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전언 328]
매일 조회 때 부서가 돌아가면서 정기보고를 합니다. 그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요?’, 혹은 ‘뭘 하시겠다는 건가요?’하고 질문합니다. 대부분 보고에 이 질문을 하다 보니 저 자신도 민망하고 미안합니다. 자꾸 추궁하고 질책하는 꼴이 되어서 괴롭기까지 합니다. 괴로우니 얼굴도 굳어집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비판으로는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오히려 반대 행동을 하니 조회 들어가는 마음이 무척 힘듭니다. 비판과 질책으로는 사람을 바꿀 수 없습니다. 칭찬과 격려와 지원과 지지가 사람을 바꿉니다. 그런데도 계속 지적하게 됩니다. 계속 이러면 구성원들이 긴장하게 되고, 저하고 관계가 안 좋아지고, 조직이 경직됩니다.
우선은 어떻게든 저 자신이 바뀌어야 합니다. 저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 저는 아이 메시지(I-message) 전달 방식으로 제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아이 메시지 전달 방법은 제가 불편하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먼저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보고는 내 목표를 관철시키려고 해야 합니다
늘 그렇듯이 일은 나를 위해 해야 합니다. 보고도 나를 위해 해야 합니다. 남 들으라고 보고하면 안 됩니다. 보고는 듣는 이로 하여금 나를 지지하고, 지원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내 목표를 알려주고, 내 목표를 왜 여러분이 지지해야 하는 지를 설득하기 위해 보고를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은 보고를 뭐 하려고 합니까? 내 차례가 되었으니까 그냥 하는 걸까요?
보고는 내 목표를 관철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실이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보고를 할 때는 내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하고 잘 이해할 수 있게 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내 목표가 왜 중요한지를 알게 해야 하고, 적어도 방해는 하지 않게, 나아가서는 적극 지지하고 돕게 해야 합니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절대로 좋은 보고를 할 수 없습니다. 소설의 3대 요소는 주제, 구성, 문체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입니다. 주제가 뚜렷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제에 맞게 구성해야 하고, 감동을 주려면 문체에 신경 써야 합니다. 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제 곧 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내놓은 이유와 방법을 설명해야 합니다. 주제가 뚜렷하지 않고는 소설이 안 되듯이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는 보고가 될 수 없습니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보고는 의미 없는 중얼거림이고 화음이 다 깨진 음악입니다. 다 헛수고입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요?’와 ‘뭘 하시겠다는 건가요?’하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보고가 지향과 목표를 뚜렷이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기보고’라는 단어를 ‘사업계획 발표’로 바꾸라고 했습니다. ‘보고’라고 했더니 자꾸 지나간 것을 보고 하길래, 단어부터 미래를 향하는 ‘사업계획 발표’로 바꾸었습니다.
지휘의 본질은 솔선수범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지휘서신을 쓰라고 하니까 자꾸 부하에게 지시하려고 합니다. 물론 지휘는 부하에게 지시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지휘하는 방법은 솔선수범이 기본입니다. 그러므로 지휘서신은 부하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또, ‘내 이야기 하기’가 우선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본질을 생각해야 좋은 지휘서신을 쓸 수 있습니다.
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도 본질을 생각해야 합니다. 보고는 회고가 아닙니다. 보고는 앞으로 할 일을 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과거는 미래로 나가기 위해 돌아볼 때 의미가 있습니다. 미래가 전제되지 않는 회고는 푸념이거나 신세한탄이거나 혹은 자기과시일 뿐입니다. 보고는 미래로 향해야 합니다. 미래로 향한다는 것은 목표를 내놓는다는 것입니다.
지휘자의 보고는 ‘가리키고[指], 이끄는[導] 수단’입니다. 곧 ‘지휘’입니다. 이 말도 하도 자주 해서 또 쓰기 민망합니다. 지휘는 ‘가리키고 이끄는 것’입니다. 보고는 가리키고 이끄는 수단입니다. 이게 보고의 본질입니다.
가리키려면 손가락 하나를 쭉 펴서 목표를 향해 정확히 뻗어야 합니다. 서너 개 손가락으로 서너 개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게 해서는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방향을 확실하게 가리켜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하려는 지가 아주 분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왜’ 그러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이걸 좀 더 풀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6하 원칙을 적용하면 됩니다.
목표가 분명하려면 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꿈꾸는 게 무엇인지, 내가 하려는 게 무엇인지를 아주, 뚜렷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이 아닙니다.
티쿤에서는 주례나눔 때마다 나눔 가이드라인을 같이 읽는데, 나눔 가이드라인은 ‘너, 우리라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습니다’고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하라는 것’입니다. 티쿤을 운영하면서 ‘너, 우리라는 말을 하지 마세요, 자기 이야기를 하세요’ 하고 정말 수도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조회 때마다 ‘그래서 뭘 하자는 건가요?’하고 묻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하는 걸 힘들어합니다. ‘내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또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하려는 게 분명해야 합니다. 하려는 일은 손에 잡혀야 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8월 10일까지 뭘 하겠다는 그 ‘뭘’을 분명히 하는 게 일을 하는 방법입니다.
글을 쓸 때도, 목표를 세울 때도 하려는 게 아주 뚜렷해야 합니다. 하려는 게 뚜렷하지 않으니까 사업보고든 사업계획이든 구름 잡는 소리고 장황합니다. 간결하지 않고 쓸 데 없이 깁니다. 뭘 하고 싶은지 손에 잡을 수 있게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성찰해야 합니다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아는 건 뜻밖에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언과 지휘서신 쓰는 게 어려운 겁니다.
저도 매주 전언을 쓸 때마다 지금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왜 중요한지를 정리하는 게 정말 힘듭니다. 사람들은 저더러 글을 참 쉽게 쓴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겉으로 보기에 그렇습니다. 다음포탈에서 저를 브런치 작가로 추천해줬습니다. 읽을만한 글을 쓴다는 뜻입니다. 해외직판 분야에서는 제가 유일한 추천작가입니다. 그만큼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저도 글 쓸 때마다 화가 납니다. 도대체 마음에 들 때가 거의 없습니다.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다가 정말 힘이 들고 지쳐서 한쪽에 미뤄 둡니다. 등산 갔다 와서 다시 들여다보고 고치고, 또 마음에 안 들어서 또 한쪽으로 미뤄 놓습니다. 그래도 써야 하니까 다시 씁니다. 전언은 원고를 넘겨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마무리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저는 브런치 작가고 또 30여 년 이상 글을 써 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전언 말고도 수 없이 많은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말하기 좀 그렇습니다만 글쓰기는 정말 ‘더럽게’ 어렵습니다. ‘빌어먹을 짓’입니다.
사람의 생각 자체가 전혀 완전하지 않고, 그 생각을 글로 알기 쉽게 쓰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글 쓰기가 쉬울 리가 없습니다. 저도 어려우니 여러분이 어려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제일 힘든 것은 지금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나 자신이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해야 할 회사 일은 정말 많습니다. 자금 흐름, 해외 법인 정비, 티쿤 재팬 재론칭, 직영사업부 매출 증대, 홍보, 이용사 유치, 이용사 정비, 부산 지역 가망 이용사 모임, 국내 분양과 중국 분양, 일본발 한국향 1호 사이트 론칭, 물류 등. 이 많은 일들 중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나누고, 중요한 것을 처리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한꺼번에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니 전언을 쓰고 지휘서신을 쓰는 게 지도도 없이 정글을 헤쳐 나가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어렵습니다.
사물은 원래 복잡한 관계로 존재합니다. 그중에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걸 구별하는 건 당연히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사업은 더 복잡합니다. 사업은 자금, 조직, 인사, 마케팅, 영업 등 모든 영역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오죽 어려우면 정말 유명한 경영학자가 성패의 90%는 운에 달렸다고까지 했겠습니까?
저도 이제 사업한 지 20년이 되어 갑니다. 그 전이라고 논 것도 아닙니다. 저는 사업하기 전에 정치하면서 엄청나게 여러 가지 일을 해봤고, 엄청나게 공부도 했습니다. 그다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한국에서 웬만큼 날고 긴다는 사람보다 더 많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저조차 사업하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지금 티쿤을 제가 잘해서 여기까지 끌고 왔을까요? 겸손한 척하느라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고, 또 정말 좋고 훌륭한 동료와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해보니까 성공한 기업가들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자기가 잘나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이 어느 정도 성공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헌신과 그리고 천우신조가 있었던 것뿐입니다. 실력으로 회사를 성공시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자기 먹고사는 정도를 일군 사람도 드물지만 기업다운 기업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 기업에서 임원으로, 간부로, 지휘자로 살아가는 것도 당연히 어렵습니다. 정글 속에서 자기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는 만큼 어렵습니다.
그러니 목표를 세우기 힘들고, 목표를 그렇게 세운 이유를 설명하기도, 목표를 달성할 수단을 마련하기도 당연히 어려운 것입니다. 끊임없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저는 최근 정말 놀라고 있습니다. 기업 하는 사장들 정말 공부 안 합니다. 공부도 안 하고, 성찰도 안 하면서 회사를 운영합니다. 하긴 공부라는 게 하루, 한 달, 일 년 해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매일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성패를 가르는 90%는 운이지만 그것도 개인이 준비하지 않으면 오는 운조차 살릴 수가 없습니다.
티쿤에서 많은 임원, 간부급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역시 놀랐습니다. 정말 공부 안 합니다. 글 쓰는 것 보면 99% 압니다. 글쓰기는 결코 재주가 아닙니다.
저는 꽤 큰 회사 임원이라는 사람이 ‘자기는 글 쓰는 재주가 없다’고 태연히 말하는 걸 보고 기절할 뻔했습니다. 축구 선수가 자기는 축구에 재질이 없다고 하면 말이 됩니까? 피아니스트가 자기는 피아노에 재질이 없다고 하면 말이 됩니까? 말이 안 됩니다. 그런 말 하는 건 미친 짓입니다. 나 잘라 달라고 광고하는 겁니다. 다행인 건 그 글을 읽는 그분 상사조차 글쓰기는 재주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글쓰기가 안 되면 기업에 들어와서 임원이나 간부 하면 안 됩니다. 문학 작가가 쓰는 글이 아니고 실용 글쓰기는 기업 임원이나 지휘자에게는 구구단 외우는 것만큼이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구구단을 못 외우고, 글을 못 읽으면 회사에 들어오면 안 됩니다. 엑셀 기초도 못하고, 타이핑 못 하면 회사에 들어오면 안 됩니다. 그건 누구나 인정합니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임원이나 간부가 되면 안 됩니다. 그것도 무조건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기업 임원이 되고도 ‘글에 재질이 없다’는 말을 태연하게 하니까 미쳤다는 겁니다. 평사원이나 생산 쪽에 종사하는 경우는 꼭 그렇지는 않지만 기획, 간부, 임원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사원이나 대리급, 생산 쪽에는 그다기 강요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쪽은 아직 자라는 중이고 또 글쓰기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분야에서도 할 수만 있으면 부지런히 정리하긴 해야 합니다.
글에 재질이 없다는 것은 생각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글을 못쓰면 결코 생각을 정리할 수 없습니다.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면 결코 목표를 잘 정하지 못합니다. 아주 드물게 글로 정리하지 못하면서도 목표를 잘 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그 목표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면 지휘를 할 수는 없습니다.
글을 한 편도 안 쓴 위대한 경영자, 성공한 경영자도 있습니다. 어쩌면 위대한 경영자나 성공한 경영자는 글을 안 써도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뇌 구조 자체가 다른 사람입니다. 세 살부터 피아노를 누워서 치는 천재도 있고, 다섯 살 배기가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천재입니다. 절대 우리가 따라갈 수 없고, 따라가려고 해도 안 됩니다. 천재는 하늘이 냅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하루에 원고지 열 매 쓰기를 십 년 해야 하고, 하루 다섯 시간씩 매일 피아노 앞에 앉아 있어야 겨우 결혼식장에서 반주해주고 생업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자질이 없으면 그만두거나 노력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삶이 참 고단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아내야 하는 게 우리 인생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을 먹여 살리기도 어렵습니다.
목표를 세우려고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성찰하려면 계속 글을 써야 합니다. 생각나눔, 독서나눔, 지휘서신을 써야 합니다.
저는 티쿤 CEO입니다. 저는 생각나눔, 독서나눔, 지휘서신으로 임원과 간부들을 평가합니다. 옳으냐 그르냐 따질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걸 가장 중요한 고과 기준으로 삼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쓴 글로 그 사람 실력을 평가합니다. 저에게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실력자는 결코 임원이나 간부가 아닙니다. 지휘자가 아니라 실력 있는 실무자입니다. 맞냐 틀리냐를 따지지 마십시오. 티쿤에서는 제가 CEO고 저는 그걸 고과 기준으로 삼으니까 제 기준에 맞춰야 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저는 글쓰기보다 목표를 더 잘 세우고,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보다 자기를 더 잘 성찰하는 방법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보다 더 좋은 소통 수단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에게, 글 안 쓰는 임원과 간부는 공부 안 하는 사람입니다. 혹은 성찰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지휘서신 안 쓰는 임원과 간부는 저하고 같이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입니다.
지휘서신 쓰라고 했더니 단순 보고 거리를 지휘서신이라고 태그를 붙여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글 보면 화가 납니다. 한 주 내내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것도 정리하지 않고 또 다른 한 주를 맞이하는 건 일 안 하겠다는 선포 외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계획할 걸 요구합니다. 계획 없이 일할 거면 제발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하고 맞지 않습니다.
목표를 잘 세우려면 깊이 생각해야 하고, 깊이 생각하려면 글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보고해야 합니다.
간결하게
목표가 명확하고, 올바르면 당연히 그 목표를 세운 이유도 분명하고, 수단도 올바르기 쉽습니다. 목표와 수단이 정확하면 보고가 간결해집니다. 꼭 필요한 것만 쓰게 됩니다.
목표와 이유와 수단이 분명하지 않으니 보고가 장황해집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잡다한 일은 일이 아닙니다. 내가 진짜 하려는 일을 보고 하십시오. 간결해질 겁니다. 부차적인 것은 보고에 넣을 필요 없습니다. 핵심을 잡으면 나머지는 부산물일 뿐입니다.
사람이 일 년에 진짜 할 수 있는 일다운 일이 몇 개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계획을 보고하라면 온갖 잡다한 일을 다 보고해서 진짜 하려는 게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일기 쓸 게 없다고 밥 먹고, 배설하는 것까지 쓸 수는 없습니다. 중심이 명확해야 합니다. 진짜 하려는 게 뭡니까? 그것도 내가 하려는 게 뭡니까?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사업계획서가 A4 한 장 혹은 두 장을 넘어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명확한 사업계획서는 굳이 설명 안 해도 됩니다. 설명해야 알아들을 수 있는 사업계획서는 설명한다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에게 설명할 때는 A4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핵심만 들으면 웬만큼 압니다. 웬만큼 소통하고 나서 상세하게 설명할 때는 길어도 상관없습니다. 그건 어차피 안 읽을 거니까요.
우리가 보고를 하는 것은 핵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나머지 집행할 일은 각자 알아서 하면 됩니다.
용감해야 합니다
보고는 무섭습니다. 보고를 받거나 하고 나서 칭찬하는 말보다 비난하고 비판하는 말을 듣는 경우가 열 배는 많습니다. 칭찬, 지지, 격려, 지원은 어렵고 지적, 비판, 비난은 쉽습니다. 그러니까 보고하면 지적당할까 봐 두려운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CEO인 저도 두렵습니다. 제가 내놓은 목표가 옳다는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그냥 제 생각일 뿐입니다. 포연이 자욱하고 비도 내리는 전쟁터에서 어디론가 가야 해서 무작정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두렵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갈 길을 정해야 합니다. 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야 하니까 명확히 정하고 가는 것뿐입니다. 각자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믿고 목표를 내야 합니다.
갈팡질팡은 무조건 죽는 길입니다. 목표를 뚜렷이 내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를 위로하는 말이 ‘선택’입니다.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선택하는 것입니다. 선택하려면 용감해야 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죽습니다. 내 목표, 내 이유, 내가 선택한 수단을 분명히 이야기하기 바랍니다. 용감해야 합니다.
주변 도움을 받으세요
두려우니까 동료가 필요합니다. 같이 상의하세요. 혼자 결정하기 무서우니까 상의하는 겁니다. 최종 결정은 내가 하되 경청하세요.
저는 두려우니까 전언을 미리 씁니다. 요즘은 별로 안 하는데 그 전에는 다른 이에게 미리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작가들도 작품 쓴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미리 보여주고 자문을 얻습니다. 그리고 또 끊임없이 고칩니다.
여러분이 내는 보고서는 작품이어야 합니다. 내 사상, 내 철학, 내 의지가 담긴 작품입니다. 사전에 열심히 점검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물어야 합니다.
맞춤법도 맞춰야 하고, 형식도 갖춰서 사람을 감동시켜야 합니다. 한 달에 한번 돌아오는 사업 보고가 묵살당하면 심하게 자책해야 합니다.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이걸 피하려면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 또 발표하기 전에 주변으로부터 충분히 조언을 받아야 합니다.
일을 해야지 보고 준비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요? 그게 간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짜는 것이야말로 간부가 꼭 해야 할 일입니다. 간부나 임원에게 그거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