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 이끌림
찬 공기가 코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겨울의 문턱,
전통시장은 언제나처럼 분주하고 활기차다.
두꺼운 외투에 종종걸음을 치는 시장 사람들 사이로,
유난히 따뜻한 기운을 발산하며 시선을 끄는 곳.
솥에서 막 건져낸 옥수수를 파는 상인의 자리였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쉼 없이 솟아오르는 하얀 수증기.
솥뚜껑을 열 때마다 훅 하고 밀려나오는 뜨거운 김은
겨울의 냉기를 한순간에 몰아내며 삶의 현장,
시장의 열기를 달군다.
그 김은 단순한 증기를 넘어 겨울 시장의 감성이자
정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렌즈 앞을 가득 메운 희뿌연 김 속에서, 삶의 진솔한
온기가 시장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깊게 눌러쓴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의 눈매는 바쁘게 움직이는
손길과는 다르게 평온해 보였다.
두터운 조끼와 앞치마 차림의 그녀는 이 겨울,
가장 확실한 위로를 팔고 있었다.
쟁반 가득, 노란 옥수수와 찰옥수수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르는 전통시장의 난장.
능숙하게 옥수수를 비닐봉지에 담아 건네는 순간,
이 작은 간식은 추위를 녹이는 훌륭한 난로이자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가 된다.
한 봉지의 옥수수에 차가운 손이 녹아들고 그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마음까지 포근하게 감싸안는다.
이 순간, 시장 사람들 속에서, 나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차가운 세상 속에서 스스로
온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성실함과 다정함.
찬 공기와 솥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이 하나 되어
시장 전체로 퍼지는 그 순간,
강화의 겨울은 조금 덜 시리고, 훨씬 더
따뜻한 기억으로 채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