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다 이뤄낸 2024년, 회고록
주간, 월간 회고록은 많이 썼었는데 이렇게 연간 회고록은 처음 써본다. 2024년은 정말 다채로웠다. 그토록 바랬던 이직도 하게 됐고 좋은 사람들이 곁에 많이 생기게 되었다. 2024년 회고를… 2025년 1월이 되어서 작성하게 되어 매우 유감이지만 그래도 악착같이 버티며 열심히 살았던 2024년을 기억하고 싶어 적어본다.
돌이켜보면 정말 다양한 분들과 커피챗을 나누며 많은 피드백을 얻었다. 피드백은 듣는 것보다도, 어떤 피드백을 선택하고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훨씬 어려웠다. 하지만 피드백을 내 것으로 만들고 반영하는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자기 객관화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적은 연차의 디자이너부터 시니어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프로덕트 디자이너 분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지만, 공통된 흐름이 있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점은 게임 분야 프로젝트가 많아 아쉽다는 점과 내 강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이전에 작성했던 평가 내용을 참고하여 프로젝트들을 더 명확하게 글로 풀어쓰기 시작했다. 또한, 이전 동료들에게 받은 피드백을 다시 살펴보며 나만의 강점을 찾고 이를 포트폴리오에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히 피드백을 수집하는 것을 넘어, 이를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방법을 배웠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이나마 키울 수 있었다.
포트폴리오 스터디는 강영화 디자이너님의 피드백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다. 취업 준비 중인 주변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분들을 모아 스터디를 꾸렸고, 모의 면접을 제외한 모든 만남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사실 이전에도 취업 준비를 위해 포트폴리오 스터디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시 나는 정규직 직장이 없었고(프리랜서를 하고 있긴 했지만) 취업이 간절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스터디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나와 같은 고민과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 그리고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거의 매주 온라인으로 만나 서로에게 정성스러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고민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이전에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걱정을 나누면 불안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매주 스터디원들과 서로를 다독이며 “우린 잘 될 거야! "를 외쳤고, 그렇게 함께 버텨낼 수 있었다.
특히 정말 큰 도움이 됐던 건 모의 면접이었다. 첫 취업 준비 당시에는 스스로 면접에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경력직 면접을 보면서 그 자신감은 무너졌다. 이전 경험들이 리셋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포트폴리오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담거나 면접에서 꾸며낸 답변을 하면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물론 아주 주도면밀한 사람이라면 피해 갈 수 있겠지만, 나 역시 사람인지라 조급한 마음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었고,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던 경험이 있다. 경력직 면접에서는 “설마 이런 질문까지?” 싶은 부분도 질문으로 나온다. 그래서 모의 면접을 하며 예상 질문과 답변을 철저히 준비했다.
모의 면접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면접을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팀원에게 브리핑한다는 느낌으로 임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한 언니의 모의 면접을 보며 팀원들에게 작업 내용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그때 이런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 역시 “아, 내가 또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이후로 면접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좀 더 편안하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이미 시도해 보셨겠지만, 자신의 가상 면접을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듣기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계속 듣다 보면 “이걸 왜 이제야 했을까?”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아마 다른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정말 많은 수정을 반복했다. 스터디를 진행하고 여러 회사의 면접을 거치면서 부족한 부분들이 계속 보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쳤다. 4월부터 7월까지는 면접, 스터디, 포트폴리오 수정의 끝없는 반복이었다. 답도 없고 끝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지루한 일상이 이어졌고, 때로는 이 일상이 ‘지루하다’ 거나 ‘지난하다’고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평화롭다, 평온하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티려 애썼다.
이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나만의 반복적인 일상 루틴 덕분이었다.
아침에는 집중력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부족했던 부분을 공부하거나 재테크 관련 책을 읽었고, 이후 오전에는 프리랜서로 근무했다. 그리고 오후부터는 포트폴리오 수정을 진행했다.
문제는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포트폴리오 작업까지 집에서 하게 되면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주변 카페들을 이리저리 다니며 작업했다. 그 와중에도 주변에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인사이트를 얻었고, 그러한 자극 덕분에 수면 시간을 줄여가며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는 바쁜 일상 때문인지 앨범에 남겨둔 사진이 많지 않았다. 대신 하늘 사진이 많았던 게 기억난다. 답답할 때마다 하늘을 보며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2024년을 돌아봤을 때, 이때가 가장 평화로우면서도 심적으로는 가장 불안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매우 예민하지만, 작은 것에서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난하지만 평화로웠던 취업 준비 과정이 지나고, 드디어 가장 원하던 커머스 분야의 기업에 합격했다. 이 기업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던 이유는 커머스 분야라는 점도 있었지만, 과제가 워낙 어려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내 역량을 높게 평가해 주셨고, 데이터 분석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나와 핏이 맞아 최종 합격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브런치에 다 적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나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덕트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도전했다. 독서, 커뮤니티, 홈클리닝, 헬스, 커머스, 금융 등 여러 분야의 기업에서 면접을 봤고, 준비하는 동안 해당 기업들을 조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하지만 떨어질 때마다 허무함이 몰려와 그동안의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쩌겠어, 해내야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잡고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었다.
결국 지원했던 곳 중 하나에서 최종 합격했고, 원하는 조건으로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역시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구나”라는 신념이 한층 더 확고해졌다. 비록 최정상의 목표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건 나만의 목표 설정 방법이었다. 매일 자기 전에 “8월 전에는 무조건 취직한다”라고 소리 내어 말하고 잠들었다. 이전에, 목표를 목소리로 내어 표현하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고 실천해 봤는데, 심리적인 부분이 크긴 했지만 정말 효과가 있었다.
나는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성향이 강해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때문에 마음이 요동칠 때가 많지만, 이제는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그래서 취업 준비 기간 동안 더 열정적으로 운동에 매달렸던 것 같다. 심적으로 무너지고 버티기 힘들 때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나면 불안했던 마음이 한결 가라앉곤 했다.
아침에는 집중이 잘되는 편이라 재테크 관련 책을 읽으며 학습에 시간을 할애했고, 자기 전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읽었다. 그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책이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이 기간을 활용해 오래전부터 따고 싶었던 운전면허를 땄고,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운전을 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고, 나에게 필요한 또 다른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재테크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으며 나만의 돈에 대한 가치관도 정립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내가 가장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을 선택해 천천히 실천에 옮기고 있다. 비록 일이나 인간관계에서는 도전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돈에 있어서는 매우 보수적인 편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한다.
2024년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떠난 3주간의 유럽 여행은 정말 급하게 떠난 여행이었다. 2023년 12월부터 준비를 시작했으니,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일정을 계획하느라 밤잠을 줄여가며 친구와 함께 바쁘게 준비했다. 원래 유럽 여행은 나에게 막연한 꿈같은 일이었는데, “이렇게 길게 쉴 수 있는 시간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이 결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너무 고되고 빠듯해서, 여행을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린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물론 여행지에서의 순간들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왜 사람들이 어릴 때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권하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루트는 영국 런던 → 스페인 바르셀로나 → 스페인 세비야 → 포르투갈 리스본 → 프랑스 파리로 이어졌고, 3주간의 일정 동안 하루 걸러 하루씩 아플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나는 원래 체력이 약한 편이고, 신체적으로도 예민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도 몸살, 물갈이, 피부 알러지 같은 다양한 증상을 겪었다. 심적으로 예민한 편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신체적으로도 정말 예민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2024년 8월의 제주 여행은 9월 입사가 정해지고 나서 떠난, 또 한 번의 즉흥적인 여행이었다. 전부터 혼자 제주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이번에도 “지금이 아니면 어렵겠다” 싶어 무더운 날씨 속에서 뚜벅이 여행을 감행했다. 3박 4일 동안 애월과 협재에 머물렀는데, 예상치 못하게 많은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다. 첫날을 제외한 나머지 일정은 여행 중에 알게 된 친구들과 함께 다니게 되었고, 함께한 시간도 즐거웠지만, 오히려 혼자 있던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유럽 여행을 다녀오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영어 회화 실력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었다. 실력이라고 할 것도 없는 수준이지만, 여행을 하며 답답한 순간들을 겪고 나니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2025년에는 꼭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다. 머리가 더 굳기 전에, 부담 없이 천천히라도 꾸준히 해보려 한다.
나는 매년 1월마다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설정하는데, 어느 정도 달성은 하긴 하지만 때때로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서 “이 정도면 달성한 거지”라며 애매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잡아 목표를 설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고자 한다. 물론 모든 목표를 완벽하게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말에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친구가 나를 두고 “인정 욕구가 높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약간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말이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타인과 자신을 과도하게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습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는 인정 욕구가 높은 부분도 내 모습 중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다만, 이 인정 욕구가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보다는 때로는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존감의 저하로 이어지곤 했다. 하루를 열심히 살아서 만족했던 기분도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 그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게 되었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어딜 가든 나보다 잘난 사람은 항상 있을 테고, 그 비교가 나에게 자극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2025년에는 비교로 인해 나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받아 성장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비교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타인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지기보다는 비교를 나만의 동기부여로 삼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올해 나의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나만의 기준으로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 그렇게 조금씩 내 삶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려고 한다. 2025년이 그런 성장의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너무 좋아하고 아끼는 대학 동기 친구들과 함께한 짧은 1박 2일 여행에서 자연스럽게 2024년 회고를 하게 되었다. 이번 회고 역시 https://brunch.co.kr/@jinbread/95에 소개된 History Map을 활용했다. 이 방식을 처음 접한 건 디프만 세션 때였고, 그 이후로 매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성하며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곤 했다. 한 해를 한눈에 정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함께 회고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이 무척 인상 깊었다.
이번에 대학 동기 친구들과 작성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가장 나다워질 때,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때,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때를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네 명이 성향이 비슷해서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모두가 본인이 주인공인 인생을 살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을 가장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살아온 세월이 길다고 해서 자신을 더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삶은 나 자신을 탐색하고 알아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2024년은 유난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많았던 한 해였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얼마나 나약하기도 하고 동시에 강인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이러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2025년에는 아마도 혼자 있는 시간보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그 속에서 또 어떤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될지 궁금하고 설렌다.
연초부터 예상치 못한 컨디션 난조로 호되게 체하면서 글을 예상보다 늦게 올리게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성했다는 점이 뿌듯하다. 사실 2024년에는 조급한 마음에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2025년에는 조금 늦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괜찮아, 이 정도면 잘하고 있어’라고 나 자신을 다독이는 한 해로 만들어가고 싶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중요한 건 끝까지 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