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란다 고양이 Jul 11. 2024

와! 나는 진짜로 부자가 될 거야

아무도 안 궁금해할 글 - 2

최근에 새로 생긴 취미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수시로 내 총자산을 확인하는 일이다. 대체 그게 무슨 취미가 되냐 하겠지만 나열된 숫자들 사이로 이러저러하여 모아둔 돈과 각종 적금과 투자 내역을 보다 보면 마음의 안정도 찾아오고 그만큼 노력해 왔던 내 세월도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든다.


주식을 공을 들여하다 보면 보통 매일 잔고의 상태가 달라진다. 장이 좋을 때는 배를 불리다가 장이 수그러들면 다시 주르륵 먹은 것들을 뱉어내기도 한다. 때로는 하루에 주식으로 벌어들인 소득이 그날의 지출을 뛰어넘어 분명 돈을 썼는데 잔고가 늘어있기도 한다. 물론 아직은 기반이 되는 자금이 적기 때문에 이런 일은 흔하지 않다. 그렇게 야금야금 쌓여가는 월급과 불어 가는 자산은 정말 안 먹어도 배가 부른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뿌듯함을 준다.


월급을 벌기 시작한 이후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청산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 결혼을 하고 내 자식에게는 절대로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내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가난할지언정 나를 마음까지 가난하게 키우지는 않으셨다. 그 풍족한 마음으로 진짜 잘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것도 있다. 아무래도 자식이 잘 컸다고 말하기에는 경제적 능력이 제일 직관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부모님처럼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기에 경제적 능력이라도 받쳐줘야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은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들뿐이지만 빠르게 마음을 먹어야 자산이 불어나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내 월급이나 투자 수익률을 늘리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찍 복리의 마법을 실현하고 싶었다. 그래야만이 진짜 '부자'가 될 수 있다.


나는 진짜 부자가 되고 싶다. 돈이 삶의 목적이 되어 돈밖에 모르고 살아가는 수전노가 되고 싶지도 않고, 가진 돈을 남들에게 뽐내기에 급급한 허영심 가득한 인간이 되고 싶지도 않다. 돈이 많다고 없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깔보는 위세 떠는 인간도 내가 원하는 부자의 모습은 아니다. 나는 그래서 정말 내가 가진 것들을 선하게 사용할 수 있는 멋진 부자가 되고 싶다.


가난한 삶을 살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이 가난하면 자연스럽게 이기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이었다. 나 하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남을 챙길 여력 같은 것은 생각해보지도 못한다. 못된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없는 인간이어서 그렇다. 물론, 세상에는 가난함에도 베풀고 사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예수의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 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돈을 많이 벌면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직은 마음이 따뜻해질 만큼 돈을 모았는지는 모르겠다. 미지근히 올라가는 핫팩처럼 천천히 온도를 올려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단계인 것 같다. 사실 돈을 모으는 것과 함께 마음의 크기도 함께 키워갈 준비를 해야 한다. 머릿속에서 이 생각을 놓지 않고 있어야 내가 원하는 진짜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통장 잔고가 아니라 마음을 잘 붙잡아 두는 하루가 될 것만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