감성이 담긴 브랜드는 남기고 싶어요. 2년 전에는 플레이리스트가 대세가 될지 아무도 몰랐잖아요. 그러니까 2년 후에는 아닐 수도 있는 거죠. 리플레이 플레이리스트를 찾는 분들이 음악만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닐 거예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는 감성이 좋아서 소비하는 게 아닐까요. 플레이리스트들이 제안하는 주제들은 비슷해서, 음악만 다룬다면 언젠가 소스가 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진이나 공간으로는 보여드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주제가 아직 많거든요. 직접 찍은 사진으로 썸네일을 올리길 고집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사진으로 달력도 만들어 봤고, 앞으로 어떤 걸 만들면 좋을지 계속 그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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