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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갓구글로 불리는 이유

미래에 돈 될만한 산업에 전부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

by 유예거

구글이 달 표면에 총상금 삼천만 달러(약 340억 원) 걸었습니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을 걸었죠.


하나. 무인 로봇을 달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시킬 것.

둘. 최소한 500미터를 이동할 것.

셋. 지구로 고화질 비디오와 사진을 전송할 것.


구글의 <LUNAR X PRIZE> 내용입니다.


성공 조건 3가지 @ lunar.xprize.org


1등에게 2천만 달러, 2등에게 5백만 달러. 1등은 2017년 12월 31일까지 성공해야 합니다.


무려 2007년에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구글은 공모전도 우주적 스케일로 진행하죠.


우주 기지, 우주 발사체는 당연히 자체 개발이 아니고, 달 착륙선인 '랜더'와 로봇인 '로버'만 개발하는 공모전입니다.


달에 걸린 상금, 일명 문 머니. @ lunar.xprize.org


미국, 일본, 독일, 인도 등에서 16개 팀이 참가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이란 등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우리나라는 못 한 것에 가깝겠지만) 대신 중국은 2013년에 창어 3호를 달 착륙에 성공시켰습니다.


국가 주도로 추진되는 달 탐사 사업에는 수억 달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민간 경쟁을 통해 이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죠.


경쟁을 유도하고 성과가 생기면 상금을 주고 기술을 확보한다.


구글 입장에선 어마어마한 상금이 지출되긴 하지만, 미래에 훨씬 큰 가치를 가져다 줄, 달 탐사 기술을 얻는 것이죠. 구글이 직면하는 실패 리스크는 없는 겁니다.


개발팀들이 경쟁하는 모든 과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4개월 전에 트레일러가 유튜브에 업로드 됐더라구요. 영화감독 J.J. 에이브럼스와 <BAD ROBOT>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았다고 합니다.


트레일러를 링크할게요.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무슨 SF 영화 예고편 같아요.


구글 프로젝트 '문샷' 트레일러 @ 1분 44초 길이입니다.




구글이 이런 일은 참 잘합니다.


게임 생태계에서도 같은 일을 벌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인디 게임 페스티벌을 '구글'이 주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대한민국 인디 게임, 힘내라!


라는 따뜻한 캐치프레이즈 내걸고 말이죠.


"대한민국 인디게임은 구글이 응원합니다." @ 구글 코리아 공식 블로그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올해 4월 23일 하루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 겁니다.


사전에 선발된 한국의 인디 게임 팀끼리 경진 대회를 열고, 게임 유저 투표와 심사위원의 평가를 바탕으로 'TOP 7'을 뽑았습니다. (TOP 7 게임이 궁금하시다면 '링크' 에서 확인!)


선정된 7개의 게임은 구글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게 됩니다. 투자사와의 네트워킹 기회 제공, 구글 기술진의 멘토링, 구글 I/O투어,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게임 소개 영상까지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글이 왜 우리나라 '인디 게임' 분야에 관심을 갖는 걸까요?


<거지 키우기>라는 모바일 게임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입소문처럼 번져나간 게임인데요.


주인공은 알거지인 상태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구걸로 한 푼씩 돈을 벌어서 알바를 고용하고, 돈을 불려서 예술 작품을 사고 건물을 사고 .. 그렇게 자산을 증식한 후에 결국엔 도시를 통째로 살 수도 있는 게임입니다.


비급 감성이 제대로 느껴지죠. 플레이도 어렵지 않습니다. 조금 유치하다고 느껴지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텐데요. 제가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현재 구글 플레이 기준으로, 넷마블의 <이데아>, <콘(KON)> 그리고 넥슨의 <히트>까지 다운로드 수가 모두 100만입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데아, 콘, 히트 @ 16/07/13 구글 플레이 기준)


그런데, <거지 키우기>의 다운로드 수도 100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거지 키우기 크리스마스 에디션>까지 포함하면 누적 150만입니다.



<거지 키우기>는 유료 결제 시스템이 아예 없습니다.


단순한 모바일 동영상 광고 비즈니스 모델만 이식하고 있지만, 작년 10월 기준으로 기존 1위였던 <앵그리버드>를 제치고 가장 많은 광고 수익을 올렸습니다.


별도의 홍보나 마케팅도 없이 오직 입소문만으로 이룬 성과였습니다.

개발자요? 독학으로 엔진을 공부한 초보 개발자가 홀로 만든 게임입니다.


이런 게임이 수십억의 개발비를 들인 메이저 개발사들의 RPG와 동등한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다운로드 수가 비슷하다고 같은 수익을 낸 건 아닙니다. 넥슨의 <히트>는 해외로도 진출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고, <이데아>와 <히트> 모두 개발사에 막대한 수익을 벌어다 주고 있죠.


하지만 <거지 키우기>의 사례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넷마블의 <콘>은 ‘유아인’을, <이데아>는 '이병헌'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었거든요.


이런 어마어마한 배우들을 모델로 쓴 게임과, <거지 키우기> 같은 저예산 게임이 같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다니요. 넷마블 입장에서는 정말 속상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좌) 거지 키우기 게임 화면 (우) <콘>의 모델 유아인 @ 이 둘은 같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합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정말 흥미롭게 관찰했습니다.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들이 거대한 칼을 들고 나와 괴물들을 때려잡는, 이런 똑같은 핵 앤 슬래시 스타일의 게임의 인기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요? 맨날 달리기만 하는 게임들도, 캐릭터들 얼굴이나 맞추는 게임들도 말이죠.


모바일 게이머들이 똑같은 게임들에 질려가고 있는 게 보입니다. 게임의 콘텐츠는 부족하고 과금 요소만 가득하죠. 비판적인 기사들도 쏟아집니다.


한국 게임 산업의 창의성에 대한 불만은 이 게임을 계기로 폭발합니다.


바로 갓든, 아니 서든어택2 입니다.


얼마 전에 오픈했지만 나오자마자 성상품화 논란, 과도한 캐시템 논란, 모델링 카피 논란 등등.. 제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벌써 가루가 되도록 까였죠.


<서든어택 2>는 300억을 투입한 게임입니다. 그래서 더 까입니다. 그 개발비가 다 어디에 쓰였냐는 거죠. 분명한 것은 게임 회사 내부에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관료화된 게임 회사 내부에서 신인 개발자를 찾아내기 힘들다면 ‘외부’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찾아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인디 게임 페스티벌을 구글이 주최하고 후원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 개발자들에게 등용문을 열어주고,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죠.


이를 통해 구글은 한국의 젊고, 창의적인 인재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 겁니다.


구글은 이렇게, 세계 최고의 달 탐사 기술자들과 창의적인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선도할 산업에서 이토록 큰 그림을 그리는 구글.


그렇기에 '갓구글'로 불리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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