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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lin Ahn Apr 30. 2023

어김없이 도시 슬로건은 교체되고

브랜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빠르게 트렌드가 변하는 업계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은 브랜드 슬로건 교체 필요성에 늘 직면하게 된다. 같은 고민을 도시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몇 년 사이 국내 5대 도시인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은 마치 약속을 한 것처럼 슬로건을 교체했거나 교체 중이다. 부산은 20년간 사용해 온 ‘다이내믹 부산’을 ‘Busan is good(부산이라 좋다)’으로 교체했고, 서울도 ‘I SEOUL U’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브랜드 슬로건 교체는 그 근간이 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대한 변화를 맞닥뜨렸거나 향후 지향점의 변경이 있을 때 검토한다. 사실 중대한 이슈가 불거지더라도 슬로건 교체는 쉬운 결정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도시 슬로건 교체 배경에는 도시를 책임지는 사람의 변경이나 단기 이슈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일의 후유증으로 치솟는 실업률과 시민 간 갈등이 커졌던 독일의 베를린은 슬로건으로 ‘Poor but Sexy’를 주창했다. 도시의 약점이었던 가난이 예술가들에게는 오히려 집세와 물가를 낮춰주는 매력이라고 어필한 것이다. 베를린으로 모여든 예술가들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분명한 변화를 이끌 필요가 있을 때 슬로건은 도시가 움직일 지향점이 된다. 킨포크와 힙스터의 도시 포틀랜드는 비공식 슬로건으로 ‘Keep Portland Weird(별스러운 포틀랜드를 그대로 둬라)’을 내걸었다. 다양성과 독특함을 인정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독창적인 창업이 이어지고 로컬 비즈니스가 발전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연구소 ‘스타트업 블링크’에 의하면 포틀랜드는 북미 500개 도시 가운데 23위다. 소규모 기업체가 미국 전체 381개 도시 가운데 20번째로 많아 GDP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처럼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지향점을 만들면서 도시를 살린다.


도시 슬로건을 교체해야 할 때는 몇 가지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슬로건을 교체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기존의 슬로건의 주인이 시민이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슬로건은 도시의 지향점이 되어 에너지가 집중되어야 할 부분을 정의하고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어렵고 버겁다면 차라리 요소 중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도 괜찮다.


긴 호흡으로 슬로건 교체를 진행해 볼 수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선포하고 전면 교체가 아닌, 예인선 역할을 하는 슬로건을 운영하면서 일정 기간 반응을 보며 자연스러운 교체를 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슬로건 자체가 아니라, 슬로건이 이끄는 실체(Brand Reality)다. 다른 도시와의 차별점이 슬로건의 목적은 아닐 것이며, 새로운 슬로건 선포식에서 슬로건을 뒷받침하는 실체를 제시하고 어떤 결과를 기대할지 밝혀야 한다.


추상적인 슬로건을 구체화하기 위해 시각적인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만 제시되면 끝이라는 접근이 브랜드를 가볍게 생각하게 만들고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것이라 여기게 만든다. 슬로건이 지향하는 점을 뒷받침하는 실체를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경험을 이끌면 시민들은 공감하며 도시의 방향을 같이 만들어 가게 된다. 



포르투갈의 도시 포르투(Porto)는 간소한 다리를 지방정부와 함께 아름다운 건축물로 완성하면서 그 실체를 시민들이 경험하게 하였으며 이는 브랜딩의 실체가 되고 구현하는 주체들의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브랜드 슬로건 교체를 하자는 유혹은 많을 수밖에 없다. 브랜드는 축적되면서 단단해지고 그래서 자산으로서 비로소 역할을 한다는 점, 그리고 브랜드는 이미 고객의 것이기에 우리가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생각보다 브랜드는 간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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