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 애니바디 MD 이수빈의 진짜 이야기
친숙한 동네 상권에서 볼 수 있었던 언더웨어 브랜드 ‘애니바디’는 2018년,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시작합니다. 4년이 지난 지금, 애니바디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언더웨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는데요. 기존 오프라인 마니아층인 4050 세대뿐만 아니라 2030 세대까지 고객의 연령층도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온라인몰에서 매년 100% 이상의 고속 성장으로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이끈! 이랜드리테일 애니바디 이수빈 팀장님을 만나 그동안의 스토리와 노하우를 들어 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수빈님. 컴어스인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랜드리테일에서 언더웨어 PB 브랜드 ‘애니바디’의 온라인 MD로 일하고 있는 이수빈입니다. 애니바디는 '누구에게나(anybody), 어떤 몸에나 (any body)' 편안함을 주겠다는 마음을 담은 이랜드리테일의 언더웨어 PB 브랜드입니다. 저는 2019년부터 애니바디 브랜드 전체를 총괄하는 온라인 MD로 일하고 있는데요. 상품 촬영을 기획하는 것부터, 다양한 채널에서 저희 제품이 보이기까지 온라인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어요.
- 어떻게 ‘애니바디’ 브랜드를 총괄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AMD로 일하고 있을 때였어요. 사수분께서 애니바디 제품 중 스포츠라인의 모델 컷이 없으니 직접 찍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어요. 제가 평소에도 운동을 즐겨하는 것을 아시고 제안을 주셨던 거죠. 그래서 시간당 2만 원 정도의 스튜디오에서 직접 착장을 입고, 웹디자이너분이 사진을 찍어주시고, 사수께서 디렉팅을 해주시면서 애니바디 제품 컷을 찍은 적이 있어요.
사실 제가 이직을 하면서 2년 정도의 쇼핑몰 근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AMD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 케이스인데요. 그러다 보니 저에게 오는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열정적으로 무엇이든 임했던 것 같아요. 제품 컷 촬영 이후 브랜드 매출도 오르면서 애니바디 브랜드를 맡게 되었는데요. 평소 관심 있었던 언더웨어 브랜드이기도 해서 저에겐 정말 좋은 기회였죠.
- 엄청난 열정인데요! 주변에서 열심히 산다는 이야기 자주 들으실 것 같아요.
맞아요. (웃음) 그런 말은 정말 많이 들어요. 가끔은 힘들지만 재미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MD라는 단어가 '뭐든지 다한다!' 그런 단어로 지칭되잖아요. 아무래도 제가 담당하는 브랜드, 상품을 고객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정말 매력적으로 보여야 된다는 생각에 '뭐든지 다'하고 있어요. 촬영 기획도 직접 참여하고, 촬영 스튜디오/모델 섭외 등 전반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들은 아무래도 회사와 브랜드에서 저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경험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시는 것 같아요.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거든요.
- 애니바디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브랜드였다고 들었어요. 새롭게 브랜딩을 진행하시면서 어떤 부분을 Key Point로 잡으셨는지 궁금해요.
애니바디는 오프라인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였어요. 사실 저도 잘 몰랐으니까요. (웃음) 저희가 주목한 Key Point는 ‘편하다’라는 점이었어요. 이건 이미 오프라인 시장의 코어 고객인 4050 세대 분들이 느끼셨던 제품의 장점이기도 해요. NC백화점 매대에서 우연히 제품을 발견하고, 하나둘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편한 거죠! 그래서 ‘편한 속옷’으로 입소문이 났었어요. 그래서 온라인에서도 ‘편하다’는 특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기로 했죠.
-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편안함’ 한 단어로 기억되는 것에 집중했어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기존 언더웨어 브랜드는 여성스럽고 육감적인 포인트를 강조하는 것과 반대로, 저희는 편안한 공간에서 일상적인 느낌을 강조하려고 노력했어요.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 숏컷 모델을 섭외하기도 하고 편안한 포즈를 연출하는 이미지를 기획했죠. 아마 여러분도 저희 콘텐츠를 보면 ‘편안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바디 포지티브’에 초점을 둔 컨셉이었던 거죠.
- 말씀대로 최근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바디 포지티브’가 언더웨어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이런 트렌드를 캐치하시고 브랜드에 반영한 것인가요?
노와이어, 심리스 등의 특징을 가진 편안함을 추구하는 언더웨어가 요즘은 대세잖아요. 사실,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애니바디라는 브랜드가 알려지는 시점과, ‘바디 포지티브’라는 트렌드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는 시점이 비슷했거든요.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애니바디의 제품력이 워낙 좋았고, 과거부터 편안함과 내추럴함을 추구했던 스토리가 있으니까 이게 차곡차곡 쌓여서 최근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주력 제품의 이름이 ‘편애브라’에요. 편해서 매일매일 편애한다는 뜻이더라고요. 제품의 네이밍도 직접 하신 건가요?
맞아요. 팀원들과 함께 시장조사도 하고 소구 포인트를 찾고, 제품 이름을 정했어요. 사실 첫해에는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힘들었어요.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었죠. 그럼에도 고객분들께 제품명을 각인시키기 위해 플러스친구 메시지에 ‘편애브라’라는 워딩을 꾸준히 넣는 등 노력을 지속했어요. 심지어 노래를 만들어볼까?라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노래는 안 하길 잘했죠 (웃음) 저희가 네이밍을 한 것은 고객분들이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잘 기억하게끔 하기 위한 전략이에요. 여러분들도 자신 있는 제품이 있을 때 적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단독몰이 아닌, 이랜드몰 안에 애니바디 브랜드몰이 있더라고요. 고객 유입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지금 여러분들이 보실 수 있는 애니바디 브랜드몰은 작년 10월에 만들어졌어요. 그전까지는 이랜드몰 안에서 기획전으로만 판매되는 형태였죠. 이후 애니바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유입되는 고객이 월평균 1만 명이 넘는 시점에 공식 브랜드몰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고객 유입 관리를 위해 저희는 평균 월 4회 행사 기획전을 진행하고, 주 1회 메인 기획전을 운영해요. 매주 다른 특가, 컨셉, 제품을 보여주며 고객에게 애니바디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매주 브랜드몰을 들어올 이유를 만들고,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생성해서 행사가 시작이 될 때마다 알림을 보내기도 하죠.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는 작년 4월에 개설했는데 벌써 2만 명에 도달하는 중이에요.
- 기획전을 매주 진행하시네요. 기획전마다 차별화를 어떻게 두시나요?
매주 기획전 제품을 다르게 진행해요. 언더웨어는 제품 특성상 경험을 하지 않으면 진입하기가 어렵잖아요. 기획전을 통해 저희 제품을 한 분이라도 더 경험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매주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애니바디는 다양한 라인을 가지고 있어요. 여성뿐만 아니라 주니어, 남성 제품도 있고 파자마, 발열내의도 있거든요. 그래서 매주 제품 라인을 바꾸고 있죠. 1주차에는 여성 언더웨어 제품을 보여드렸다면, 그다음 주에는 파자마를 보여드리는 것처럼 다양한 제품을 보여드리고자 해요.
- 온라인에 브랜드를 정착시키는 과정이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재고 비중을 온라인으로 늘리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오프라인 중점 브랜드여서 상품팀 분들이 깐깐하세요. 처음에는 재고를 달라고 해도 안 주시기도 했어요. 오프라인에서 재고를 주는 것이 훨씬 더 잘 팔린다고 생각하셨던 거죠. 그래서 상품팀과 자주 소통하기 시작했어요. 상품팀과 신제품을 직접 피팅해 보기도 하고, 매장에 가서 제품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죠. 시장 상황에 맞게 출시되어야 하는 제품을 상품팀에게 먼저 제안하기도 하고요. 이제는 온라인의 매출 비중이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오프라인에서 잘 팔 수 있는 상품과 온라인에서 잘 팔 수 있는 상품이 달라요. 그래서 재고를 짤 때도 이런 부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 2030 세대를 유입하기 위한 전략이 있나요?
평소에도 2030 연령층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브랜드 내부에서 함께 스터디도 하고 시장 조사를 꾸준히 해요. M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더 합리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원하는 걸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의 취향을 저희 브랜드에도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먼저, 2030세대가 좋아하고 열광하는 유튜버 및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했어요. 씬님, 앨리스펑크와 두 차례 협업 행사를 진행했고, 위글위글이라는 키치한 브랜드와 파자마 제품 콜라보도 진행했죠. 올해는 마담롤리나 일러스트 작가와 파자마 제품 콜라보를 진행했는데요. 위로를 주는 메시지를 담은 일러스트와 저희 애니바디 브랜드의 결이 맞아 더 시너지를 낼 수 있었어요. 3월부터는 자사몰 이외에 20대가 가장 즐겨 찾는 플랫폼 '지그재그'에 입점하여 2030 세대에 저희 브랜드를 알리고 있어요.
- 브랜드를 운영하는 실무자로서, 업무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콘텐츠', 실무자에게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애니바디는 제대로 된 상품 상세페이지, 이미지 컷이 없었을 때가 있었어요. 상품력은 정말 좋았으나 온라인에서는 누구도 주목을 해주지 않았었죠. 그래서 브랜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이걸 기반으로 고객에게 각인되고, 구매로 이어지면 결국 상품력이 좋은걸 고객들도 알게 되니 재구매까지 연결되더라고요. 실무를 하면서는 맡고 있는 브랜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음과 결이 비슷할 때 시너지도 나는 법이니까요.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저암 유한준-
저희 팀원 중에 한 분이 좋은 명언을 나누어 주셨는데 일을 할 때 항상 되새기게 되더라고요. 컴어스인 여러분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요.
- 이커머스 업계에서 일하면서 얻은 수빈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덫을 다양한 곳에 놓는 것’이에요. PB브랜드를 운영하면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많이 좌절하게 돼요. 아무래도 고객과 신뢰를 쌓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다양한 채널에 연관 검색어로 검색을 해도 저희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세팅했어요. 어떤 경로로든 우리 제품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거죠.
- 고심해서 놓은 ‘덫’이 효과가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 꾸준히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네요.
맞아요. 저는 거의 항상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좋은 기회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는데요. 한 번은 네이버 메인에 저희 제품이 뜬 적이 있어요. 광고를 한 게 아니라, 한 기자분께서 ‘바디 포지티브’를 주제로 기사를 직접 써주시고, 제품도 소개해주신 거였어요. 이걸 발견하고 나서 곧바로 유관부서에 캡처한 사진을 보여주며 이랜드몰 메인에 해당 제품을 진열했어요. 이랜드몰 전체 매출에 저희 제품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죠. 이렇게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실시간으로 고객 반응을 계속 확인해요.
- MD로 커리어를 쌓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다양한 카테고리를 경험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 분야의 카테고리를 무조건 하겠다고 생각하시는 것보다, 경험을 쌓고 실력을 쌓아서 ‘정말 하고 싶은 카테고리’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말이죠. 저도 언더웨어로 오기 전에는, 인테리어 영업 일도 했었고 캐주얼, 스포츠, 여성복 등 패션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양한 의류를 경험했었어요. 그 과정에서 ‘하고 싶은 것’이 뚜렷해질 수 있었죠. 사실 회사 입장에서도 증명되지 않았는데 무조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시켜주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어디에 계시던 현재 하시는 일에 집중하고, 성과를 내시길 바라요. 그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테니까요!
- 앞으로 수빈님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한국 언더웨어 시장을 발전시켜서 언더웨어를 들었을 때 '이수빈'이라는 이름이 떠오르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언더웨어 시장은 다들 어려워하시는데, 저한테는 정말 잘 맞고 재미 있는 시장이거든요! 이 마음가짐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언더웨어 브랜드를 경험하고 키워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격주 금요일 아침, 컴어스인의 진짜 이야기를 메일함에서 만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