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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피네올리브 May 14. 2020

[못자리 모판만들기] 모판흙담기, 씨나락 볍씨 파종하기

벼 육묘상자 수도용 상토 모판흙담기, 파종하기, 쟁이기

일년 농사일의 절반! 못자리 모판만들기! 곡우에 들어 봄비가 내리면 저 불가재 들논에 써레질을 하고 못자리 모판 만들기를 하였던 그 고된 옛날은 어디 가고  그야말로 일사천리!


오늘은 못자리 모판 만들기 중 벼 육묘상자 수도용상토 모판흙담기 및 씨나락 볍씨 파종하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못자리 모판만들기: 벼 육묘상자에 수도용상토 모판흙담기, 볍씨파종하기, 모판쟁이기

불가재 들녘은 비가 오지 않는 흉년이면 들판이 불탄다 했던가 그 들녘 한피짝 논에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못자리 모판 만들기를 하였던 아버지와 형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늘이 5월 8일인데 어머니가 하염없이 그립고 보고싶으다.  

경운기는커녕 손수레며 리어카도 없었던 배고픈 시절, 이제는 고인이 되신 부모님과 늙어버린 형들의 얼굴에서 상처 난 정체성을 되찾아 간다.  

음력 4월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면 누렁이를 재촉하여 불가재 논에 가서 쟁기질을 하고, 곡우 때 내린 빗물을 받아 써레질을 하고, 물속에 못자리를 만들고, 거기에 씨나락 볍씨를 파종을 하고 나면 산들바람이 불어와 물속의 볍씨가 아지랑이 피는 듯 아롱아롱 기억 속에 하늘거린다.

발로 치대고 뭉개고 쓸어 올려 만든 고운 못자리 모판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 테지만, 벼 육묘상자에 모판흙을 담고 볍씨를 파종하면 간단히 끝나는 요즘 못자리 모판만들기는 고된 논 농사일로부터 농부들을 해방시켜 주었다.

먼저 못자리 모판만들기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대충 이러하다.


못자리 모판만들기 작업 순서

1. 씨나락 볍씨 담그기
2. 벼 육묘상자에 수도용 상토 모판흙 담기
3. 씨나락 볍씨 파종하기
4. 파종한 육묘상자 펼치기, 물 주기


1. 씨나락 볍씨 담그기- 일시 : 2020. 5. 1


예나 지금이나 씨나락 볍씨 담그기는 동일하다. 목적은 쭉쟁이를 걸러내고 탱글탱글~ 속이 꽉 찬 알곡만을 파종하기 위함이다. 물론 빠트릴 수 없는 볍씨소독도 겸해서 말이다.

예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는 약간의 소금과 나무와 풀을 태워 잿물을 만들어 볍씨소독을 했지만 요즘은 간단히 농약이 대신한다.

꽃피네올리브네는 올해 볍씨 소독약으로 부농원에서 구입한 볍씨소독약 키맨~  30마지기 6천평/ 40킬로들이 5가마니 씨나락에 키맨 8병을 사용했었다


키맨 볍씨 소독약하기

정읍사의 한 대목이련가 "어기야 어강도리 아으 아롱드리~"  붉은 기운이 가득히 피어오른다. 보기에 좋은 것이 파리지옥, 끈끈이주걱의 붉은 혓바닥처럼, 꽃뱀의 끈적한 유혹처럼 때로는 독약이 될 수 있슴을 보여준다. 적어도 벼의 병해충들에게는  



2. 벼 육묘상자 수도용 상토 모판흙담기 : 일시/ 2020. 5. 3


볍씨파종을 하기 전에 미리 수도용 상토흙을 벼 육묘상자에 절반 정도 넣고 고르는 작업을 미리 해 두어야 한다. 모판흙담기이다. 이 모판흙담기가 끝나면 발아한 볍씨를 여기에 파종하고 다시 살짝 상토를 덮으면 못자리 모판 파종작업은 끝이 난다.

이 작업은 그 옛날 배고파서, 돈 없어서 못 배운 우리 형님들이 죽어라고 허리 등골 빠지게 불가재 논에서 일을 했던 농사일 중 하나이다.

이 힘든 농사일을 피하는 방법은 오직 도시로의 가출뿐이었다. '제 밥그릇 찾아가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바로 이 가래질, 써레질을 하여 못자리 모판만들기를 하는 이때 즈음이 아니었던가?

"앵두나무 우물가에~

말만 듣던 서울로~ 서울로~
 갑돌이도 갑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벼 구식 육묘상자. 요즘 포트묘를 하는 농가가 늘어남

위에 보이는 벼 육묘상자에 모판흙담기가 바야흐로 시작된다. 옛날로 치면 가래질하고 누렁이 암소로 써레질을 하는 것이다.

수도용 상토를 육묘상자에 가득 채우지 않고 골고루 절반 정도를 담는다.  왜냐하면 모판흙에 볍씨를 파종하고 다시 살짝 덮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벼육묘상자에 수도용상토 모판흙담기

"집안에서 오손도손 얘기하면서 써레질을 하다니 마치 상전벽해여! 하하"

​수도용상토는 40리터 기준 보통 5-6천원 한다. 농민들은 국가보조금으로 겨우 2-3천원이면 살 수 있기에 늘 도시근로자 여러분들께 미안함을 같은 노동자로서 느끼며 한편으로는 죄송스럽기 짝이 없다. 그 양반들이 이 하찮은 농부보다도 더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경기가 나빠 불어 닥치는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짠하디 짠하다.

이 모든 것들에 국민이 낸 혈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정말 좋은 쌀을 생산해야 할 것이다.

​바로커 수도용 상토 앞으로!


40리터들이 수도용상토 바로커

이 수도용 바로커상토는 참 믿을 만하다. 가장 큰 장점은 잡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그래 바로커랑!"

몸빼를 입은 핑크핑크해 고무장갑의 광주형수님 착석!

고무장갑 몸빼패션이라고 알랑가 몰라!

빈 벼 육묘상자에 바로커 상토 모판흙을 넣고 골라주면, 나르고 쟁이는 것은 광주형님 몫!
형수님과 꽃피네올리브, 둘이서 수도용상토를 벼 육묘상자에 담으면, 형님이 모판을 나르고 쟁였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우멩! 허리 끊어질 것 같으다! 에이궁 힘드로!"

꽃피네올리브는 보이지 않는다.

오디로 내뺐냥?^^


벼 육묘상자 모판흙담기

 일단 모판흙 상토를 벼 육묘상자에 가득 넣고선 밀대로 민다. 이게 현대판 써레질이다! 누렁이 황소가 "우멩 나 힘드로!" 헉헉대며 한걸음 한걸음을 나아갈 때마다 내뿜었던 하얀 거품 같은 침방울들을 기억하는가?


그 가여운 누렁이도 고된 농사일을 하다가 그냥 논에서 쓰러져 죽어버렸다.
'요즘처럼 이렇게 쉽게 못자리 모판 만들기를 했었더라면 오죽 좋았을까낭!'

이 힘든 써레질을 앉아서 그냥 한 번에 쓱! 싹! 하면  끝나는 것이다.
살다 보니 실로 좋은 세상이 도래하였구나!


짜잔! 완성~ 벼 육묘상자 모판쟁이기, 모판쌓기, 보온하기

어라~ 벌써 다 끝냈다. [못자리 모판만들기] 벼 육묘상자 모판흙담기, 씨나락 볍씨 파종 하기중 모판흙담기가 드댜 끝이가 났다!

​6백상자 모판흙담기가 3시간 만에 다 끝났다.
소요인원 3명
소요상토 : 40리터들이 수도용 상토포대40개!

"에공 나몰라 힘드러 뻐쳐죽겠Day!"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구슬은 꿰어야 보배고 씨나락 모판흙 육묘상자는 덮어야 되지 않겠는교!"


남는 상토 정리. 볍씨발아기는 순조롭게 작동중

남은 상토는 파종하고 모판에 흙덧씌우기 할 때 쓰자. 일단은 포장으로 덮고선 마무리~


이제 2-4일 후 발아한 씨나락 볍씨들을 건져내서 오늘 모판흙담기를 한 육묘상자에 파종하면 되는 것이다.


오잉! 발아온도 32도! 잘 맞추더라궁!

걱정들 붙들어 매시구랴~

옛날에는 아랫목에다 이불로 꽁꽁 덮어놓고 굼불을 때서 볍씨 발아를 시켰는데 요즘 그 역할을 간단히 발아기가 대신하는 것이다.

볍씨 발아기야! "웅웅!(녜!)"

 빨리 볍씨 싹을 틔우거레이~

알았다고 "웅웅웅!" ~~ 녱! 녱! 녱!~~

그로부터 1일 후 5월 4일 들쳐보니 발아가 잘되어 발아기를 끄고 씨나락은 그대로 물속에 두었다. 5월 1일 씨나락 볍씨를 담근 후 발아기로 발아시키는데 4일이 걸린 셈이다.

​'벼 육묘상자에 수도용 상토 모판흙담기, 소감이 오띠염?'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으이! 옛날로 치면 이것이 써레질해서 못자리 만들기인데 어이 힘이 들지 않겠는감!"^^



3. 씨나락 볍씨 파종하기 :일시 / 2020.5.5


[못자리 모판만들기] 벼 육묘상자에 모판흙담기를 끝낸 후 담가놓은 씨나락들이 싹이 트면, 미리 모판흙담기를 한 벼 육묘상자에 씨나락, 볍씨를 파종한다.  

5월 5일 새벽에 나지막한 엔진 소리가 잠을 깨우는데 목포형님이다. 일단은 싹을 틔운 씨나락 볍씨들을 보니 충분히 촉이 터 올라왔다. 서둘러 건져내고 바로 파종 준비를 한다.


촉이 튼 볍씨 / 파종직전

볍씨 발아기로 4일 동안을 32도로 온도를 높여주어 발아를 시킨 뒤, 발아기를 끄고 하루를 더 담갔다가 파종 직전에 건져내어 물기를 뺀 씨나락들~

차댕이에서 쉰 냄새가 팍팍 나고 허연 거품들이 여기저기에 묻어 있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굿!

씨나락은 파종 당일 건져내어 물기를 쫙 뺀다. 키맨 볍씨 소독약에 담근 씨나락 볍씨들을 다시 헹굴 필요는 없다.

 

파종한 모판 다시 쌓기 보온깔판

땅바닥에 깔판을 깔고 그 위에 다시 헌 카펫을 깔고서 밑자리를 만든다. 여기에 씨나락 볍씨를 파종한 모판들을 다시 쟁여야 한다.


오전 7시
"아침을 들고 합시다!"
"???" 대답들이 없다. 일에 정신이 팔렸는갑다.

벼 육묘상자 모판흙담기가 2일 전에 끝나고 이제 못자리 모판만들기 중 씨나락 볍씨 파종하기 작업 직전이다.

우리는 그전까지는 늘 손으로 대충 육묘상자에 파종을 했었는데 올해는 종한이 아재의 수동 볍씨파종기를 빌려 쓰기로 했다. 품앗이다.

종한이 아재가 7시 조금 전에 볍씨 파종기를 가져왔다. 오늘은 올리브나무 쑥메기, 잡초 김메기를 하는 날인데 묘하게 겹쳤다. 아참 오후에는 드론으로 올리브나무에 살충제도 뿌려야 한다. 부랴부랴 올리브 시범농장에 가서 오늘의 작업사항을 전달하고 부리나케 달려오니~

2일 전에 벼 육묘상자에 모판흙담기 하다가 남은 상토흙을 펼치고 수동 볍씨파종기를 설치를 하고 있다. 볍씨 파종기 설치라고 해봤자 파종기를 그냥 모판 가까이 놓으면 되는 것이다.

가동! 돌리고 돌리고!~~
종한이 아재가 볍씨파종기 손잡이를 돌린다.


못자리 모판만들기/ 파종작업 시작

우멩 바쁘닷! 바빳!
상토 넣으랴 파종된 모판나르랴 씨나락 차댕이들을 가져다 나르랴 정말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래 봤자 6백개 아니겠어! 2시간이면 끝난다구!' 하하


볍씨 파종 역할분담  

1. 종한아재 : 모판물주기. 파종기 돌리기

2. 광주형님 : 밥먹이기
무슨 밥을 먹이냐구? 모판흙담기를 해놓은 모판들을 파종기 위에 쉴 새 없이 가져다 얹어 놓는 일인데 이거 정말 죽음! 힘드로!

3. 목포형님 : 파종된 모판 가져다 쌓기

4. 꽃피네올리브 : 모판쌓기, 상토를 파종기에 넣기, 가끔 씨나락 차댕이 가져다 주기

5. 광주형수님 : 씨나락 볍씨 파종기에 먹이기


수동 볍씨파종기로 파종하기

광주형님이 모판을 파종기에 먹이면 모판이 이동하면서 위에서 볍씨가 골고루 떨어지고 그 위를 상토가 덮는다.


상토를 먹이고 씨나락 차댕이를 부어 볍씨들을 파종기 통에 넣고 있다. 건져놓은 씨나락 볍씨들이 충분히 물기가 빠지지 않으면 펼쳐놓고 고슬고슬하게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씨나락들이 뭉쳐 떨어지지 않고 하나씩 톡톡 모판에 파종된다.


옛날에는 파종하는 것이 제일 수월했을 것이다. 써레질해서 만들어놓은 못자리판에 훠이 훠이 이리저리 골고루 뿌리기만 하면 됐을텐데 이런 고급스러운 일은 아버지께서 당신이 직접 했을 테고 형들은 죽어라고 소 끌고 써레질이나 했을 것이다.

안 봐도 비됴!^^ ㅋㅋ



씨나락 볍씨 수동파종기 작동순서


일단은 모판에 물을 후북히 준다. 그 후
1. 먼저 파종할 모판을 먹이고
2. 씨나락 볍씨 투하
3. 상토투하
4. 가져다 쌓기


빌려 온 볍씨파종기, 가마행차 나가신다~

일끝났다! 빌려온 볍씨 파종기를 청소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파종된 모판을 덮어 보온을 해준다. 이렇게 2-3일 있으면 수북이 새싹들이 올라온다.


씨나락 볍씨 파종이 끝나고 빌려온 파종기가 집 밖으로 나간다. 가만! 이거 꼭 머 같으다!

가마가 나가는가? 꽃피네올리브의 눈에는 마치 가마꾼이 가마를 메고 길을 나서는 것 같다.
"물렀거라! 파종기 일 마치고 나가신다!"

​6백개 모판에 파종을 다 하고 나니 3차댕이의 볍씨와 40리터들이 5포대의 상토가 남았다.


파종모판 보온하기

파종한 모판의 보온요령은 먼저 비닐을 덮고 쓰러지거나 날아가지 않도록 무거운 물체를 올려놓고 포장으로 덮고 칭칭 동여매어 주면 된다.



4. 파종한 육묘상자 펼치기, 물주기: 일시/ 2020. 5. 8


"보이?"
"살짝"
"그럼 됐어. 빨리 벼 육묘상자들을 펼치고 물주자"

싹을 빨리 키우기 위해 파종이 끝난 육묘상자들을 쌓아놓고 덮어서 보온을 할 때, 한순간 방심하여 오래 보온하면 다 썩어버리는 수가 종종 있다. 그야말로 도로아미타불~ 일장춘몽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하던지 모동냥을 해서 심는 수 밖에!

"젖동냥은 들어봤어도 모동냥은 못 들어봤다!! 에라이 삼식이!" 이런 요상스러운 시츄에숑에 처하게 된다.^^

5월 초순의 날씨는 굉장히 변덕스러워서 쌀쌀하다가도 갑자기 여름 날씨처럼 더워져서 자칫 하다간 파종한 볍씨들의 싹이 포장 안에서 썩어버린다. 따라서 늘 포장 안을 들여다보아 수북이 올라오면 더 키우려 하지 말고 미련 없이 땅바닥에 펼치고 물을 주어야 한다.

적당하게 촉이 나왔다.


파종후 보온! 수북히 올라온 벼의 촉
볍씨 씨나락 파종 종자량


모판 20개로 2백평 1마지기 벼농사를 할 수 있다. 씨나락 볍씨 무게로는 약 5킬로의 벼 종자가 필요하다.

마지기당 17개 모판을 한다는 이도 있고 4.7킬로 씨나락을 종자로 한다는 이도 있는데 우리가 좀 넉넉히 종자를 파종하는 셈이다.


5. 8일 펼치기: 위 / 5일후 벼 육묘상태: 아래

참새 너! 딱 걸렸어!
새가 쪼아 먹지 않도록 그물망을  덮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돌! 벽돌! 너희들 빨리 일루왓! 차광망이 날아가지 않도록 고추활주 너는 모판 위로~ "

​그리고선 흠뻑 물을 준다. 이 모들은 5월 24일 날 이종 할 계획이지만 크는 속도에 따라 모내기 디데이는 며칠 더 빨라질 것 같다.

5월 1일 씨나락 볍씨를 담그고 나서부터 논에 심기까지 넉넉잡고 24일 정도가 걸린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모내기를 할 수 있을런지~
인생무상.

늙어가는 농촌, 꽃피네올리브도 하염없이 저물어간다. 이제 저 불가재 들판에서 들렸던 농부가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못자리 모판만들기] 벼 육묘상자 모판흙담기, 씨나락 볍씨 파종하기를 마친다.  "못자리하면 농사 절반 한겨!" "모내기하면 한해 다 지나간겨!" 바람결에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어머니 다정한 목소리가

꽃피네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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