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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 곳에서 Feb 14. 2024

[볼리비아] 번아웃 직전 우유니 사막으로 떠나다(1)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모두가 그렇듯 나도 '죽기 전에 여긴 꼭 가봐야지..'라는 여행 버킷리스트가 있다. 내가 달성한 리스트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자랑하고 싶은 여행 장소는 우유니 사막이다. 이제 우유니 사막은 TV 프로그램과 유튜브,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흔한 여행지가 된 곳이다. 그러나 나는 아주 오래전 일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우유니 사막을 처음 접했다. 일본 전문 촬영팀이 담은 그 영상을 보면서 천국이 있다면 바로 저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줄곧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우유니 사막에 가보기'가 늘 포함되어 있었고, 콜롬비아 주재원을 하면서 꼭 방문할 것을 다짐하였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까지는 비행기로 단 3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이다.


그러나 막상 주재원 생활을 하다 보니, 한국만큼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해외 사무소에는 직원이 적어 큰 일부터 사소한 일까지 모두 깔끔하게 처리하는, 소위 '일당백'이 되어야 했으며, 손님맞이, 주말에도 생기는 일정 등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한, '볼리비아'라는 국가명이 주는 귀찮음도 없지 않았다. 볼리비아는 여행자에게 난이도가 높은 여행지이다. 대부분의 도시가 안데스 산맥에 위치하여 고산병에 시달릴 수 있고, 교통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 또한, 중남미 안에서도 대표적인 빈국으로 위생, 호텔 상태 등에 민감한 여행자들에게 최악의 여행지로 손꼽히기도 한다.


이렇게 머릿속 한구석에 우유니 사막 여행에 대한 갈망만 저장해 둔 채 살아가다가, 산더미 같은 업무에 시달리고 이리저리 치이는 일이 많아서 어느덧 '번아웃'을 겪기 일보직전인 상황까지 와버렸다. '나는 여행자가 아닌 직장인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사명감을 핑계로, 오랫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일, 가고 싶었던 곳을 외면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콜롬비아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끝내고, 그날 새벽에 바로 볼리비아행 티켓을 끊었다. 어느덧 콜롬비아 주재원 생활을 1년 넘게 하면서, 회사 업무의 성수기와 비수기를 구분할 수 있어서 최적의 시기를 골랐다. 당시 같이 근무했던 상사분도 젊었을 때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일주일 간의 볼리비아 일주를 적극 응원해 주셨고, 다녀와서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해달라고 하셨다.


볼리비아 라파스 공항에 도착하니, 막상 고산으로 인한 증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름 보고타의 2,650m에 적응이 돼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도인 라파스 3,650m의 고도에도 끄떡없었다. 라파스를 하루 동안 둘러보고, 나는 바로 라파스->우유니행 비행기를 탔다. 보통 일반 여행객들은 경비 절약을 위해 큰 배낭을 메고 10시간이 넘는 버스를 타면서 우유니로 향한다. 그러나 나는 K-직장인이다. 돈 보다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중요하였기에 다른 여행객들과는 다르게 배낭여행이 아닌 캐리어와 함께 우유니에 도착했다.


우유니 사막은 말 그대로 사막이기 때문에,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래서 개인 여행객으로 사막에 출입할 수 없고, 무조건 현지 여행사를 끼고 가이드의 인솔 하에 방문할 수 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사는 2~3곳 정도 있으며, 특히나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스타 가이드'를 예약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소문으로는 그 가이드가 한국인으로부터 돈을 많이 벌어서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 건물을 샀다는 얘기도 들었다. 나는 나의 스페인어 실력을 믿고 어느 가이드가 배정되든 일단 친해진 후, 최고의 가이드 서비스를 받는다!라는 전략으로 가장 빠른 시간을 예약하였다.


우유니 사막의 낮 풍경

우유니 투어는 낮, 밤, 일출, 일몰 이렇게 4개의 투어가 있다. 최소 시간에 최대의 효용을 뽑아야 하는 입장으로서, 3박 4일 동안 모든 투어를 다 하겠다고 여행사에 이야기하였다. 나는 한국인 4명과 총 5명으로 그룹이 정해졌고, 자연스럽게 통역은 내 담당이 되었다. 처음에는 여행까지 와서 또 막내 업무냐!라는 것에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이분들에게 평생 남을 기억에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일을 하면 돌아온다고, 나중에 이분들이 내게 많은 도움을 주셨고 아직도 내 기억에 감사함으로 남아있다.(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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