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급 인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해정 Oct 06. 2016

미련을 버리는 법

오늘부로 내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는 것은 끝이다. 

없던 일로 할수는 없지만 말하지는 않으리라. 

다른 사람들한테는  쿨하게 


놔버려! 미련을 버려!


 

라고 말했지만 정작 나는 어땠던가. 

누구보다 미련하게 미련떨고 있지 않았나? 

내가 왜 지금까지 번호를 지우지 못하는가. 

언젠가는 다시 전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깨끗이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나는 시작도 끝도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언가 그 끝을 내는 것이 두려워 늘 그 순간을 미뤄왔다. 

무언의 침묵과 시간으로 그 시간을 때워왔다. 

그 시간들이 모여 오늘날 내 어깨와 발목에 커다란 짐으로 남은 것이다.





맺고 끊음이 분명하지 않았던 내 행동들. 

끝내 모든 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짊어지고 왔던 시간. 

그렇게 늘 미련을 남기게 됐던 것은 

첫쨰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둘째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든 슬렁 슬렁 대충대충 스리슬쩍 .

그랬기 때문에 늘 아쉬움과 후회, 미련이 남았던 것이다. 

그래서 분명히 하고 싶다.(말릴테지만) 

새출발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조금의 수고를 덜어서라도.  

미련을 버린다는 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과 같다. 

나는 그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서

미련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아무것도 없고 빈 공허한 상태. 

그 공허함이 두려워서, 미련이라도 채워져있는 것이 나은 것 같아

억지로 꽁기꽁기 쑤셔넣어왔었는지도. 

미련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은,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하는 것은,

마무리를 잘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생각해보면 나는 미련을 버리는 법,

제대로 무언가를 버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방을 청소할 줄도 모르고

무언가 물건을 받으면 버릴줄도 모른다.

내가 어떤 물건을 버리게 된다면 그것은 한 5년은 훌쩍 넘겨야... 

일의 경중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친구가 보낸 연습장 귀퉁이 쪽지, 중국 입출입 허가증,

토익 문제집, 지난 6개월치의 신문들.. 등등..

쓰지 않더라도 왠지 버리면 안될거같아 버리지 못하고

방구석에  쌓아두다보니.. 방이 창고다.  



유수연이 그랬지.


버리지 못하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소화해내지 못해서다





나는 매번 최선을 다하지 못해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그 미련들이 모여 내 방과 내 마음속을

저렇게 지저분하게 돌아다니고 있구나.

진짜 중요한 것들이 들어올 자리를 차지 하고 있구나. 




이젠 정말 치우려고. 

정말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용기가 생겼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가르쳐준 방법이 아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대로 할 테니까. 

그것이 후회없이 미련없이 마무리를 잘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 믿는다. 

두렵다.

지금껏 해보지 못한 일이라서.

나를 낮추는 일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하지만 한 번은 넘어가야할 산이다. 

진짜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내 자존심을 지켜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