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설정 및 해지하기
집없는 설움의 거진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전세금 반환문제.
집주인이 전세금을 너무 무리하게 올려서 이사가는 건 그나마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낫다.
전세금을 가지고 사기를 당하거나, 전세금 반환을 제때 못받는 상황이 생기는것도 비일비재하다.
하필 그 설움을 우리 가족이 당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 설움을 여기에서나 하소연 해보려고 한다.
2020.5
임대인에게 전세계약 해지 표명, 새 전세집 알아봄
임대인 이혼소송으로 인한 가압류(2020.3)상황 확인
이혼소송 종료까지 전세금 반환이 어렵다 전달받음
2020.12.24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임차권등기설정 접수
2020.12.28
서울 동부지방법원으로 부터 임차권등기설정 확정
2021.2.28
전세금 상환 지연에 대한 위로금을 받음 (약 4개월분)
2021.3.28
임대인으로부터 전세금 반환 가능일자 확인
2021.4.8
새로 이사갈 집 계약
2021.5.14
전세집 퇴거 및 전세금 돌려받은 후 서울동부지방법원 임차권등기설정해제 신청
0. 다세대주택이 비교적 안전하다.
첫 단추가 중요하듯, 전세집 계약을 할 때부터 부동산 중개사 말에만 의지하지 않고 등기부등본과 집의 형태를 꼭 꼼꼼히 체크한다.
일반적으로 (위반 건축물이 아닌 경우)다세대 주택이 보험가입도 가능하고 은행대출이 비교적 수월하다.
반면 다가구주택은 전세보증보험이 거의 불가능 하고 은행대출도 힘들다. 또한 등기에서 세대분리가 되어있지 않아 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순위가 표기되지 않으며, 다중계약으로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1.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을 든다.
요즘에는 별의 별일이 다 있기 때문에 내 전세금을 확실히 반환받을 수 있는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을 가입하는 추세이다.
제때 전세금을 못받아 인생스케줄에 차질이 생기느니 보험금을 내어 보장받는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사업자로 등록된 임대인과 계약하는 경우는 임대인이 무조건 전세보증을 들어야하며 임대인 75%, 임차인 25%씩 보험금을 부담하면 된다.
2. 임차권 등기설정하기
보험가입을 하지 않았고, 집주인이 배째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임차권등기설정을 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게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임차권등기설정을 했다고 바로 효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임차권등기설정 완료 후 약 2주 후 이사를 가야 법적효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임차권등기설정이 강력하긴 하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보증금을 못받는 경우 전세보증금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거주지 점유를 하면 동일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를 비추어봤을 때 임차권등기설정을 하는 것이 일처리(?!)가 빨라졌던 것 같다.
왕왕 집주인들이 “주거지 점거를 하면서 등기권설정하는건 말이 안된다.”, 또는 “등기권설정 먼저 풀어주면 전세금을 주겠다.” 하는 수작질로 세입자를 혼란하게 만들지만 현혹되지 말아야한다. 줄거였으면 진작에 줬을거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은 후 임차권등기설정을 해제한다.
임차권등기설정 하는 법은 거주지 관할 법원으로 출두하여 필요서류를 작성, 준비하여 가면 된다. 법원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서류외에 별도로 내가 미리 챙겨가야하는 것들은 (1) 신분증 (2) 확정일자와 전입신고가 표시된 전세계약서 그리고 (3) 전세계약 해지를 하겠다고 임대인에게 전달했던 내용의 문자나 증명할 수 있는 자료(나의 경우에는 내용증명을 보냈던 자료를 첨부)를 챙겨가면 된다. 그리고 서류 접수에 수수료(약 5만원 가량, 일부는 환급받음)가 발생하는데 원내 은행에서 납부해야하며 현금만 가능하니 현금을 챙겨가는게 빠른 일처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임차권등기설정을 해제할 때는 자료와 비용(약 1만원 내외)이 훨씬 간소하지만 임차권등기설정할 때 준비했던 자료를 그대로 가져가면 된다.
한이 깃든 긴글주의…
타임라인으로 적었지만 이사가려던 시점에서 1년이 지난후에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첫 신혼전세집에 햇빛한점 제대로 안들어오고 좁기도 해서 이사를 가고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다가 작년 4월에 가격과 집 구조, 넓이 등 정말 맘에드는 집을 찾았고, 집주인에게 전세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전했다.
임대인은 그렇게 하라고 했고, 친절하게도 다음 세입자를 구해야하는 상황에서 다음 세입자에게 전세금도 올려받지 않고 그대로 하겠다고 했다. 왠열~?! 하며 새집으로 이사갈 생각에 복비도 다 물어주고 나와야 했지만 즐거웠다.
그러나… 싼거에는 또는 과잉 친절에는 다 이유가 있나보다. 막상 나가려고 하니 우리가 살고있는 전세집이 가압류가 걸려있다는 것.
내막을 알아보니 임대인 내외의 이혼소송이 진행중이었고, 이미 3월에 임대인 아내가 위자료를 지키기 위해 가압류를 건 것이다. 그러나 임대인은 일언반구 없었고 가압류가 당장 걸리지 않을거라 괜찮을줄 알았다는데 그게 말이야 방구야? 그리고 하필이면 건물 내 많은 세대중에 우리집인건가?
여튼 집주인이 유책배우자가 아내이기 때문에 이혼소송에서 이길자신이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래서 조건 없이 무려 8개월간을 너무 착하게 기다려 줬다.
그러면서 기다리는 중간에 아기가 생겼고 우리는 진짜 넓은 집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중간중간 집주인에게 연락을 하며 상황을 물어봤으나 연락 할때만 상황을 알려줄 뿐 업데이트 사항이 없었다.
그사이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전세금은 폭등하여 천정부지를 찍었고 우리는 발만 동동 굴렀다. 특히나 버팀목 대출 만료기간이 되어 연장을 했어야 했는데, 가압류가 걸려있으니 은행이 대출 연장을 꺼려하던 상황까지 오자, 우리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집주인의 제안으로 기다리던 중간에는 이혼소송중인 임대인 아내에게 우리 전세집에 걸었던 가압류를 다른집에 걸어달라는 [내용증명]을 요청을 했다. 그러나 이혼소송을 하는 중인 상황에서 당연히 비협조적이었고 이혼당사자도 아닌 우리가 기분나쁜소리까지 들어야 했다.(그때까지는 그 여자만 마녀같았음…)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전세계약이 완료된 2020년 12월 15일 이후 소송을 할지 기다리는 조건으로 협의를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서울시 마을변호사를 신청하여 자문을 구했다.
변호사님 세분과 상담을 했는데 한결같이 전세금반환청구소송을 하라한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소송 전 임차권등기설정을 하라고 하셔서 12월 24일 공식적인 법원업무가 종료하기 전 그 동안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고 여겨 먼저 임대인에게 알리고 임차권등기설정을 했다.
그리고 한해를 넘긴 2021년 초 이혼소송이 점점 미궁으로 빠짐을 알 수 있었다.(초기 위자료문제에서 양육권소송으로까지 확장됨) 임대인만 믿고 기다리기엔 스스로가 너무 미련하게 느껴저 전세금 반환 연체에 대해 이자를 지급받고자 협의서를 작성하자고 임대인에게 제안했다.
처음에는 협의서 내용을 검토해보더니, 간단한 내용으로 바꾸자고 하고 나중에는 협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협의서 작성을 거부했다. 아마 법적논쟁이 혹시나 있을 때 분리할것을 생각하며 그랬던 것 같은데, 처음의 친절한 태도는 온데간데 없고 협의서 작성 거부를 하고 오로지 위로금 차원에서 돈을 주겠다고만 우기는 것이었다.
역시... 실질적인 보상을 원하자, 임대인의 태도가 확 바뀌는 것을 보고 미리 임차권등기설정 한 것과 보상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잘했다고 여겨진다. 안그랬으면 콧방귀도 안꼈을 듯.
웃긴것이 압박하기 전에는 살살 우리 마음을 달래려고 먹고싶지도 않은 치즈케이크 한상자 던져주는 것 외에 실질적으로 우리 전세금 반환을 위한 액션이 없었다. 우리를 방패삼아 이혼소송중인 아내에게 가압류 취소에 대한 내용증명을 우리가 직접 보내게 하고, 전세금보증보험을 뒤늦게 가입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것이 전부였는데 전세보증금 연체 이자를 달라고 하니 바로 본인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고 그 전세금을 우리에게 주겠다고 했다. 불과 2개월 내에 해결이 된것이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가압류가 걸린 우리집에 월세를 받겠다고 출산한지 1개월도 안된 신생아가 있는 우리집에 중개사가 들락날락 하도록 한 것 또한 참 괴씸하다. 아이키우는 부모입장이라 이사가기도 어렵고 하니 전세금 반환을 기다려달라는 본인 말과는 아주 상반되는 처사였다. 그래도 본의아니게 을 입장이기 때문에 돈을 받기위해 세차례 정도 낯선사람들에게 집을 보여줬다. 그러나 계약 될 턱이 없지...
마지막 대박 갑질은 이것이었다. 우리집 월세 계약이 안되는 것이 가압류가 걸리고 임차권등기설정때문이며, 거주지를 점유하면서 임차권등기설정을 할 이유는 없다며, 내가 먼저 임차권 등기설정을 법원가서 해지해주면 그 때 전세금을 주겠다고 문자질을 했다. 하.... 진짜 무개념도 이런 무개념... 이건 진짜 일부러 우리를 힘들게 하려고 작정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임차권등기 말소에 대한 판례를 직접 찾아서 보여주니 본인이 요구하는 상황과는 다르다며 불복했다.
판례를 보고도 우격다짐이니 진짜 두손두발 다들지경이었지만, 그래도 (굉장히 본인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인냥 코스프레를 하길래) 이 사람을 논리로 굴복시키기 위해 다시한번 마을변호사님을 소환해서 몇차례 자문을 받았다. 변호사님은 왠만하면 자극하지말고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하시면서 내가 찾은 같은 판례를 또 다시 나에게 보내주셨다. 이로써 나는 임대인이 정말 무개념이라는 걸 확신했고 그냥 최종적으로는 이사당일에 집비워주는걸 확인시켜주면 전세금을 보내주고 바로 법원에 임차권등기설정해제를 해주기로 하는걸로 논쟁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전세금을 빨리 받기 위해서는 소송이 제일 빠르고 확실한 것도 충분히 인지했다.
참고로 소송을 했다면 우리는 전입신고, 확정일자, 임차권등기설정까지 되어있기 때문에 소송에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100%에 가깝고, 코로나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소송이 마무리 될 때까지 약 4~6개월이 걸렸을 것이며, 무리긴 하지만 소송 중에 전세집에서 이사나갔을 경우 전세금과 함께 약 12%정도의 전세금에 대한 이자를 승소한 후에 지급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냥 깔끔하게 변호사를 선임해서 일처리를 맡겼을 것이고 전세금 회수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텐데 괜히 임대인 사정봐준다면서 허술하게 대처했던게 후회스럽다.
예전엔 우리나라에 있는 전세 제도가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현 정권에서 진행했던 부동산 정책 때문에,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기만 하고 잠잠해지지 않는 부동산 시장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피를 보고 있고, 더불어 정부에서 전세 제도에 대한 구제 대책 또는 예방책이 정말 허술하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은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 이 일을 겪으면서 집없는 설움, 내가 내 권리를 챙기지 않으면 피보고 마음고생 한다는 것, 그리고 논외로, 이혼하는 이유는 한사람에게만 있는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우리가족을 비롯해 다른 무주택자 일반 서민들이 부디 전세살면서 사기를 당하거나 피해보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내집마련 모두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상담을 도와주셨던 약 6명의 서울시 마을변호사 변호사님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