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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키도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by 돌돌이

아이키도를 다시 하면서 느낀 점들이 많다. 보통 반복 숙달을 하면 자세가 나오고 기술을 써먹을 수(?) 있지만 아이키도는 달랐다.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힘으로 기술을 사용할 때엔 엉거주춤하거나 상대를 제압할 수가 없었다. 연무에서 볼 수 있었던 아름답고 군더더기 없는 기술이 재현되지 않고 상대와 함께 연습을 하면서 불편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팔에 힘을 주고 관절을 꺾어서 상대를 제압하면 상대에게 통증을 주며, 자신보다 힘이 세고 팔힘이 좋은 사람에겐 기술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의 관절을 꺾는 시도는 할 수 있어도 제압은 할 수 없다. 오히려 빈틈이 많아지고 위험부담이 크다. 도망가는 것 보다 못한 상황이 오는 것이다.


예전에도 잠시 했었지만, 하면서도 감이 안 잡힐 때가 많았다. 지금도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정확히 상대를 제압하고 있는지 감이 안 잡힌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지만, 도장장님의 아리송한 설명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국술원 합기도는 형이나 손목수 등 정해진 순서와 적용 방법이 있어서 외우고 적용하기가 쉬웠다. 국술원에 다닐 때엔 함께 연습을 할 상대도 많았지만, 아이키도는 상대적으로 배우고 물어볼 상대가 부족하다. 이론상 알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상대에게 기술을 거는 것은 쉽지 않다. 스텝도 그렇고 각각의 자세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시간만 죽이다 온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이 자세가 이러한 의미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을 설명해 주면 좋겠지만, 그러한 것은 스스로 깨쳐 나가야 하나 보다. 같이 운동을 하고 있는 27살 친구는 3월부터 다녔는데 아직도 맞서와 엇서의 의미와 스텝 및 손 방향에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도 수련을 하면서 '어?'라는 표현을 많이 한 것 같다.


국술원은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기술이 많았다. 흔히 반격기와 같은 느낌의 기술들도 많고 관절을 꺾어서 제압하는 기술들이 많았다면, 아이키도는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반격기처럼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것도 맞지만, 힘의 방향과 작용점을 축으로 해서 상대를 제압한다. 그래서 몸의 균형과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코어 힘과 같은 골반과 허리의 힘을 중요시 여긴다. 지금은 그냥 온몸이 아프고 꺾인 어깨도 불편하고 무릎도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믿는다.


도장장님의 설명이 이해하기가 어렵고 내가 하고 있는 자세가 맞는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도 받는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감이 잡히고 배워가고 깨우쳐가는 재미가 있지만, 아이키도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과거에 이 운동을 했을 때에는 같이 운동을 하던 동료들과 형들이 있어서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나를 포함한 두 명의 수강생이 월요일과 수요일에 서로에게 기술을 배워가며 도장장님의 지도하에 함게 운동을 하며 금요일에는 주로 검술을 하며 자세를 교정하고 있다. 내 생각엔 같은 기술이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수련과정이 있기 때문에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지만 정확하게 하나의 기술을 조금은 더 정교하게 다듬고 싶다. 사실 다른 기술을 배워가면서 깨우침을 얻기도 하지만 지금의 답답함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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