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만들어 낸 새로운 가능성

by 코난의 서재


드가 드가가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음에도 예술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한 예술가의 끈기를 넘어,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어떻게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메시지다. 그의 작품은 결핍을 단순한 불완전함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길을 탐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재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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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푸른 옷을 입은 무용수들]


드가는 시력을 잃은 후에도 여전히 인간의 움직임을 깊이 탐구했다. 더 이상 선명하게 볼 수 없는 눈 대신, 그는 손끝의 감각과 마음속 이미지에 의존했다. 희미해져 가는 시야 속에서 그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이고 섬세한 움직임을 그려내려 했고, 점차 그의 관심은 평면인 캔버스를 넘어 입체적인 조각으로 확장되었다. 마치 시각이 그를 배신했으니, 그는 촉각이라는 새로운 동반자를 찾아낸 것처럼 말이다. 드가의 예술적 여정은 우리가 결핍 속에서 새로운 감각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음을 강렬히 증명한다.



우리 삶에도 결핍은 언제나 존재한다. 크고 작은 제약들, 부족한 시간, 부족한 자원,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바람들. 하지만 드가처럼 그 결핍을 단순한 한계로만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그저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남을 것이다. 반대로, 그것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결핍은 오히려 가능성의 씨앗이 된다.



나는 중학교 시절, 동생을 돌보며 부모님이 기대했던 책임감의 무게를 결핍으로 느낀 적이 있다. 나만의 시간을 꿈꿀 여유조차 없었고, 동생을 돌보는 일은 종종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이 가슴 깊이 자리 잡았고, 나는 그런 결핍 속에서 나 자신을 비하하거나 작아지곤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중요한 뿌리였다. 나를 키운 그 결핍은 지금 내가 아이들의 감정을 읽고, 그들의 마음에 다가가며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힘으로 변했다.



드가는 자신의 눈을 잃었지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을 발견했다. 그의 그림과 조각은 시각적 결핍이 촉각적 가능성으로 전환된 놀라운 사례다. 우리 역시 결핍이라는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불평하기보다 그 속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지 질문해야 한다. 결핍은 단순히 무엇이 부족한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더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묻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나는 ‘결핍’이란 단어의 또 다른 얼굴을 본다. 그것은 우리를 제한하기 위한 장벽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다른 문을 열게 만드는 열쇠일 수 있다. 드가가 보여준 길은 우리가 결핍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우리를 가로막는 벽이 될 수도 있고, 더 넓은 세계로 이어지는 계단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남아 있는 것과 새롭게 발견한 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다. 결핍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것은 우리를 더 멀리 데려다줄 날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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