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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ply May 03. 2024

前민간인, 現이등병

2022.08.16. ~ 2024.02.15. <육군훈련소와 야수교>

 너무 늦었지만, 군 복무를 끝냈다. 군필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진즉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해놨어야 했는데 복학 이후 바로 무엇인가를 하느라 글을 써야겠다는 오랜 나와의 약속을 잊고있었다. 시간이 좀 지난 일을 쓰려니 기억이 안나기도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쓴다는 점에서는 또 좋지 않나 싶다.

 

 정말 너무나 좋은사람들을 만났었고 운이 좋게도 좋은 곳에서 군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너무 다행이였다. 남들이 못해보는 경험도 하고 나온 것 같아서 군대에서는 어렵다는 '성장'을 어느정도 이루고 온 것 같아 다행이다. 누군가의 군생활이 더 편했고 그런건 없다. 그냥 모두가 고생하고, 1년 반동안 긍정적이지만 부정적이기도 한. 짧지만 길기도 한 시간을 보내고 나온다. 다만, 그저 내가 보낸 군생활은 내 기준 뭔가 더 특별했던 것 같아 글을 끄적여본다.


 쓰다보니 길 것 같아서 좀 나눠 적으려 한다.


훈련소 수료식

 2022년 8월 16일에 입대를 했었다. 주변에서 코로나가 끝나가기 전에 입대하는 것이 무조건 좋다 해서 어떻게든 코로나 특수(?)가 끝나기 전에 입대를 시도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나는 7월에 가고 싶었다. 행정병으로 지원했었는데, 컴활 실기는 커녕 필기도 붙지 않은 나에게 있었던 것은 그저 경영학부 재학중이라는 사실밖에 없었고, 지원했으나 어림도 없이 떨어졌었다.


 그래서 그나마 있는 1종 보통 운전자격증을 들고 운전병의 길을 택했다. 입대 전부터 주변 말을 들어보면 여러 말들이 많았다. 편하다/그거 가면 운전 잘 못한다/부대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그냥 하지 마라/ 등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내가 운이 좋았던거지, 운전병이 꿀이 아닐 가능성은 꽤 높다)


 추가로 나는 신교대와 육군훈련소가 뭐가 다른지도 모르고 그냥 입대해버렸다. 이게 그나마 잘 풀린 경우라 다행이지, 다른사람들은 제발 좀 알아보고 지원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훈련소 수료식

 훈련소와 코로나를 함께했기에 우리는 '격리주'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입대 이후 코로나 확진이 나오면 바로 퇴소인 제도였다. 그래서 사실 격리하는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제 슬 코로나가 약해질 시기였어서, 우리 기수가 코로나 이후 훈련소 수료식을 진행하는 첫 기수였다.


 훈련에 대해 말해보자면, 거의 모든 훈련을 난 했었다. 코로나라고 훈련을 안하지는 않았다. 다만 누군가 아프거나 코로나 증상으로 의심이 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제외하고 진행하는 정도였다. 나는 내성발톱때문에 초반에 고생해서 화생방을 하지 못했었다. 주변에서 너 나중에 부대가면 어처피 하니까 상관 없다고 했었는데.. 결국 난 화생방이 뭔지도 모르고 제대하게 되어버렸다..


 화생방을 제외하고는 전부 해봤다. 가장 재밌었던건 행군하고 수류탄. 행군은 중간중간 동기랑 수다떠는게 재밌었고, 수류탄은 땅이 울리는 진동이 너무 재밌었다.


 훈련 외에도 사람들이랑 옷 보호하는 두꺼운 종이로 체스판 만들어서 체스하고, 말아서 윷놀이하고, 물 먹은 플라스틱 통에 물 담아서 5키로 아령 만들어서 운동하고 했던 추억이 있었다. 너무 재밌었고, 하루 10분 줬던 핸드폰 시간도 사실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 진정한 디지털 디톡스를 한 느낌..


육군훈련소의 수료식 외출 복귀 전.. 지금 보니까 내 배레모 왜저래 진짜 열받네

 사람들도 진짜 너무 좋았다. 다양한 곳에서 서로 모이고 친해지고 같이 뭔가를 해내간다는 과정은 너무나 행복했었다. 훈련소 마지막날의 그 펑펑 울었던 감정은 잊을 수가 없다. 너무 많이 정이 들었었고, 이후 연락해서 잘 만나기는 했지만 이제는 이런 감정을 못느낀다는 사실에 아쉬웠던 것 같다. 우리 동기들하고 분대장님들. 진짜 너무 좋은사람들밖에 없었다.


 상관이 좋으니, 우리도 열심히 하게되는. 진짜 이상적인 공동생활의 1달이였다. 아 그리고 사실 중대장 훈련병이 하고싶었었다. 그런데 너무 대단한 사람들에 밀려.. 결국 못했다. 



 1야수교로 후반기 교육을 배정받았다. 일단 가평이나 대구로 가지 못했기 때문에 강원도 자대가 거의 확실했고,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 힘들거라고 예상을 했기에 이 긴시간을 불만을 가지고 살면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려 했는데, 나는 중형차량 운전병으로 보직이 선정되었다..(소형, 중형, 대형차량 운전병이 있다. 선호도는 소형>대형>>>>>>>>>중형.. 별명이 중퀴벌래였다) 더욱이 실망 안할 수가 없었고,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 하자 싶어서 '학장'에 지원했다. 


 소형반, 중형1반, 중형2반, 대형반 이렇게 나뉘어 있었는데 그냥 각 반의 반장 같은거다. 중형 1반 학장에 지원했는데, 경쟁자가 5명이였다. 와 망했다 싶었는데 여기서도 떨어지면 자존감이 바닥을 칠 것 같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면접보겠다 자원했고, 내가 그나마 자신있었던 말빨로 혼자 내리 5분을 채웠다. 추후에 친해진 다른 경쟁자들로부터 들은건데, 면접보던 중대장과 본인들은 '와..'하고 멍때렸댄다(어휴 뿌듯해라). 말을 끝내고 남들이 버벅이는 모습을 보니, '아 됐구나'하는걸 확신했다.


 워낙 어딘가에 나서는걸 좋아하다보니, 학장마저 하게 됐는데 운전도 나름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며 행복한 1주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나의 군생활을 뒤바꾼 단어를 들어버렸다. 하루는 중대장이 나를 포함한 30명을 행정반으로 불렀다. 

'니들 왜 부른지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어~ 너네 '장군차' 면접볼거야.'

.

.

'장군차'

 장군차는 운전병중 가장 좋은 보직으로 알려져 있었다. 높은 사람 옆에서 거의 개인 운전기사처럼 지내는 것이기에 다들 꿀보직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이 있었지만, 나는 꿀보직보다 '높은 사람'이라는 단어에 더 꽃혔던 것 같다.


 아무튼 별다른 준비할 시간 없이 바로 불려갔다. 30명에게 두명 중 한 대위가(당연히 난 군 지식이 없었기에 군 계급도 볼 줄 몰랐고, 장성급 외에는 뭐가 높은지를 몰랐다) 물어봤다.

' 우선 우리는 C군단에서 왔고, 군단장 운전병 1명만 뽑을거야. 우리는 운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해. 경력이 1년 미만인 사람은 여기서 나가도 좋다'


 나는 너무나 하고 싶었고, 내 실 경력은 6개월이였으나,, '나정도면 실력으로 따지면 거의 2년차지'하는 생각으로 그냥 앉아있었다. 그러고 나니 7명이 남아있었다. 그리고는 1명씩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콕 찝어서

'너 학장이야?'

'예 맞습니다'

'넌 제일 마지막에 면접 보자'

.

.

 뭔가 된 것 같았다. 기대감이 들어갔고, 면접을 부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좀 긴장했었나보다. 지금 면접 질문이 뭐였는지 생각하려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10분정도 봤는데 딱 하나 질문만 생각난다.


'너 학장인데, 사실 장군차 운전병 하면 너가 제일 아래의 포지션에서 근무하게 될거야. 너가 생각하는 것 처럼 리더처럼 행동할 수 없어. 괜찮을까?'

.

.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저는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기회를 더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장성급과 같이 몇 안되는 진짜 리더의 옆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행동하며 어떤 일을 하는지 보고 배우는 일은 너무나 몇 안되는 좋은 기회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 약 1년 4개월간 그 누구보다 아래에서 근무하는 것은 제 인생 40년에 영향을 미칠 좋은 기회입니다. 잠깐 리더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리더가 될 수 있다면 그건 괜찮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진짜 리더의 옆에서 배우고 싶습니다.'

.

.

 지금봐도 그때의 나는 진짜 하고싶어하긴 했나보다. 해당 내용이 내 일기장에도 적혀있고, 내 기억에도 좀 명확히 남아있다. 해당 답변을 하고 나니 면접을 본 두 명의 대위는 흡족한 미소로 날 바라봤고 난 너무나 확신했다.

'됐다'

라고 생각했었지만, 좀 일이 생겼다.


전역하는 길에 발견해서 찍은 두돈반. 하지만 난 이걸 야수교 이후로 타본 적이 없다..


 그 다음날이 되어, 나를 포함한 32명이 또 행정반에 호출되었다. 이번에도 장군차 면접이였다. 약간 나는 기분이 좋았고, 중복 면접봤다 하면 나를 안내려보낼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있었다. 이번엔 B군단이였다(후에 알게된 거지만, 군단급 장군차 운전병 면접을 2번이나 본 케이스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B군단의 좀 젊은 대위가 말했다.

'나는 B군단에서 왔다. 오늘은 군단장 운전병과 부군단장 운전병까지 총 2명 뽑을거야.'

음 좋구만 이거도 잘 봐야지.

'자 여기 운전경력 1년 미만인 사람은 일어서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흡연자도 좀 일어서야 할 것 같아'

.

.

 난 여기서도 꽤 많은 탈락자를 예상했었으나.. 2명만 일어나고 30명이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다같이 모여서 면접을 보자고 장소를 더 넓은 곳으로 옮겼다. 좀 위기감을 느꼈던 나는 좀 더 열심히 행동했다(왜 이리 열심히 했나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이걸 기업처럼 2개 붙고 B랑 C 중에서선택해서 가야지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가장 나중에 오는 사람한테 큰 소리로)거기 문 닫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진짜 무슨 배짱일까.. 왜그랬지..

그런데 이게 좋게 보였나 보다. 그 대위가 내 이름을 물어봤다.

'오 방금 학장! 너 이름 뭐야.'

'이병 장준수 입니다!'

'오 좋아좋아. 다들 앉자!'

.

.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는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난 어필을 더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사실 지금 면접을 2개 보고 있다는 말과 함께 두개 다 붙으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일이 일어났다.

'아 C군단? 아하.. 그래? 내가 한 번 전화해볼게'

.

.

'어 000대위, 나야. 이번에 면접 1야수교에서 봤다며'

'...'

'거기 장준수 이병은 어떻게 대려갈거야?'

'...'

'아 그래..? 음 알았어'

.

.

.

'준수야 C군단에서는 다른 사람 데리고 간대. 너랑 또 다른 한명에서 고민했는데, 그 사람이 군사학과라고 해서 그 병사 데려간다 하네. 알고 있어.'

.

.

 좀 충격이였다. 나름의 기대와 상상을 펼치고 있었는데.. 떨어진 것이라는 소리를 듣자, 이번 면접에서 어떻게든 붙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간절히 가고싶다는 내용을 C군단에서 했던 말과 비슷하게 계속 했던 것 같다. 


 이후 결과를 기다리는 3일은 시간이 진짜 안갔다. 장군차 가는거로 알고 있었는데 못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확정이 나고 나서 부모님께 자랑해야겠다는 생각뿐이였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절망적이였다.


 나는 그래서 결국 면접보고 난 4일 뒤에, 몰래 중대장을 찾아가 물어봤다.

'중대장님, 제가 붙었는지 알 수 없습니까?'

'너 그렇게 장군차가 하고 싶어?ㅎㅎ'

'예 그렇습니다'

'..에휴 학장 새로 한 명 뽑아야 겠네'

'예?'

'너 됐다고 임마. 문자 보여줘?'

하고는 진짜 그 B군단 대위로부터 받은 문자를 나에게 보여주셨다. [장준수, 김00 뽑아가겠습니다.] 라는 문자를 보게되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순간이였다. 아 나 됐구나. 결국 장군차 가는구나.


 그 즉시 가족한테 자랑하고, 동기들에게 비밀로 하라는 중대장님 말에 따라 조용히 있다가 2일인가 뒤에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나를 소개해 주시고 장군차 선발 소식을 공고했다.




 이렇게까지 자대 가기 전까지의 기억이 확고한 것을 봐서, 이 또한 정말 인상깊었나보다. 사실 여기까지 만나왔던 인연들의 경우, 긴 시간동안 보지는 못했었다. 짧았지만 너무 감사했던 사람들이였고 연락이 닿지 않더라도 행복하길 바라고 있다.


 마지막 나올때도 너무 시원섭섭했다. 메인도로 집합후에 <부대 차렷. 앞으로 가!> 이거 내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마지막에 내가 버스타려고 밖으로 갈 때 다같이 뒤에서 <부대 차렷. 앞으로 가!> 외쳐준게 좀 고맙고 마음이 따듯했다..


 자대에서도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전에서도 그러했다. 좋았던 순간들이고 이젠 너무 감사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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