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좋아해”라는 말의 회복
“나, 그 사람 너무 좋아해.”
친구의 말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라, 좋아한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사랑은 좀 부담스럽잖아.
근데 좋아한다는 건 그냥 좋다는 거야. 이유도, 대가도 없이.”
그 말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좋아한다는 말엔 힘이 아니라 온기가 있었다.
나는 그날, 마음속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나도… 라이크가 좋다.”
좋아한다는 말은 언제나 가볍지만,
그 안에는 묘하게 진심이 담겨 있다.
러브(Love)가 불붙는 감정이라면,
라이크(Like)는 살아 있는 마음의 체온이다.
“좋아해”는 대단한 고백이 아니다.
그건 ‘너를 내 안에 넣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너는 거기 있어도 괜찮아’라는 존중의 문장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단어를
이토록 조심스레 숨겨두고 살까?
사람에게 “좋아해”라고 말하는 일은 어려워하면서,
커피 맛이나 영화, 여행지에는
수십 번이나 “좋아해!”라고 말한다.
사람보다 사물을 향한 ‘좋아해’는 쉬운데,
마음을 향한 ‘좋아해’는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좋아요’를 누른다.
하지만 정작 “좋아해요”는 망설인다.
손끝의 ‘좋아요’는 빠르고 가볍지만,
입술의 ‘좋아해’는 느리고 솔직하다.
<라이크를 좋아해>는 그 망설임을 천천히 풀어보는 시도다.
좋아함은 사랑보다 덜 뜨겁지만,
훨씬 오래가는 감정이다.
불꽃처럼 타오르지 않아도,
은은하게 빛을 남긴다.
좋아함은 관계의 시동이자,
존재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나는 오랫동안 “사랑해”라는 말을
마음속에서만 되뇌는 사람이었다.
감정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말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회원이 수업을 마치며 환한 미소로 말했다.
“쌤, 오늘 수업 너무 좋았어요.”
그 한 문장이
나의 하루를 환하게 켜버렸다.
고단함이 씻기는 기분이었다.
그때 알았다.
좋아함의 표현은 누군가의 하루를 살리는 언어라는 걸.
사랑은 결심이지만,
좋아함은 인사였다.
결심이 없어도 전할 수 있는,
가벼운 다정함이었다.
좋아함은 존중의 감정이다.
상대를 바꾸거나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저 존재 그대로를 기뻐하는 일.
사랑이 “너 없으면 안 돼”라면,
좋아함은 “너 있어도, 없어도 난 여전히 나야.”
사랑이 깊이로 흘러간다면,
좋아함은 넓이로 확장된다.
그건 인간이 세상과 맺는
가장 자연스러운 관계의 형태다.
이 책은 특별한 사랑의 서사가 아니라,
좋아함의 본질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마음을 표현하는 작은 연습,
존중을 전하는 섬세한 다정,
그리고 나 자신을 다시 좋아하게 되는 시간.
좋아함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삶의 태도다.
그 태도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비가 얌전히 내리던 오후, 카페 구석 자리.
나는 창밖에 번지는 빛을 보며 SNS에 문장을 썼다.
‘비 내리는 오후를 좋아해. 커피 냄새도, 창가의 빛도, 이 고요함도.’
짧은 문장을 올리고 나서야 생각했다.
‘좋아한다’고 쓰는 건, 사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진 않다는 걸.
“좋아해”는 문을 여는 인사처럼 가볍고,
“사랑해”는 방 안으로 함께 들어가자는 초대장이라서 조금 무겁다.
누군가는 현관 앞에서 망설이고,
누군가는 거실까지 성큼 들어와 버린다.
그래서 종종, 관계는 비 맞은 우편물처럼 흐릿해진 채 도착한다.
이 책은 그 흐릿함을 선명하게 바꾸는 작은 등(燈)이다.
라이크는 연습이고, 시동이며,
나를 지키면서도 세상과 연결되는 기술이다.
러브가 우리의 꿈이라면,
라이크는 우리의 일상이다.
오늘의 한 모금 미소, 한 줄의 메시지,
창가에 앉아 비를 구경하는 십오 분의 여유.
그것들이 모여 누군가의 저녁을 살린다.
나는 오래 생각해 왔다.
‘사랑’이 너무 무거워서,
‘좋아함’마저 삼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무게를 덜어내고, 마음을 조금 더 투명하게 만들기.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세상에 다시 손 내밀기.
<라이크를 좋아해>는 그래서
‘좋아한다’고 말하는 연습장이다.
당신의 취향과 마음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현관,
그곳에서 웃고 쉬고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레 안쪽 방으로 들어갈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우리가 함께 결정하면 된다.
지금은, 가볍게 문을 열어보자.
“안녕, 난 너를… 좋아해.”
안녕하세요.
비가 얌전히 내리던 오후, 카페 창가에서 이 책의 첫 문장을 썼습니다.
‘좋아해’라는 말을 오랜만에 직접 써보며 깨달았어요.
좋아한다는 건, 무겁거나 거창한 감정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는 마음의 속삭임이라는 걸요.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의 하루에 ‘좋아요’보다 ‘좋아해요’가 조금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건 복잡한 사랑이 아니라,
사소한 호감의 표현일지도 몰라요.
누군가의 이름 앞에서, 혹은 내 마음 앞에서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능력 말이에요.
이 책은 감정을 바꾸려는 책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 안에 이미 있는 좋아함의 감각을
다시 꺼내보게 하는 책이길 바랍니다.
바쁘고 피로한 하루 속에서도
한 잔의 커피 향, 한 줄의 글, 한 사람의 얼굴에서
“좋아해”라는 말이 새어 나오길 바랍니다.
그 한마디가 세상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 테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어느 겨울 아침
당신이 창밖을 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그래도, 좋아해.”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그 한마디로 마음은 다시 따뜻해지고,
세상은 조금 더 조용히 밝아질 거예요.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
https://www.threads.com/@comet_you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