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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역하는 개발자 May 28. 2024

크라우드펀딩 전략을 바꿔보기로 했다 #2

전산인이 예술인으로 탈 바꿈 하는 방법

텀블벅 크라우드핀딩 프로젝트 

'캐릭터 일러스트 강좌 with 프로크리에이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https://tumblbug.com/zzom-procreate



이전 내용에 이어서...


그래서 이번에 준 변화는 무엇인가

결과물의 성격에 의해서 발생하는 차이 말고 의도적으로 변화를 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전 홍보 미설정

텀블벅의 요금제에 변화가 있었다. 마지막 크라우드펀딩 때는 요금제 구분 없이 5%의 플랫폼 수수료, 3%의 결제 수수료, 부가세 10%라 최대 8.8%의 수수료가 나가는 방식이었는데 몇 가지 편의 서비스와 광고를 더 얹어 3단계의 요금 체계로 개편되었다.


텀블벅 요즘제 종류


이번 프로젝트에서 선택한 요금제는 가장 낮은 단계인 베이식 요금제로 '공개 예정'과 '대시 보드' 고급 기능이 없는 버전이다. 사실 이전 프로젝트에서 해당 기능을 써 봤는데 이 두 가지가 크게 매력 있다고 느끼지 못했던지라 없어도 큰 불편이 없을 거라 판단했다.


공개 예정 서비스에 대한 생각

사실 공개 예정 서비스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게 초기에 홍보할 때 내용을 보았던 사람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받으면 후원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가설 때문이다. 반면 나의 다른 가설은 후원자가 공개 예정일 때 본 거랑 실제 오픈 후에 본 거랑 보는 시점이 더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라고 한다면 그냥 프로젝트 기간을 공개 예정일만큼 늘려주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장점을 하나 더 꼽자면 '공개예정 프로젝트' 섹션에 노출된다는 건데 알림 신청 중인 잠재 후원자 수를 보고 후원 욕구를 자극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수수료가 4%라면?)

공개예정 프로젝트 섹션


데이터 분석 대시보드 Pro에 대한 생각

요금제가 분화되기 전에 써 본 기억으로는 딱히 유의미한 데이터를 보진 못했던지라 이 기능에도 큰 욕심은 없었다. 데이터리터러시 측면에서 해석을 못하는 내 무능이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나 자신이 홍보를 한다면 어디서 하고, 어떤 연령대, 어느 지역, 어떤 관심사의 그룹인지 알고 있는 터라 웹 페이지에 심은 식별자로 수집된 정보보다 왜곡이 적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 추적 정보 기능을 차단하는 곳도 많고 전체 모수에서 추적되지 않는 정보 비중이 많을 경우 그냥 운 좋게 수집된 정보 중에서 알고 있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정도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성별 비율과 플랫폼 비율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책의 성격상 남성향인지, 여성향인지 알 수 있고 플랫폼은 뭘 쓰든 웹 페이지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면 전혀 상관없다. 다만 이건 여전히 데이터를 분석하지 못해서 활용을 못하는 것일 수 있으니 섣부른 판단은 유보하기로 하자. 

이전 프로젝트에서 활용했던 대시보드 기능


결국 저 두 기능의 효용을 생각할 때 4%의 수수료를 더 주는 게 의미가 있을까?라고 스스로 물었을 때 내 경우는 '아닌 것 같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크라우드펀딩 목표 금액이 100만 원이라고 생각할 때 4만 원, 200만 원이라고 생각할 때 8만 원,.... 의 추가 수수료가 나갈 텐데 이미 머릿속엔 '그 돈이면 차라리 광고를 하는 게 좋겠어' 란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기간을 짧게

이번 프로젝트는 이전 프로젝트보다 기간을 짧게 잡았다. 첫 번째는 모든 게 불확실하고 제작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확신할 수 없던지라 가능한 한 길게 잡았던 게 사실이고, 두 번째 프로젝트는 굿즈를 직접 제작하면서 시행착오가 많았던지라 처음보단 짧았지만 더 짧게 만들긴 어려웠다. 


두 번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깨달은 교훈은 창작자 입장에선 기간이 긴 게 안정적이지만 후원자 입장에선 기다리기 지루한, 심지어 후원 사실을 잊을 만한 기간인 거다. 실제로 후원 사실을 잊고 있다거나 그 사이에 카드를 교체 발급받아 결제에 실패하거나, 이사를 가는 바람에 수령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기간은 35일, 이 기간을 잡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최소 21일 이상이어야 함

7월 말 8월 초 휴가철 전에 종이책이 나와야 함


우선 21일 이상의 제약은 이번 프로젝트가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유통센터 지원으로 '2024 소상공인 텀블벅 펀딩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도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데 각종 마케팅 프로모션을 3백만 원 상당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다. 올해도 해당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만 솔직히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지 체감되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텀블벅 차원에서 뭔가 행위를 한 건 알겠는데 그 영향으로 얼마나 잠재 후원자에게 노출되었고 최종 후원까지 전환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은 마케팅 감각이 없어 보는 눈이 없다고 판단하고 올해도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어떤 유의미한 결론을 낼 수 있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2024 소상공인 텀블벅 펀딩 지원사업 혜택


한편 7월 말 8월 초에 종이책이 나와야 하는 제약은 휴가 전에 내놓고 싶어서였는데 원래는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에 참여할 때 7월 17일까지 전자책이 유통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아쉽지만 전자책 지원 사업에 떨어지면서 납기 제약은 없어진 셈인데 그렇다고 휴가 후에 정신없는 사람들에게 책을 내밀기보다는 휴가 전에 책을 줘서 편하게 보게 하고 싶었다.  

2024년 제1차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 일정



프로젝트 오픈일을 휴일에

이전에는 프로젝트 오픈을 평일에 했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월요일, 두 번째 프로젝트는 수요일에 시작했고 이번 프로젝트는 일요일에 오픈하게 했다. 첫 프로젝트 때는 준비에 만반을 기하기 위해 주말에 최종 점검을 하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 프로젝트는 직장인에게는 월요일이 가장 정신없을 때라 수요일로 옮겼다. 


이번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덜 접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요일에 두었는데 행여 실수가 있더라도 시행착오를 경험할 후원자가 적고, 업무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긴급하게 조치할 여유도 생기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회사를 다니고 퇴근 후와 주말에만 출판일을 할 수 있다 보니 평일에 시스템 오픈을 하는 것 같은 리스크는 최대한 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원자 굿즈 간소화

첫 번째 프로젝트의 굿즈는 책의 내용을 실습할 수 있는 워크북을 만들었다. 저자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고 비매품으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후원자의 호평이 많았다. 조금 아쉽다면 따라 그리기 좋게 좀 더 큰 사이즈로 만들면 어땠을까 싶긴 한데 책과 같은 크기로 아담하게 만다는 방법을 택했었다. 

한편 책 내용 자체가 그림을 그리는 내용이어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그릴 때 활용할 수 있는 마카와 디지털 방식으로 그릴 때 활용할 수 있는 아티스트 글로브를 함께 포함했었다.

베타 리더로 참여해 준 작가님들의 추가 후원 덕분에 그림엽서와 스티커도 동봉했었는데 이제까지 구성한 크라우드펀딩 패키지로는 가장 다채롭고 예쁜 조합이 나왔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 '그래픽 레코딩'의 굿즈


두 번째 프로젝트의 굿즈 역시 책 내용을 실습할 수 있도록 카드를 제작했는데 이전 워크북은 제작비가 크게 들지 않았던 반면 이번 카드는 제작비가 상당히 많이 들었다. 소위 최소 주문 수량이란 게 있어서 최소 500개는 제작해야 작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제작 과정에서도 제조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기를 몇 차례, 중간에 불량도 났던지라 최종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고 후원자에게 약속한 날보다 더 늦게 결과물을 전달해야만 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 '스크럼 마스터'의 굿즈 예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까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자체 '제작'은 최소화하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어도 부담되지 않는 소모품을 증정하기로 했다. 사실 크라우드펀딩 결과물이 '도서'이다 보니 도서 정가제의 제약을 받게 되는데 금액을 할인하는 10% 직접 할인 외에 사은품을 증정하는 5% 간접할인이 내가 할 수 있는 상한선이었다. 대략 정가 2만 원의 책이라면 10%가 2천 원, 5%가 1천 원이다. 요즘에 과자 한 봉지도 1천 원이 넘기 때문에 이렇다 할 굿즈를 구성하기 힘들었는데 다행히 알리 익스프레스 같은 저렴하게 공산품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생겨 한국에서 개인이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조금 더 유리한 가격에 매입해서 후원자에게 나눠줄 수 있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책도 '드로잉' 책인 데다 본격적으로 디지털 방식의 입문서인지라 다시 한번 '아티스트 글로브'를 증정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소모품이기도 하고 개인이 구매하기엔 택배비가 더 드는 상품이라 책을 보낼 때 동봉하기엔 안성맞춤이라 판단했다. 여기에 기존 후원자에게도 뭔가 더 혜택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USB 충전 케이블 등에 연결할 수 있는 케이블 프로텍터도 굿즈 후보에 넣어두었다. 



선착순 혜택 폐지, 멤버십 운영

크라우드펀딩이 재미있는 건 후원금이 늘어날수록 추가되는 보너스 외에도 일찍 참여할수록 혜택을 더 주는 '얼리버드' 혜택이 있다는 점이다. 나 역시 첫 번째, 두 번째 프로젝트에는 얼리버드 혜택을 설계했었는데 이 방식이 프로젝트 흥행에는 도움이 되는 반면 프로젝트를 천천히 살펴보는 걸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후원자가 뭘 선택했는지 모른다거나, 안내된 내용을 놓치는 경우도 실제로 있었다. 


한편 후원자의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온오프라인 상의 지인은 IT계열 종사자가 많은데 이들의 공통점은 평소부터 얼리버드라는 이름의 선착순에 알게 모르게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IT 관련 이벤트나 콘퍼런스에 참여하려면 선착순 신청이 많은데 평소에도 자동화와 스크립트, 최고급 사양의 PC와 네트워크 환경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인지라 1초 안에 모집 인원이 충원되는 일을 자주 겪곤 한다. 


IT 행사는 초 단위로 마감되는 게 일반적


물론 내가 진행하는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초 단위를 다툴 정도의 인기 몰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이게 뭐 하는 물건인지, 왜 이런 프로젝트를 벌이는 건지, 내게 적합한 구성은 무엇인지 천천히 살펴보고, 고민하고, 선택하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렇다. 이건 '공개 예정' 기능에서 충족할 수 있는 기능인데 '공개 예정' 기능을 쓰지 않게 됨에 따라 공개 예정 기간 만큼 더 길게 노출하고, 천천히 결정하게 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번엔 '얼리버드' 방식의 선착순 구성은 배제하고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후원을 거듭해 준 분들을 위해 '멤버십'이라는 이름의 누적 방식 혜택을 도입하기로 했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주소록에 따로 등록하고 다음에도 후원하면 뭐라도 하나 더 주는 방식이다. 단 평소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책을 만들다 보니 1년에 한 번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할까 말까 하는 상황인지라 실제로 전달할 수 있는 혜택도 미미할 것이다. 이 부분은 비정기적으로 작은 이벤트를 만들고 제작이나 배송이 어렵지 않은 온라인 상품(카카오톡 이모티콘, 네이버페이 포인트)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주는 시도를 해볼 것이다.



카테고리 변경

본업이 IT 분야인지라 그간 번역한 책도 대부분 IT 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책이었다. 텀블벅의 분류로 치자면 '출판 > 실용/취미' 카테고리에 해당된다. 이번 책은 아이패드로 디지털 페인팅/드로잉을 하는 입문서라 여전히 '출판 > 실용/취미' 카테고리에 두어도 상관은 없었는데 '프로크리에이트'로 검색을 해보니 각종 에셋이나 브러시 등을 '예술 > 일러스트'나 '예술 > 디지털 아트' 카테고리에서 볼 수 있었다. 

전산인이 예술인의 옷을 입는 셈이라고나 할까... 해당 카테고리에서 책은 별로 없긴 했는데 그래도 관련 있는 아이템끼리 곁에 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까 싶어 이번에는 '예술 > 디지털 아트' 카테고리에 넣어 보았다. 마치 식육 코너 옆에 허브 솔트나 고추냉이를 함께 두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생각이 주효했는지 여부는 나중에 결과로 살펴보기로 하자.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 카테고리로 도전




에필로그

요컨대 이전 프로젝트와의 차이점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힘을 뺐다' 정도이다. 텀블벅의 요금 체계 변화에서 기존에 활용하던 기능이 유료화된 점이 섭섭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 기능을 썼을 때도 크게 도움 된다는 느낌이 없었던지라 추가 옵션 없이 기본 사양으로 들어가되, 광고는 소상공인 지원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지 다시 한번 실험해 보기로 했다. 물론 내가 발 벗고 나설 때 흥행에 약간의 도움이 되겠지만 적어도 '선착순' 만큼은 덜어내고 싶었던 탓에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는 듯하다.


현재까지 크게 홍보하지 않고 3일째에 후원자 17명의 성적인데 14명이 신규 후원자고 3명이 기존 후원자다. IT 계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니 기존 후원자가 다시 들어오기보다는 진짜 디지털 페인팅/드로잉에 관심 있는 후원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텀블벅에서의 조치는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에 노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인데 2, 3일만 유지되는 설정이라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해당 기능이 꺼지면 관련 커뮤니티에도 조금씩 홍보하면서 후원자의 유입을 지켜보려고 한다. 

어쨌거나 30여 일 남은 프로젝트, 이전과는 조금 다른 호흡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부디 무사히 완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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