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보니 깨닫게 된 사실

에세이

by 코코조조

글을 쓰다 보니 깨닫게 된 사실을 적어본다

사실 나는 어머니가 외도를 했다는 건 어머니 살아생전에 쓰지 않으려 했다

역설적이게도 블로그와 SNS에 올릴 작정으로 쓰고 나니

마음의 응어리가 해소가 되었다

이로써 심리상담사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면 왜 마음이 후련해지는지 이제서야 이해했다. 마음이 후련해지는 이유는 상담사에게 깊은 공감을 받고 온전히 이해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대학에서 심리 상담을 배울 땐 마음이 후련해지는 이유는 정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배우고 넘어갔다. 하지만 정화가 일어나면 왜 응어리가 해소 되는지는 몰랐다. 정화가 곧 응어리 해소 아닌가?

나는 무엇에 의해 억압된 감정이 해소가 되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에 의해서 일까? 상담사에 의해서일까?

나 스스로에 의해 억압된 감정이 해소가 되어서? 그랬다면 왜 나는 평소에도 심리상담사 앞에서 말하듯이 나만 보는 일기장에 어머니의 외도와 그로 인한 심정을 길게 적었는데도 해소가 안됐을까?

심리상담사에 의해서? 그렇다면 어머니의 외도를 심리상담사에게 말한 적이 없고 글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줄 작정으로 쓰기만 했는데 왜 심리상담사에게 비밀을 털어놓은 것처럼 마음의 응어리가 해소가 되는 것일까?

아무리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어머니를 기적 수업 방식으로 용서한다고 해서 내 마음이 정화되는 게 아니었다

역설적이게도 어머니의 외도가 진정 용서가 된 것이라면 이것을 남들 앞에 말할 수 있어야 했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외도는 흉받을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걷다가 한두 번은 넘어진다. 넘어진 게 뭐가 문제라고 감춘단 말인가? (수업은 살인도 죄로 볼 수 없음을 가르친다. 시공간 우주의 모든 등장인물과 인물간의 사건은 모두 허상이자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기적 수업의 용서인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은 일로 보는 용서를 수백 번 하고 그래도 마음이 괴로우면 다시 했지만

수업 방식의 용서가 효과가 없었던 이유는

내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것으로 여기는 자아와 동일시하면서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은 일로 보는 용서를 해내는듯한 연기를 하여 철저히 나를 속였던 것이다

난 기적 수업의 이론만 빠삭한 학생이었던 것이다

나는 기적 수업의 용서로

나의 생각이 교정되었다고

나를 속였고

다시 어머니를 마주하면

외도를 정죄하는 생각이 교정되지 않아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고통의 원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았다면 모범생처럼 수업의 치유 원리를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도 나를 치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치유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것으로 믿는 자아와의 동일시를 해제할 때만이 일어난다

용서했다고 해서 어머니와의 관계를 예전처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을 교정하여 더 이상 어머니의 외도를 죄로 해석하지 않기 위해 용서한 것이다. 내가 내 마음을 치유한다고 해서 어머니의 통제와 지배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덩달아 같이 치유되진 않는다.

치유의 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존의 자신이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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