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마케터 단단의 진짜 이야기
사랑받는 브랜드는 그들만의 두터운 팬덤이 형성되어있죠. 쇼핑몰도 마찬가지예요. 쇼핑몰이 오래도록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서 팬덤을 만들어 나가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내 쇼핑몰의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하죠.
조금 어렵다고요? 그럼 오늘의 컴어스인 이야기가 힌트가 되어줄지도 몰라요! 사이드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하고 계시는 단단님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나의 강점은 무엇일까?', '내 쇼핑몰의 강점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계시는 모든 분에게 오늘의 이야기는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안녕하세요 단단님! 컴어스인들에게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소개해주세요.
홈쇼핑 회사의 온라인 커머스 부문에서 쇼핑몰 운영과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관련 업무를 한 지는 7년 정도 되었네요. 구체적으로는 MD가 소싱한 상품이 온라인몰 안에서 잘 보이도록, 그리고 혜택이 좋은 상품을 고객분들이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큐레이션 해주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일터 밖에서는 「매일매일채소롭게」라는 채소 에세이를 출간했고 <함께하는 독학클럽>이라는 사이드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다 보니 일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저만의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실제로 뵙게 되니, 단단님의 차분함이 말씀에서도 느껴지는데요! 성향에 비해 이커머스 분야의 호흡이 빠르다고 느껴지시지는 않으셨나요?
첫 회사는 완전히 다른 제조업 회사였어요. 그곳에서는 산업과 직무 특성상 업무 진행 리드 타임이 길었어요. 교육 기획 업무를 했거든요. 그러다 홈쇼핑 회사에 왔는데 뒤에서 누가 쫓아와서 하나하나를 재촉하는 느낌인 거예요! 그래서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꾸준히 하다 보니 일에서 제가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런데도 이커머스는 확실히 호흡이 빠른 것 같아요.
이커머스 분야에서 일하게 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대학생이었던 시절 문과였던 제가 ‘숫자를 다루는 업무’를 하게 된 점이었어요. 그래서 숫자에 담긴 의미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었어요. 예를 들어, 4월에 5억을 했던 프로모션이 5월엔 3억, 6월엔 6억을 기록했다면 ‘이 넘실대는 수치의 의미는 뭘까?’를 깊이 고민했던 거죠. 사실, 표면적인 건 숫자지만 5월에 3억으로 매출이 떨어진 이유와 다음 달에는 다시 오른 이유를 생각해야 하는 거죠. 단순히 숫자를 넘어서 그 안에 담긴 맥락이 있다는 걸 이해하고 나니까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역시나 중요한 건 ‘데이터 분석’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단단님도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런 부분을 체감하시나요?
그렇죠. 특히 이커머스는 좋은 서비스와 사이트를 만들어 나가려면 데이터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고객이 어디에서 많이 유입되는지 알기 위해 유입 데이터를 분석하고, 온라인몰에서 A/B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클릭률, 전환율을 확인하죠.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전시도 하고, UX와 관련한 의견도 제시하고 있어요.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서
일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많이 했어요
티 워크숍, 독서 모임 등 다양한 사이드프로젝트에 도전하시고 계시는데요. 일터 밖에서도 단단님만의 ‘일’을 만들어 나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같은 일을 7년 하다 보니까, 루틴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모든 동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일하는 게 싫지는 않은데,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거든요. 고민 끝에 사이드프로젝트는 선택한다고 해서 제 인생이 크게 바뀔 정도는 아니니까 가볍게 시도해볼 수 있었던 거죠. 사이드프로젝트로 일과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즈음에 티 소믈리에 교육을 받았었어요. 향의 세계에 푹 빠져서 티 공부를 1년 동안 거의 매주 했고 ‘회사를 나와 카페를 차려볼까?’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죠. 티 테이스팅 워크숍과 독서 모임도 진행했었는데요. 돌이켜보면 티 워크숍, 브런치, 독서 모임 모두 비슷한 시즌에 도전했었던 일이었어요. 일을 벌일 때 한 번에 벌이는 스타일이죠!
요즘은 자기만의 사이드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이드프로젝트가 회사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서 ‘일’이라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도 사이드프로젝트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하는 일이 프로모션 쪽인데, 사이드프로젝트로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잖아요. 모두 ‘기획’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보니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고객을 타겟팅하고 프로모션 계획을 짜고 결과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까지 사실 사이드프로젝트를 운영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그리고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양한 외부인들과 이야기를 하는 경험이 많이 쌓였어요. 이런 부분은 회사에서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보고서를 쓸 때 핵심 포인트를 빠르게 전달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죠.
사이드프로젝트를 직접 운영하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얻으셨을 것 같은데요. 그중 하나만 공유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모든 프로그램은 커스터마이징을 해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처음 시도했었던 독서 모임은 실패했었어요. 당시 모임은 트레바리라는 플랫폼에서 진행했었는데요. 트레바리 모임에 오시는 분들의 성향은 독서보다 친목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저는 반대로 커리큘럼을 짰었거든요. 그때, ‘모든 프로그램은 타겟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구나!’를 깨달았어요.
이걸 깨닫고 나서 만든 모임이 <함께하는 독학클럽>이에요. 저와 비슷하게 깊이 있는 독서를 즐기고 싶은 분을 소규모로 모집했어요. 트레바리 모임과는 다르게 4명~5명 정도의 규모의 소규모 커뮤니티를 직접 만든 거죠. 그랬더니 함께하시는 분들의 만족도도 높고, 시즌마다 멤버들의 합도 너무 좋았어요.
일의 속성보다 일의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단단님은 일터 안에서나, 밖에서나 자신의 일에 진심을 다하는 것 같아요. 단단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시그니처」라는 책에는 일을 보는 세 가지 가치가 나와요. 생업으로서의 일, 커리어로서의 일, 소명으로서의 일인데요. 제게 ‘일’이라는 건 ‘소명’이었던 것 같아요. 한때는 일의 의미와 목적이 커리어 레벨업이라고 생각도 했었어요. 그렇다면 '왜 회사일 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을까?', '일은 일 뿐이라고 여기면서도 왜 일에 나를 투영하고 싶을까?',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회사에서 일하면 나아질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실제로 공산품을 대량으로 유통하는 홈쇼핑이 아닌 친환경/사회적 기업으로의 이직을 준비하기도 했고요.
고민하는 저를 보면서 저는 일을 소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사람들이 ‘일이 자신의 정체성이자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맞닿아 있길 바란다.’라고 하더라고요. 소명은 일에 대한 의미 있는 열정이고, 일을 통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해요. 저는 회사에 다니면서 충족하지 못하는 가치를 대충 넘길 수 없고, 어떻게든 채워야 하는 사람이었던 거죠. 그게 제가 사이드프로젝트를 지속하는 근본적인 이유였어요.
‘일’이 단단님에게 주는 의미는 ‘일’의 사전적인 의미보다 훨씬 큰 범위였네요. 그런데도 이번에 이직하실 때 같은 홈쇼핑 업계로 이직하셨잖아요. 말씀하신 단단님의 가치관과 맞는 업종으로 일터를 옮기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처음엔 일의 환경과 속성 중에, 일의 속성을 더 크게 생각했었어요. 지금보다 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회사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좌절감을 많이 느꼈었어요. 유통업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사회가 필요한 만큼 파는 게 아니라,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많이 팔아야 하니까요.
그런데도, 다른 업종으로 일터를 바꾸진 못했어요. 스스로 안정적인 환경과 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자책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일하다 보니, 저는 일의 속성보다 일의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사이드프로젝트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는지’, ‘일을 어떻게 해나가는지’, ‘함께 일하는 방식이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에 더 포인트를 두게 된 계기가 되었던 거죠. 그래서 회사에서도 이걸 적용해보려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더 나은 일터를 만들자.’라는 저만의 원칙을 세웠었어요.
그 원칙이 회사에서의 일에 어떤 변화를 주었나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저랑 일했을 때, 더 나은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었어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 상대방은 분명히 느낄 수 있잖아요. 서로의 일을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일했을 때 성과가 더 좋았어요. ‘매출이 2배 상승한다!’ 이런 수치적인 성과보다는 함께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걸 느꼈죠. 회사에서는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매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깊이 뛰어들고 받아들이며 살고 싶어요
단단님은 회사에서의 일과 사이드프로젝트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각각의 일에 모두 충실히 임하고 있어요. 회사 일을 할 때는 회사에 충실하고, 사이드프로젝트를 할 때는 사이드에 충실히 하는 거죠. 어떤 분이 사이드프로젝트는 결국 사이드일 뿐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이야기에 동의를 못 했었는데 송길영님의 책, 「그냥 하지 말라」를 읽고 이해가 되었어요.
사이드프로젝트는 본업에 비해 일단 투자하는 시간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무엇이든 ‘일’로 임해야 직접 부딪히고 비난도 받고 성과를 내면서 성장한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저는 그걸 모르고 1년 만에 제가 하는 사이드프로젝트들이 성과를 내기를 바랐어요. 제가 쓰는 글이 전업 작가로 수익을 충당해 주길 바랐고, 제가 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사업이 되길 바랐죠. 이젠 그게 최소 10년은 걸리겠다고 생각도 해요. 그래서 지금은 회사와 사이드프로젝트 두 가지 모두에 충실하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요가, 요리, 베이킹, 차 마시기, 독서, 글쓰기... 여러 취미들을 가지고 계신데요. 이런 취미들이 단단님의 삶에서 만들어낸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내면 탐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를 엄청 궁금해하는 사람이다 보니 이런 취미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구체적으로는 저는, 제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고 이걸 표현하는 수단이 여러 취미인 것 같아요.
앞으로 단단님은 어떤 도전을 해나가실 건가요?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일과 삶에서의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회사에서 최근에 팀이 바뀌었어요.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파트가 변경되면서 일해야 하는 범위가 늘어난 거죠. 지금까지 일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젠 더 넓은 관점으로 일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당분간은 맡은 회사 일을 잘 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좀 더 장기적으로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진짜 나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그동안은 이상적인 자아상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과정을 부정하고 싶었거든요. 회사원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를 낮게 평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진짜 나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라 제가 하는 모든 일, 속한 모든 영역이 모두 진짜 나이더라고요. 앞으로는 매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깊이 뛰어들고 받아들이며 살고 싶어요.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는 그다음 문제인 것 같아요.
진솔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준 컴어스인 단단님의
단단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격주 금요일 아침, 컴어스인의 진짜 이야기를 메일함에서 만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