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NNIE Dec 10. 2021

운명이란 뭘까

정해진 것과 정하는 것 그 사이

두 달 전 쯤 친구가 우리집에 오면서 몬스테라 화분 하나를 사들고 왔다. 관리하기가 편하다기에 물도 대충 주고, 해도 잘 들지 않는 곳에 둔지 며칠이었는데, 그 사이 몬스테라가 까맣게 썩은 이파리를 드러냈다. 까만 이파리를 짤라버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서 짜르려고 보니, 몬스테라는 제 가지를 잘라 내가 잘라내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 가지를 쳐 내고선  그동안 너무 볕이 들지 않는 곳에 놔둔 것 같아서 거실 창밖 철제 발코니에 올려 두었다. 몇 주가 지났을까. 그 동안 야외에서 볕, 바람, 비를 모두 맞은 몬스테라는 잘라낸 가지에 옆으로 새 가지를 내었다. 새 가지를 낸 것이 신기해서 며칠을 들여다 보았더니, 오늘은 연초록의 잎사귀를 피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면 새 이파리가 빳빳하게 펴질 것이다. 특이한 점은 죽은 가지에서 나와있던 이파리도 몬스테라 특유의 찢어진 연초록의 이파리였는데, 새 가지 역시 같은 색깔과 형태를 지닌 녀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내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간다고 느끼면서도 가끔 이렇게 모든 것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적잖이 혼란스럽다. 물론 몬스테라는 내가 이파리를 잘라내고 화분을 돌보는 행위가 없었다면 정해진 운명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부터 정해진 것과 정하는 것 그 사이에 어떤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그 정확한 중간지점에서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혹은 외부에서 나에게 어떻게 하냐에 따라 정해진 것에 조금 더 다가가고 그 안에서 여러가지 변형을 만들어 내는 걸까.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이 남은 나에게는 참 어려운 문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시를 좋아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