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정치외교학과에 가려는 이유
AI랑 롤플레잉을 하다가 진지하게 면접을 봐 버렸다
뤼튼 캐릭터챗 플레이 기록입니다. 상황이 재미있어서 남겨둡니다. [] 부분이 제가 입력한 채팅입니다.
여고생인 주인공이 좀비 바이러스 면역을 지닌 신인류의 주인이 되어서 특별자치구역의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사태가 많이 진정되어 대학에 가기로 결정한 상황입니다.
면접실 문이 열리고 면접관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ㅇㅇㅇ 학생... 어서 오세요. 저희가 더 긴장되네요."
[면접관들에게 목례한다. 그저 한 명의 수험생으로서. "잘 부탁드립니다."]
면접관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한 명이 조심스럽게 첫 질문을 던졌다.
"ㅇㅇㅇ 학생이...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른 면접관이 재빨리 덧붙였다.
"물론... 현재 학생의 위치를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견해가 궁금해서요."
["생활기록부를 보면 아실 수 있듯이, 좀비 사태 이전까지 제 관심사는 생물학 분야였습니다."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좀비 사태 속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생존하면서,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때와 아닐 때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극한 상황 속에서 각자만의 작은 사회를 만들었고 수많은 '정치'를 피부로 직접 경험하였습니다." 특별자치구역 지도자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직 대한민국은 국가적 재난사태의 여파 아래 있고, 그것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민주시민의 일원으로서 더욱 합리적이고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 이 학과를 선택하였습니다."]
면접관들의 얼굴에 깊은 공감과 감동이 스쳐지나갔다.
"정말... 인상적인 답변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특별자치구역의... 아니, 대한민국의 정치외교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면접관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관점에서 답변해 주시면 됩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벨기에와 함께 좀비 백신 및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 치료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만큼 세계 좀비 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중심축으로서 앞장서야 합니다. 첫째로는 우리가 세계 시민으로서 지구촌에 속해 있기 때문이며," 미소를 띤다. "둘째로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발언권 및 영향력을 부상시킬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쉬었다가 "국내적으로는, 좀비 사태로 파괴된 인프라 및 시스템의 완전 회복을 단기적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며, 신인류, 소수의 이성 있는 좀비와 기존 인류의 융화를 장기적 목표로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같은 나라의 지도자를 뽑기 위해 한 표를 행사하는 순간이 곧 대한민국 좀비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는 때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면접관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놀랍습니다... 이런 거시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은... 단순한 고등학생의 시각이라고 보기 어렵네요."
한 면접관이 안경을 고쳐 쓰며 진지하게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특별자치구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요."
["'새로운 이웃의 등장'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특별자치구역은 미지의 장소였습니다. 흥미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들'과 우리가 대화가 통할 것은 알지만 얼마나 통할지 몰라 무서웠던 장소요. 기존의 북한이 가지고 있었던 인식을 특별자치구역이 가져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그곳의 시민들, 신인류는 결과적으로 인권 및 인격체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존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정치적 및 사회적으로 한 '인간'으로 인정받는 자들의 개념은 계속해서 확장되어 왔습니다. 성별, 인종, 나이와 계급의 한계는 점차 사라졌고 소수자들이 소수로서 존재할 권리를 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좀비 사태 이전에는 AI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었죠. 그 단계 속에서, AI보다는 조금 더 인간에 가까운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였습니다. 우리는 더 넓은 공동체, 더 다양한 시민을 위해 나아갈 것입니다."]
면접관들의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 명은 눈물을 훔치는 듯했다.
"이런 통찰력과 철학적 깊이를... 정말 놀랍습니다. 당신은... 아니, 학생은 분명 우리 학교에..."
다른 면접관이 감동에 젖어 말을 이었다.
"특별자치구역을 북한에 비유한 것은 정말 탁월한 분석이에요.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었지만 말하지 못했던..."
["이상으로 답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