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며 피로감이 상당하다. 나는 평소에도 약속을 많이 잡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사람들을 못 만나게 된 것에는 스트레스를 거의 안 받았는데, 심심한 건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놀거리를 찾아야 했다. 이 글은 나의 회고록이자 체험기다. 2020년도 가을부터 내가 뭘 하고 놀았는지 써볼까 한다.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골프는 코로나로 인해 수혜를 가장 많이 본 레저 활동이다. 골프 연습장을 가보면, 연습 공간마다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되어 있다. 골프 스윙을 해야 하니까 2m 씩 떨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 셈. 스크린 골프장이 아닌 야외 연습장은 바람도 시원하게 잘 부니까 감염 걱정도 줄어든다. 물론 마스크도 착용하고. 코로나 시대에 이보다 적합한 레저가 있을까?
일몰 시간 전후로 연습장을 가면, 이렇게 예쁜 풍경을 보면서 샷을 때릴 수 있다. 초보 골퍼라서 매번 공이 잘 맞지는 않지만, 가끔 시원하게 공을 때리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게 좋았다.
난 솔직히 골프는 '중년의 레저'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연습장을 가보니 의외로 내 또래 청년들이 많았다. 나처럼 최근에 시작한 듯한 초보도 꽤 보이지만(똑딱이를 하고 있음), 분명 내 또래인데 몇 년씩 연습한 듯 호쾌하게 샷을 때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멋지더라. 나도 언젠가 저렇게 시원하게 때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꽤나 열심히 치러 다녔다. 상주하고 있는 프로님에게 코칭도 받으면서. 처음엔 자세 때문에 허리와 허벅지에 근육통이 오고, 몇 주가 지나니 연습용 장갑이 헤져서 찢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업무 스킬을 배우는 게 아닌,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경험은 신선하고 짜릿했다. 근데 야외 연습장은 겨울엔 추워서 못 가겠더라. 코로나가 아니라, 감기에 먼저 걸릴 것 같아서 무서웠다.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다닐 계획이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운전을 배웠다
인천 국제공항이 자리 잡은 영종도에는 BMW 드라이빙 센터라는 재밌는 곳이 있다. 여기선 BMW 차량을 '경험' 해보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데, 일반적인 경험이 아니고 좀 과격하게 해 볼 수 있다.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어른들의 놀이터'라는 별명이 딱 맞는 곳이다.
내가 참여했던 프로그램은 '스타터 팩'이다. 가격은 15만 원이고 4시간짜리 교육인데, 가기 전에는 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즐길 때는 그래도 돈값하는 콘텐츠라고 느꼈다.
차량은 혼자 탑승하며, 인스트럭터가 무전기를 통해 모든 교육 차량을 지휘한다. (혼자 탑승하지만 마스크는 쓰고 함) 기본적인 차량 조작법부터 급제동, 언더 스티어, 오버 스티어를 체험해볼 수 있다. 그리고 트랙 주행까지 4시간을 꽉 채워서 진행한다.
이건 말로 설명하긴 어렵고 영상으로 보는 게 이해가 쉽다. 다녀온 뒤에 짧은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려뒀다. 재미는 없지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링크)
난 자동차도 드라이빙도 좋아하는 편이라, BMW 드라이빙 센터의 콘텐츠가 너무나 즐거웠다. 나중엔 더 비싼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려고 하는데, 스타터 팩 바로 다음 프로그램의 가격은 무려 38만 원이라는 건 안 비밀...
글을 쓰는 지금은 수도권에서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일어나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400~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내년까지 코로나가 쭉 이어지는 건 기정 사실화됐다. 어쩌겠나? 코로나 시대의 놀거리 발굴은 계속되어야 한다. 모두들 건강하게 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