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이유모를 글태기가 찾아온다.
내 안에는 작가와 독자가 공존하는데, 이 독자는 대체로 작가에게 아주 큰 사랑을 주지만, 가끔씩 "니가 쓰는 글이 이제 지겹다"라며 시큰둥하고 못된 표정을 짓는다. 권태기의 시작. 그럼 상처받은 작가는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며 집을 나가고는 한다.
작가님이 집에 돌아오는 시기는 확실치 않다. 그냥 지 좋을 때 오는 것 같다. 작가님이 사라지면 나는 다른 이의 글을 많이 읽는 편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괜찮아지곤 하는데,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혹은 그저 시간이 지나서 자연치유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망할 글태기가 또 도졌다. 이번에는 스타일이 아니라 글감의 문제. 내 안의 작가는 억울하다. 여태 살아온 삶으로 써 온 글이야. 그게 지겹다면 뭐 어떻게 해야 하지. 다시 태어날 수는 없잖아.
여전히 써야할 것들이 많은데. 내 안의 독자는 어서 기분을 풀고, 작가님은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둘을 화해하게 만들 방법을 모르겠다. 그저 인디언 기우제처럼 기도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