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의 풍경을 담는 일러스트레이터 조우리 작가의 진짜 이야기
추석이 지나고 본격적인 가을이 찾아오고 있는 요즘과 딱 맞는 브랜드를 컴어스레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바로 평화로운 경상북도 상주의 풍경을 일러스트로 담아내는 '라킷키'입니다. '라킷키'를 운영하고 있는 조우리 일러스트레이터 님은 4년 전, 경상북도 상주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에 반해 귀촌을 하셨어요. 귀촌 이후 상주의 풍경을 담은 라이프 제품을 판매하는 1인 브랜드 '라킷키'를 운영하고 계신데요. '라킷키'의 창업 스토리부터 온·오프라인 채널 경험과 노하우도 함께 들어보도록 해요!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조우리입니다. 2018년 가을, '경상북도 상주'로 내려와 그림을 그리며 지내고 있어요. 주로 주변의 자연 풍경을 기록하듯 그림으로 담고 있는데요. 이렇게 하나 둘 작업한 그림들을 기반으로 현재 일러스트브랜드 '라킷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주의 가을 풍경에 빠져 상주에 와본 지 세 번 만에 이사했어요. 사실 귀농 귀촌한 사람들 사이에서 상주는 나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긴 해요. (차를 타고 2시간 30분이면 서울에 갈 수 있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입지 조건보다 한시라도 답답한 서울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고, 선택지 중 가장 먼 곳인 상주를 택했던 것 같아요. 이왕 서울을 벗어나 보자고 마음먹은 거! 멀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서울에서는 시간을 주체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회사원으로 살면서 아무래도 그 생각이 더 커졌어요. 야근을 자주 했었고 출퇴근하면서도 에너지를 소진했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벌었던 월급은 주로 '집'에 투자했었는데요. 그런데, 인생을 돌이켜 보았을 때 서울에 집은 남을지 몰라도 저의 20대, 30대가 뚜렷하게 남아있을 것 같지 않더라고요. 기억되지 않는 날들이 한마디로 아깝게 보이기 시작했던 거죠.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을 때 '상주에서의 생활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를 주겠구나!'라는 판단을 했었어요.
상주에 내려오면서 경상북도가 주관한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어요. 서울에서 화장품 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살려 상주의 특산품인 감을 활용한 마스크팩을 기획했고, 이를 펀딩으로 판매했었어요. 당시 메인 리워드는 마스크팩이었지만 상품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꾸준히 그리던 그림을 모아 '엽서'도 제작했었어요. 그런데 오픈했던 펀딩에 의외로 엽서 판매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얼굴에 바르는 제품은 구매 허들이 높지만, 엽서는 비교적 쉽게 구매가 일어나는구나!'를 느꼈죠. 펀딩 이후에도 엽서 판매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고,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정식으로 제품을 출시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네, 맞아요. 물건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고객분들이 결제까지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판매자에게 직접 가격을 물어보고 계좌 이체를 하는 것보다 천 원짜리 물건을 사더라도 언제든지 상세 사진을 보고, 결제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하나의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어요. 그렇게 구축해둔 쇼핑몰 덕에, 그림을 그리고 상품 등록하는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는데요. 혼자 일하면서도 쇼핑몰에 제품을 출시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일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어요.
제품의 상세 사진의 색상이 실물 제품 색상과 차이가 없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썼어요. 일러스트 브랜드는 주로 상세페이지에 목업 이미지를 사용하곤 하는데요. 저는 실제 제품을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고 있어요. 제가 목업보다 사진이 주는 색감이나 재질감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품 사진을 찍고 나서도 눈으로 보이는 색감과 맞추기 위해 사진을 하나하나 보정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그림을 아트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색감이 다르다는 것은 다른 제품에 비해 이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번거로운 작업이기도 하지만 고객분들이 제품 상세페이지에서 보았던 느낌과 온도 그대로 그림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에 도전하게 된 건 고객분들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상주에 있다 보니 물리적인 한계가 있고,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하다 보면 제가 보내는 택배가 결국 누구에게 도착하는지 베일에 싸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거든요.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는 '라킷키'를 시작하고 알게 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님을 통해서 제안받았어요. '라킷키'와 결이 맞는 행사가 있으면 참가 제안을 주시곤 했거든요. 참가가 결정되면 두 달 전부터 행사 준비를 시작해요. 현대백화점 <아티스트의 상점>의 경우에는 여러 아티스트분들과 함께 부스를 나누어 진행했기 때문에, '라킷키'의 위치를 사전에 확인하고 현장에 비치할 제품과 그림을 준비했어요. 행사가 시작되면 고객분들을 직접 응대하고 재고를 관리하느라 정신없이 바빠지더라고요. 그래서 행사 기간 동안 다른 아티스트 분들과 전우애를 느끼기도 해요. (웃음)
제가 경험한 오프라인 채널인 '백화점'은 객단가가 높은 특성 덕에, 온라인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아이템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그리고 오프라인에서의 구매가 온라인으로도 이어지는 것을 경험했죠. 백화점에 오시는 고객분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 제품이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면 바로 구매하시곤 해요. 온라인에서의 구매 결정 프로세스와 차이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 30만 원짜리 패브릭 액자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비싸다고 느끼실 수도 있고, 제품의 강점인 재질감도 잘 느끼지 못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오프라인에서는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봄으로써 구매 허들이 훨씬 낮아질 수 있는 거죠. 실제로 백화점 팝업 스토어에서 새롭게 시도한 고가의 제품이 판매가 잘 되었고, 이후에 온라인에서도 판매 요청이 꾸준히 있었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만나는 고객의 특성과 구매 결정 프로세스도 다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어려움은 너무 많죠. 지금도 너무 어려워요. (웃음) 1인 기업은 문제가 1인 기업이라는 건데요. 브랜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혼자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품을 만들 때 저만의 세계관에 빠지지 않기 위해 늘 경계하고 있어요. 제품이 제 마음에 들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우면 고객분들은 구매하지 않거든요.
또, 혼자서 '라킷키' 제품을 기획부터 판매까지 하는 게 벅찰 때가 있어요.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그리고,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쇼핑몰에 상품을 등록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를 보내고, 고객의 CS 응대도 해야 하고, 정산이 완료되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세금 신고도 진행해야 하거든요. 정말 많죠? (웃음) 때로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 업무로 인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줄어들기도 하더라고요. 이러한 균형을 스스로 맞추어 나가야 하는 점이 늘 숙제라고 느껴지곤 합니다.
잠깐 택배 포장 업무를 도움받기도 했고, 직원 채용을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상승 곡선을 만나는 때가 있으니까요. '라킷키'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고요. 그런데 브랜드를 확장하고 직원을 채용하면 제가 부담감을 느낄 것 같더라고요. 그 부담감이 ‘창작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도 했고요. 제가 판매하고 있는 것은 포스터이지만 그림이기도 하고, 컵이지만 그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거든요. 결국 '라킷키'라는 브랜드의 본질인 그림, 즉 콘텐츠에 집중하기로 했죠.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1인 브랜드에게는 이 말이 100%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라킷키'를 운영하면서 느꼈어요. 1인 브랜드에는 '시작은 쉽고 유지가 어렵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1인 브랜드의 시작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으니까 쉬워요. 하지만 단기간에 매출을 늘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1인 브랜드를 시작하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일을 시도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3~5년 정도 충분히 자기 자신을 지켜봐 줘야 하는 시간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3년이 지났는데 이것밖에 못 했나?'라며 조바심이 날 때도 있지만요. (웃음) 주변에서도 최소 3~5년 정도 지나고 나서 자신의 페이스를 찾고, 브랜드나 작품 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 나가더라고요!
당분간은 제품의 양보다 그림의 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힘을 쏟으려고 해요. 제가 만족한 그림만 있다면 무언가 제작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많은 제품군 중에서도 그림이 가장 잘 보이는 형태의 프레임이나 포스터 위주로 먼저 출시할 계획이에요. 안전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을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합리적인 일러스트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의 컴어스 에디터 ㅣ 변지현
격주 금요일 아침, 컴어스인의 진짜 이야기를 메일함에서 만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