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은 누구를 울리는가

by 리딩더리치


환율이 올랐다.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떠들썩하다.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계엄 이후 처음 보는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인데?”
해외여행을 갈 계획도 없고, 달러로 거래할 일도 없다면 환율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사실은 그 반대다.
환율이 나와 상관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고환율의 영향은 더 크게 다가온다.
한국은 순대외채권국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고 곧바로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은행이 무너지고 국가 부도가 나는 금융위기 상황도 아니다.


문제는 생활이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
환율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약 0.3%포인트 오른다.
숫자는 작아 보이지만, 장바구니에서는 바로 체감된다.
고환율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국민 부담을 누적시킨다.
이번 상황은 금융위기가 아니라 생활의 위기다.


고환율이 반가운 사람들도 있다.
수출 기업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이다.
달러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같은 제품을 팔아도 원화 기준 매출과 이익은 커진다.
고환율은 이들에게 조용히 이익을 이전하는 구조다.


반대로 고환율이 부담이 되는 쪽도 분명하다.
수입 물가가 오른다.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에너지 비용이 오른다.
임금 상승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내수 중심 자영업자와 고정소득 가계, 청년층에 부담이 집중된다.
고환율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세금처럼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달러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더 유리해지고,
환율이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생활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
환율 상승은 자연스럽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그래서 환율은 더 이상 외환시장만의 숫자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압박이 된다.
환율은 가격이 아니라 삶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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