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점중심상가

by 검은빛

봄바람 불던

지난해 어느 날

커다란 주황색 간판 타코야끼집

아이가 좋아하는 문어빵


수수하고 정갈한 인테리어

질끈 동여맨 단정한 머리카락

서른 전후의 두 여성 사장

문 앞에 놓인 개업 화분

'병점 돈 몽땅 긁어모아라!'

- 호매실 친구 일동


꽃잎이 흩날리고

낙엽이 떨어지던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걸려있는

'임대문의'


퇴근길에 찾던 꼬마김밥집

젊음을 호객하던 네 컷 사진집

기름 냄새 가득 중식뷔페식당

유행을 달달하게 입힌 탕후루 가게

건강을 내세운 베지테리언 식당


모두

'임대문의'라는 간판으로 바뀌어 있다


매출이 적었을까?

임대료가 비쌌을까?

인건비 감당을 못했을까?

매장 벽에 마지막까지 붙어있던

메뉴판은 어디로 갔을까?


불과 몇 달 유지하지 못한

주황색 간판의 타코야끼 사장처럼

얼마나 많은 사장들의 고단함이

폐업에도 내리지 못한 저 간판에 남아 있을지...


병점 중심 상가

자영업자의 무덤인가

피고 지는 시장 상권의 변화인가


텅 빈 점포의 주인은 사라지고

커다란 주황색 간판은

거리의 네온 사이에서 빛이 바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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