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의 크리에이터와 함께한 라운드토크
한 가지 직업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드 프로젝트와 사이드 잡을 이야기 해요. 그 배경에 팬데믹, 기대 수명 증가, 근무 시간 단축 등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죠. 이면에도 각자 다른 욕구와 목표가 있습니다. 본업에서 경제적 안정을 누리고 좋아하는 일을 부업으로 하거나, 본업에서 쌓은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기회를 만들어가고 싶을 수도 있고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계속해서 시작과 포기를 반복한다면, 정말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읽어보세요. 여러 재능으로 여러 직업을 오가는 다능인이자, 콘텐츠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여섯 분과의 대화를 나눕니다.
*코사이어티 라운드토크에서 오간 대화를 편집한 내용입니다.
윤진 | 매거진 아침 Achim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2015년부터 아침을 만들어 오다가, 불과 몇 달 전에 완전히 퇴사했어요, 지금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본업이에요.
박혜강 | 매거진 B의 에디터로 일하고 있어요. 스프레드 바이 비 SPREAD by B라는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영역을 메인으로, 잡지 만드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는 신간을 큐레이션해 소개하는 뉴스레터 에그브렉을 발행해요. 처음부터 장기 목표가 있던 건 아닌데, 눈앞에 놓인 것들을 해나가다 보니까 2년이나 됐더라고요.
조한별 | 12년 정도 에디터 생활을 해오고 있어요. 최근 이직한 회사에서 디퍼 differ라는 새로운 매체를 만들었어요. 음식에 관한 주제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데, 푸드 트래블에 관한 에세이집과 문화에 관한 위트 있는 책을 냈어요. 음식을 좀 더 멋스럽게,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영상 화보로 풀어내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요.
이혜민 | 요즘 것들의 사생활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합니다. 회사 소속으로 6년 정도 일했고, 지금은 900km라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운영해요. 영상과 출판물을 넘나들면서 에디팅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는 모든 일의 시작이 사이드 프로젝트였어요.
손혜정 | 2010년에 언론 계열사 경제 매체에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2011년에는 월간지 <객석>이라는 공연 전문 예술 잡지에서 1년간 에디터로 일한 뒤, <예술경영웹진> 에디터로 일했고요.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스타그램을 처음 만들고 운영하며 온라인 홍보 콘텐츠 제작에 주력했어요. 에디터라는 직무에 자긍심을 가지고 지속해왔어요. 환경부 대변인실에서 5년간 일했고, 지난 2월 마지막 날을 기점으로 지금은 [#출근전읽기쓰기]라는 뉴스레터를 운영하며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혜진 | 19년 차 에디터예요. jtbc plus라는 잡지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0년 차까지 쉬지 않고 월급쟁이로 살았어요. 정규직 일만 하기에도 너무 벅찬 시간이었거든요. 그러다 갭이어처럼 3년 동안 유럽에 살면서 여러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발행하는 실험을 했어요. 그 콘텐츠들로 출판 제의를 받아 저자로서의 길이 열렸죠. 주로 예술서 분야에서 미술과 그림책 관련된 책을 쓰는 *저자 활동을 해요. 대학과 여러 문화기관에서 강의를 하고, 프랑스어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최근까지 <디렉토리>, <1.5°C>, <볼드저널> 편집장으로 일했고, 에디터들의 모임 소사이어티 오브 에디터스 Society of Editors를 이끌고 있어요.
*<우리 각자의 미술관>, <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등
조한별 | 일단 내뱉으면 시작이 돼요. 단순하고 가볍게 접근하는 거죠. 재밌게 느껴지는 작은 아이디어를 관심 있어할 만한 사람 한두 명에게 이야기해요. 그러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우리 이렇게 해볼까"하면서 의기투합이 이루어질 때가 많아요. 에디터는 기획이 익숙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많거든요. 대신 함께 실행해 줄 디자이너 같은 사람이 필요해요. 그래서 초반 아이디어는 비디오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같이 하자는 식으로요. 저는 한 달간 리프레시 휴가가 주어졌을 때를 활용해 첫 책을 쓰면서 사이드 프로젝트의 물꼬를 텄어요. 푸드 에디터로서 다양한 업계의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정보나 트렌드를 많이 접하는데, 본업에서 소화하기에 한계가 있었어요.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내 색깔을 담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죠.
윤진 | 저도 똑같아요. 하고 싶은 것을 입 밖에 내기 시작하면서 시작됐어요. 가장 가까운 친언니 아니면 친구에게 말했죠. 내심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웃음) 감사하게도 같이 해보자고 모인 분들과 작은 팀을 이뤄 시작할 수 있었어요. 당시 스타트업에 막 입사해서 바쁘게 일하던 1년 차 에디터였어요. 불태우면서 열심히 일한 시기지만, 제 것도 하고 싶었어요. 회사 일이 온전히 나를 담아낼 순 없다는 갈증을 풀고 싶었고, 내 스타일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시동을 걸어줬죠.
박혜강 | 퇴사한 시점에 코로나가 왔어요. 제안 온 일들이 갑작스레 취소되면서 시간이 떴고, 불안감이 생겼어요. 그동안 에디터로 일하면서 읽고 쓰는 루틴을 만들어놨는데, 마감이 없어지니까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이대로 가만있어도 될지 두려웠어요. 감을 잃고 싶지 않았죠.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회사 다닐 땐 몰랐는데, 제 안에 A부터 Z까지 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전에 좋아했던 일들을 떠올려봤어요. 출판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작가분들 만나서 인터뷰하고, 매주 새 책을 읽고 클리핑 해서 잡지에 싣는 일을 좋아했죠. 그리고 전에 다닌 회사에서는 다루는 콘텐츠 성격상 경제 경영서를 많이 읽게 됐지만, 이전에는 소설이나 인문 교양서를 좋아했어요. 이 두 가지에 균형 잡힌 독서 생활을 되찾고 싶다는 바람이 합쳐져서 신간 도서를 소개하는 뉴스레터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가까운 지인들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더니 1호를 발행할 날짜를 당장 정하라고 했어요. 손을 벌벌 떨면서 날짜를 정했고, 어떻게든 맞춰서 1호를 발행했죠.
최혜진 | 첫 사이드 프로젝트는 집필 활동이었어요. 10년 동안 매체 소속된 에디터로서 기사를 많이 썼는데, 마음속에 늘 갈증이 있었어요. 글이 읽히는 이유가 매체 이름 때문인지, 글이 좋아서인지 구분을 못 하겠더라고요. 혼자일 때에도 잘하는 사람인지 자신이 없었어요. 이런 갈증이 폭발할 때 즈음 갭이어를 가졌어요. '내 글만으로도 통하는지 실험해보자'라고 생각하고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브런치 등의 플랫폼에 오만가지 시리즈를 다 해봤죠.(웃음) 그중에 하나가 잘 돼서 출판 제의가 오기 시작했어요.
이혜민 |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때, 그것을 프로젝트로 만들어 직접 해보면서 방향성을 찾아나갔어요. 삶의 질문을 일로 만들어서 푼 거죠. 첫 사이드 프로젝트는 '결혼 행진'이었어요. 결혼할 때 식을 하지 않고 남편과 같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프로젝트였죠. 그때부터 달라졌어요.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보면 모두 사이드로 시작해서 본업이 됐어요. 나만의 매체를 갖고 싶다는 로망을 유튜브 채널로 실현했고,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독립 출판물이 됐고요.
손혜정 | 직업적 글쓰기에 피로감과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일하면서 지속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2013년부터 인터뷰 기고를 시작했어요. 2018년 워킹맘이 되고부터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죠. 일상에서 글 쓰고 책 읽는 시간을 마련하는 모닝 리추얼을 시작으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 #출근전읽기쓰기 를 꾸준히 기록했어요. 그 기록들을 모아 [#출근전읽기쓰기]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어요.
손혜정 | 본업은 외부인이 내게 돈을 주면서 일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거라면, 사이드는 내가 일을 벌이는 거예요. 내가 내 회사의 주인이자 소속 직원이 돼서 스스로에게 일을 주는 거죠. 특기와 장점을 잘 이용해서 지속할 수 있게끔 일을 시키는 것. 이게 사이드의 시작 단계이지 않나 싶어요.
최혜진 | 취미와 사이드 프로젝트를 구분하는 개인적인 기준이 있어요. 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지가 기준이죠. 예를 들면 취미로 발레를 하는데, 발레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런데 에디터 커뮤니티는 수익과도 상관없고, 오히려 제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일이에요. 대신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보고 싶은 결과가 있고, 영향력을 미쳐서 무언가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에디터 커뮤니티는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혜민 | 다능인이라고 하잖아요. '나는 왜 하나를 진득하게 못하지?'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요.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더 환영받는 시대니까, 오히려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을 읽으면 힌트가 될 거예요. 이런 사람이 많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더라고요.
최혜진 | 저도 관심사가 혼재돼 있어서 고민이었어요. 잡지, 그림 에세이, 어린이 그림책, 프랑스어는 또 완전 다른 분야고요. 관심사를 얇고 넓게 퍼트려서 괜찮을지 오래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걸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있더라고요. 저는 남들이 알려준 맥락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좋아하지 않고, 스스로 맥락 찾는 걸 좋아해요. 발견하면 표현하고 싶어 하고요. 분야는 다 다르지만, 마음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니까 고민이 해소됐어요.
박혜강 | '왜 이렇게 잘하는 사람들이 많지'라는 생각이 시작을 방해해요. 잘하는 사람들은 이미 많으니까, 즐거운 감정에 집중하는 게 제게는 유효했어요. 어떤 활동을 할 때 확실하게 즐거운지 찾는 거죠. 예를 들면, 저는 서점에 가서 모든 분야를 돌아다니면서 읽고 싶은 책을 짚어보는 행위 자체를 좋아했어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겠지만, 저는 다양한 분야를 균형 있게 훑어보는 게 좋았죠. 그 활동을 할 때 행복하고 즐겁다는 걸 알았고요.
윤진 | 흥분될 만큼 좋아하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아침'은 잡지를 읽으면서 좋아하는 코너만 뽑아서 담은 매거진이에요. 편집장의 글 읽는 걸 좋아해서 비기닝 레터라는 코너를 넣었고, 음악 소개를 좋아해서 컬처라는 코너를 넣는 식으로 발전했죠. 제가 시작할 때 머뭇거린 이유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걱정이었어요. 괜히 시작했다고 후회할까 봐, 좀 더 준비됐을 때 하자고 미루긴 했어요. 이럴 땐 좀 더 가볍게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 돼요. 말 그대로 '사이드'니까요. 처음에는 좀 느슨하게, 꾸준히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즐기면 스트레스가 덜하지 않을까요. 아침 매거진도 1년에 네 번 나오는 계간지지만, 실제로 네 번 발행하기 시작한 건 몇 년 안 됐어요. 본업도 재미있고 바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두세 번 발행할 때도 있었거든요. 대신 멈추지 않고 나온 것에 의의를 뒀죠.
조한별 | 남들이 하는 거 보면서 배 아파할 바에야 그냥 직접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좀 더 낫지 않을까요.(웃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죄책감이나 좌절감이 따르잖아요. 무언가 만들어가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건강한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거든요.
가볍게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 돼요.
말 그대로 '사이드'니까요.
처음에는 좀 느슨하게, 꾸준히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즐기면 스트레스가 덜하지 않을까요.
박혜강 | 매번 조금씩 다른 목표를 정하면서 동력을 얻어요.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지 궁금했어요. 에그브렉에서 책을 소개할 때 같이 읽으면 좋은 콘텐츠를 붙여서 소개하는데, 이게 제가 책을 읽는 방식이거든요. 독자 분들이 이런 점이 좋다고 피드백을 주면 큰 동력이 되더라고요. 발신자와 수신자가 같은 마음이라는 걸 느낄 때 1차 목표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다음 목표는 광고 수입원을 만들고 객원 큐레이터를 모시는 등 이런저런 방식을 시도하며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거였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굴러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목표를 고민 중이에요.
윤진 | 내 손으로 종이 매체를 딱 하나만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경험의 성숙도가 낮은 사회 초년생이라 어떤 목표를 세워야 될지 몰랐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독자분들이 가능성을 발견해주셨어요. 아침 매거진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쓴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인테리어 시장에 포지셔닝할 수도 있겠다 싶고, 매거진에 들어가는 사진을 패브릭 포스터로 만들어보면서 커머스 시장의 가능성을 보기도 했고요. 매번 주제를 정할 때도 더 고심하게 됐죠. 독자 분들과 소통하면서 잘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가장 큰 동력이기도 하고요.
조한별 | 원동력은 재미예요. 마땅한 취미가 없고, 일로 노는 게 가장 재미있거든요. 주말에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놀이라고 생각해요. 포토그래퍼와 화보를 찍으러 나가거나, 저만의 글을 쓰면서 아카이빙을 하는 시간이요. 취미처럼 접근하는 마인드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발굴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뭐라도 세상에 내보이면 기회가 생겨요. 저는 책을 내고 영상을 만드니까 협업 요청이 들어오거든요. 또 다른 도전으로 이끌어가는 거죠. 이런 경험이 쌓여서 '뭐라도 해보자', '이건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야'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경험이 쌓이니까 '뭐라도 해보자',
'이건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야'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윤진 | 확실한 원동력은 독보적이고 색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거예요. 실패도 많이 하죠. 그런데 저는 이걸 즐기는 편이에요. 실패 속에서 재미를 찾고 원동력을 얻는 사람이더라고요. 예측 가능하고 뻔한 삶에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을 때만의 케미스트리가 있는 것 같아요.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흥미가 금방 떨어지고, 새로움이 없어 의지가 금방 시들해지는 것 같고요. 그리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 서로 지혜를 나누고 점검해 줄 수 있는 매력적인 동료가 곁에 있으면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박혜강 |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좋은 원동력이 될 때가 있어요. 언젠가 그만두게 된다면 의미 있고 재미있게 마무리하고 싶어서요. 책임감이 원동력인 거죠. '무책임하게 그만두면 안 돼, 조금 더 힘을 내야 돼.' 또는 '상상하는 모습을 볼 때까지 조금 더 힘을 내 봐야지!' 하면서 힘을 내곤 해요.
최혜진 | 여러 개의 공을 저글링 하는 게 쉽진 않아요. 현실적 어려움을 뚫게 만드는 건 결국 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에, 그 욕구를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해요. 자발성이라는 강력한 동력을 보호하는 거죠. 호기심과 자발성을 해치는 환경이라면 수익성이 좋아도 피하려고 해요.
손혜정 | 변수가 많은 워킹맘이지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닝 글쓰기 리추얼 덕분에 누구보다 '나 사용법'을 잘 아는 사람이 되었어요. 내 시간을 통제하고 있다는 짜릿한 느낌이 계속하는 동력이 된 것 같아요.
손혜정 |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아침 시간대를 귀하게 씁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좋아하는 글을 쓰고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요. 출근 전 아침마다 짧으면 30분, 길게는 90분가량 진행한 리추얼을 약 1년 반 동안 지속했어요. 나만의 것으로 축적한 시간을 통해 외부 기고나 월 2회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정기적으로 쓸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박혜강 |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은 수확 중 하나는,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고민하게 된 거예요. 우선순위로 보면 본업 다음 에그브렉,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다음 좋아하는 활동을 해요. 책임지고 잘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중요도 아래에 있는 것들을 과감하게 놓는 연습을 하는 거죠. 격주 금요일마다 에그브렉을 발행하는데, 발행 당일에는 오픈율, 클릭률, 피드백 같은 반응 추이를 봐요. 주말에는 잘 쉬는 편이고요. 가능하면 토요일은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는 데 시간을 써요. 일요일엔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충전하고요. 그리고 월요일이 시작되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신간 하나씩 꼼꼼히 보면서 체크해놓고, 가끔은 퇴근길에 서점을 방문하고요. 쉽지는 않죠. 어느 정도는 희생해야 돌아가요. 대신 얻은 것들도 확실히 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은
수확 중 하나는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고민하게 된 거예요.
책임지고 잘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중요도 아래에 있는 것들을
과감하게 놓는 연습을 하는 거죠.
윤진 |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려면 일상이 최적화될 수밖에 없어요. 토요일은 거의 뉴스레터를 위해 써요. '일요 영감 모음집'이라는 뉴스레터를 일요일 아침 7시마다 발행하거든요. 밤을 꼴딱 새기도 해요. 저만의 시간 관리 팁은 나를 위한 보상 시간, 당근 타임을 두는 거예요. 7시에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나서 7시부터 10시까지 딱 3시간이 당근 타임이에요. 일주일 동안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죠. 아무 생각 안 하고 근처 공원을 걷고, 특별한 아침을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면서 책 읽고요. 보상이 잘 설계되어 있으면 나머지 시간도 잘 쓸 수밖에 없는 마음가짐이 생겨요.
조한별 | 일주일 내내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주말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시간이 제게는 놀이예요. 요일마다 무엇을 할지 분명히 나누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휴식시간을 쪼개는 게 좀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이혜민 | 에버노트를 10년 넘게 썼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에버노트에 해야 할 일들을 쫙 다 적어요. 체크리스트를 적으면 시각화가 돼서 생각보다 마음이 편안해져요. 시간 관리를 못하는 편이어서, 크게 오전과 오후 시간을 구분해 사용해요. 조용한 오전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먼저 해요. 10시가 넘어가면 업무 연락이 오기 시작하니까 답변하느라 시간을 다 쓰게 되거든요. 오전에는 집중해서 빨리 끝내고, 오후로 갈수록 비교적 천천히 해도 되는 일들을 하고요. 이런 식으로 구분하니까 전보다 시간이 확보돼요.
최혜진 | 혜민 님에게 에버노트가 있다면, 제겐 구글 캘린더가 있어요.(웃음) 14~15년째 쓰고 있고요. 거의 동일한 뇌근육을 사용하는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갖고 있다 보니 빠르게 모드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태스크를 최대한 쪼개서 스케줄링해요. 잡지 에디터로서의 일, 미술서 저자로서의 일, 강연자로서의 일. 일 별로 색을 다르게 지정해 놓고 테스크를 잘게 쪼개는 거예요. 어떤 일을 하는 데에 드는 시간을 계산해서 꾸려놓는 거죠. 예를 들면, 원고 마감 일주일 전에는 초안 완성, 초안을 쓰는 데 이틀… 이런 식으로 역산해요. 집중력이 필요한 일은 쪼개지 않고 통 시간을 잡아두고요. 캘린더에 뻥 뚫려있는 부분은 대부분 원고 쓰는 날이에요. 중간에 누가 흐름을 끊으면 힘들거든요. 이렇게 해 두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구글이 시키는 일을 하죠. 오늘 너 이거 해야 돼.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일만 하는 것 같아서, 2년 전부터는 건강과 친목을 추가했어요. 나를 위한 시간도 업무 테스크처럼 넣어놓는 거죠. 아, 그리고 화급한 데드라인은 절대 잡지 않아요. 임기응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서 스케줄링을 해요. 그날 기분이 어떨지 모르고, 함께 일하는 상대방에게 일이 생길 가능성도 있고요. 세상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조한별 | 본업을 사이드 콘텐츠의 장점으로 심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발굴하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어서 하는 거죠. 본업에서도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가 서로를 지탱해 주는 느낌이라 모두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박혜강 | 개인적으로 본업과 사이드 활동에 차이가 있는 게 잘 맞아요. 큰 범위로 보면 매거진 에디터 일과 에그브렉이 겹치는 것 같지만, 세세한 과정이나 아웃풋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두 가지 활동을 딱 맞물리게 하기보다는 좀 더 열린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우연히 회사에서 뉴스레터 업무를 맡게 돼서 도움이 되긴 하지만, 처음부터 두 가지를 연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이드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거든요.
윤진 | 본업과 사이드의 시너지를 몸소 겪었지만, 연결되어 있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새로운 걸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취미가 일과 연결되니 쉬는 것 같지 않았어요. 자유롭게 넘나들고 재미있게 생각해야 좋은 게 나오는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즐기지 못할 때도 있었고요.
박혜강 | 요즘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하니까 본업의 중요성이 덜 강조되기도 하는데, 본업을 책임감 가지고 잘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해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도 본업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어야죠. 저는 입사 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말씀드렸어요.
조한별 | 공감돼요. 저도 회사에서 ‘이거 할 사람?’하면 다 앞장서서 했어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바탕이 있었죠. 사이드 프로젝트 이전에 7년여 동안 열심히 일한 시간이 있었어요. 신뢰 관계가 쌓여 있었죠. 새로운 회사에 갔을 때는 먼저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조건을 이야기하고 조율했어요.
최혜진 | 저도 본업에서 먼저 인정받는 게 중요했어요. 상사, 클라이언트, 동료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예요.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가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저 자신이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었어요.
윤진 | 시작 전부터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녔어요.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작은 회사라서 가능했던 걸 수도 있어요. 회사마다 겸업 금지 조항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침 매거진을 도와준 분들 중에 큰 회사에 속한 분들도 많은데, 깔끔하게 공개하고 허락받는 단계가 있더라고요. 이게 요즘 일하는 방식이라는 걸 회사에서도 알기 때문에 크게 제재하는 것 같지 않아요.
본업을 책임감 가지고 잘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도
본업에 무리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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