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
들어가며: 무너지는 소리 없는 파열음
어떤 붕괴는 천천히, 너무 조용히 다가온다. 전차가 도심을 굴러다니거나 방송국이 무장 점거당하는 장면이 없다. 시민들은 여전히 투표장에 나가고, 법원은 여전히 판결을 내리며, 신문은 매일 배달된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말할 수 없는 것을 감히 말했던 기자가 사라지고, 견제해야 할 정당은 조롱거리가 되고, 권력자의 언어가 법의 경계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방식이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냉철하게 묻는다.
"우리는 독재를 너무 고전적으로 상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의 대답은 명확하다. 현대 민주주의는 '쿠데타'가 아니라 '투표'와 '법적 절차'를 거쳐 무너진다. 헌법은 그대로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정신이 서서히 질식당한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선출된 권력자들이 어떻게 점진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해 가는지를 조명한다. 그리고 특히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때 민주주의의 표상으로 여겨졌던 국가조차 얼마나 쉽게 민주적 제도를 상실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선출되었다는 이유로 권위주의가 면죄부를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20년대에 접어든 세계는 정치적 양극화, 소셜미디어를 통한 혐오 담론의 확산, 언론의 신뢰 상실과 통제 시도, 공공 담론의 붕괴라는 위기 앞에 서 있다. 법의 탈정치화는 실패했고, 정치의 탈윤리화는 일상이 되었다. 그 결과, 권력은 책임이 아닌 권한으로 간주되고,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은 체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진영 논리 속에 상호 관용이 사라지고, 상대 정당은 협력의 대상이 아닌 제거해야 할 적으로 인식되며, 민주적 절차는 때로 ‘통과의례’처럼 치러진다. 이 책이 경고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민주주의는 내부로부터 무너질 수 있다.
이 장에서는 먼저 민주주의 붕괴의 새로운 양상과 저자들이 바라본 현실의 문제의식을 짚어본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학의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 그리고 곧 맞이할 내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지키려는 사람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민주주의 붕괴의 새로운 얼굴
– 투표로 무너지는 자유, 합법의 가면을 쓴 권위주의
한때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말은 곧장 탱크, 총성, 유혈사태를 떠올리게 했다. 고전적 붕괴란, 헌법을 파괴하고, 의회를 해산하며, 지도자가 무력을 동원해 권력을 장악하는 급진적인 전환이었다. 1973년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그 광경을 ‘비정상’으로 인식했고, 따라서 쉽게 경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민주주의는 더 은밀하고 더 정교한 방식으로 해체되고 있다.
더 이상 권위주의는 혁명가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능한 행정가, 국민의 대변인을 자처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합법적 절차를 밟는다. 투표로 선출된 권력자가, 법의 언어를 빌려, 언론을 길들이고, 사법을 장악하며, 정적을 범죄자화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조금씩 훼손한다.
“민주주의는 오늘날 투표함이 아니라 점진적 부식으로 죽어간다.” - 레비츠키 & 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저자들은 이러한 현대적 붕괴를 ‘내부자에 의한 붕괴’라고 지적한다. 즉, 제도 바깥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는 외부 세력이 아니라, 민주적 선거로 당선된 인물이 그 제도 자체를 악용해 붕괴를 이끈다는 것이다.
선출된 권위주의자들의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1. 법을 바꾸는 척하면서 법의 정신을 무너뜨린다.
선거 제도를 개정하고, 헌법 재해석을 통해 권력의 연장을 정당화한다.
2. 정적을 공격하면서, 반대 세력을 '국가의 적'으로 프레이밍한다.
반대파를 공공의 위협으로 낙인찍고, 체제 외부의 존재로 몰아간다.
3. 언론과 사법을 길들이되, 겉보기엔 법적 절차를 따른다.
비판 언론에는 광고를 끊고, 친권력 인사를 사법부와 방송국에 앉힌다.
4. 모든 결정은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권력의 팽창은 민주주의의 확대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추상 개념을 내세운 독점이다.
그들이 파괴하는 것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화적 기반, 특히 ‘정치적 중립성과 규범’이다.
정적에 대한 관용, 권력의 절제, 제도에 대한 신뢰라는 민주주의의 연성적 질서가 먼저 무너진다. 법이 아니라 ‘관행’이 붕괴될 때, 시민은 위기의 시작을 눈치채지 못한다.
실제로 미국, 헝가리, 터키, 베네수엘라, 폴란드 등 많은 국가에서 이 패턴이 반복되었다. 심지어 민주주의가 가장 공고하다고 믿었던 미국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무시하며 제도 내에서 권위주의적 기질을 노출했다. 이 책은 그것이 ‘우연한 일탈’이 아닌, 세계적인 경향임을 강력히 경고한다.
이제 민주주의는 더 이상 “언제 무너질까?”를 묻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무너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경고의 징후들
- 독재로 가는 4가지 경로
민주주의는 갑자기 쓰러지지 않는다.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은, 시민이 보는 앞에서 그것이 천천히, 그리고 ‘정당한 명분’을 갖춘 채 서서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이를 막기 위한 경고등으로, ‘권위주의 지도자를 판별할 수 있는 4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이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하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체크리스트: 권위주의 지도자의 4가지 징후
1. 선거 제도나 선거 결과를 거부하는가?
권위주의자는 선거의 공정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패배할 경우,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선거기관을 공격하며, 제도 자체를 약화시킨다.
• 사례
- 도널드 트럼프: 2020년 미국 대선 불복, 의회 난입 사태 유도
- 위고 차베스: 사법기관 장악 후, 선거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구조화
-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에서 반복적으로 부정선거 의혹 속 당선
2. 정적의 정당성을 부정하는가?
반대 정당과 정적을 ‘국민의 적’, ‘범죄자’, ‘매국노’로 낙인찍는다. 이는 다원주의 자체에 대한 공격이다.
• 사례
- 히틀러: 공산주의자, 유대인을 정권 붕괴의 원흉으로 지목
- 에르도안: 쿠데타 연루 혐의로 대규모 반대세력 숙청
- 푸틴: 야당 지도자 나발니를 반복적으로 탄압, 법적 제재
3. 폭력을 조장하거나 묵인하는가?
정치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불법 행위를 눈감고 넘어간다. 이는 폭력의 정치화를 의미한다.
• 사례
- 트럼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에 대해 “양쪽 모두 책임” 발언
- 두테르테: 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명분 하에 수천 명의 사살
- 무솔리니: 블랙셔츠를 동원해 반대자들을 폭력으로 제거
4. 언론·사법·시민 자유를 제한하려 하는가?
비판 언론 탄압, 시민의 표현의 자유 억제, 사법부 장악은 독재의 전형적 전조다.
• 사례
- 푸틴: 독립 언론 폐쇄, 비판적 언론인 실종 및 피살
- 에르도안: 쿠데타 시도 이후 수천 명의 언론인과 판사 구금
- 베네수엘라: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사 폐쇄, 인터넷 감시 강화
■ 오늘의 세계, 어제의 반복
저자들은 강조한다.
“우리는 권위주의자가 탱크를 몰고 올 때만 반응한다. 하지만 그들이 법을 지키는 척하며 제도를 해체할 때는 침묵한다.”
오늘날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는 위 네 가지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이 징후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며 나선을 그린다는 점이다.
하나의 징후가 허용되면, 다음 징후는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정치는 언제나 양보와 견제의 게임이지만, 이 네 가지 경로에 해당하는 징후가 반복되고 누적된다면, 그 체제는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 수호의 관행과 규범
- 법 위의 약속, 정치 위의 절제
우리는 종종 헌법과 법률, 제도를 민주주의의 기반이라 믿는다.
그러나 저자 레비츠키와 지블랫은 단언한다.
“제도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그 제도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법과 제도 사이의 틈을 메우는 것은 정치적 규범, 즉 서로를 적으로 몰지 않는 ‘상호 관용’과,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 ‘제도적 자제’다. 이 두 가지는 문서화되지 않고도 수십 년간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숨은 기둥이다.
■ 상호 관용(Mutual Tolerance)
정치적 경쟁자라 할지라도, 민주주의 안에서의 ‘합법적 상대’로 인정하는 태도다.
이 관용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상대를 부정하지 않는 태도는 민주주의 존립의 전제조건이다.
• 서로가 권력을 잡아도 체제의 일원으로 존중할 것이라는 신뢰
• 정책적 비판은 가능하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문화
이 관용이 사라지면, 정치 상대는 ‘교정 대상’이 아니라 ‘제거 대상’이 된다.
정치가 ‘전쟁의 다른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 제도적 자제(Forbearance)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정치적 책임감과 공익의 관점에서 자제하는 행위다.
예컨대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사법부를 인사로 장악할 수 있다 해도, 그것을 행하지 않는 절제야말로 민주주의의 미덕이다.
“제도를 깨뜨리는 사람은, 언제나 제도 바깥이 아닌 제도 안에 있는 사람이다.”
권한은 무기처럼 휘두르기보다, 규범에 의해 ‘절제되어야’ 한다.
그 절제가 사라질 때, 민주주의는 법의 형태를 갖추고도 독재의 기능을 하게 된다.
■ 미국 정치에서의 규범 사례들
▸ 연방주의와 양당제의 묵시적 합의
• 미국 정치사 초기는 매우 취약했다. 남북전쟁, 재건 시기, 대공황 등 격랑 속에서도 제도를 지탱한 것은 양당 간의 ‘규칙 없는 협의’였다.
• 예: 상원의 의사 진행 규칙, 대통령의 3선 자제(루스벨트 전까지 관례였음)
▸ 로버트 벤치리즘(Robert Bork and the 1987 Turning Point)
• 1987년 대법관 후보 로버트 보크에 대한 상원 거부는 사법 인사에 대한 상호 관용 붕괴의 시점으로 평가된다.
• 이후 인사청문회는 정책보다는 진영 논리에 의해 결정되며, 정치적 보복의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 상호 파괴의 나선
• 한쪽이 규범을 깨뜨리면, 상대도 정당화를 통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정치는 신뢰를 잃고, 제도는 무용해진다.
■ 규범이 무너질 때: 미국의 최근 정치
• 오바마 행정부 말기: 상원은 대법관 인준을 고의로 지연
• 트럼프 행정부 시기: 선거 결과 불복, 사법·언론 공격, 권력형 사면 남발
• 이 모든 과정은 합법적이었지만, 제도적 자제는 철저히 무시되었다
그 결과 미국은 ‘법치주의’를 유지했음에도, 사실상 정치 시스템의 신뢰와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시민들은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진영’을 선택하게 되었고, 모든 정치적 결정은 규범이 아닌 전리품처럼 다뤄졌다.
■ 우리에게 이 규범은 살아 있는가?
지금 우리의 정치에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는 어디까지 살아 있는가?
• 법적 ‘가능’이 곧 ‘허용’으로 여겨지는 현실
• 정적에 대한 적대적 레토릭, 진영 중심의 의회 운영
• 제도보다 여론을 앞세우는 즉흥적 권력 사용
규범은 법보다 취약하고, 관행은 기록되지 않지만, 바로 그렇기에 더 소중하다.
이 관행과 규범이 사라지는 정치엔, 어느 쪽도 안전하지 않다.
현대 한국 정치와의 연결
- 권력의 구조는 살아 있으나, 균형은 무너지고 있는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민주주의 붕괴는 외부의 공격보다 내부의 부식에서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 붕괴의 징후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한국은 분명 선거가 정기적으로 치러지고, 다당제가 존재하며,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나라다. 그러나 바로 그 제도의 표면 아래, 민주주의를 지탱하던 무형의 규범과 균형이 점차 침식되고 있는 조짐들이 있다.
■ 언론, 사법, 행정부의 독립성은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가?
▸ 언론의 정치화와 이념적 진영화
• 주요 언론이 ‘보도기관’이 아닌 ‘정치적 플레이어’로 기능하며 신뢰를 잃고 있다.
• 보도의 프레이밍은 사실 전달보다 정치적 해석에 치우쳐, 시민은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 검찰과 사법부의 중립성 위기
• 특정 정권에 따라 검찰권 행사의 기준과 속도가 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 법관 탄핵,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 등은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낳는다.
• 법이 아니라 정치의 흐름에 따라 판결의 무게가 움직이는 사회는 위험하다.
▸ 행정부의 권한 집중과 통제 미비
• 대통령제 아래에서 청와대 또는 대통령실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는 오랜 구조적 문제다.
• 검찰, 경찰, 정보기관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합법'일지라도, 그것이 비판세력의 통제나 길들이기로 인식될 때, 민주주의는 그 정당성을 훼손당한다.
■ 극단적 양극화: 정치가 증오의 촉매가 될 때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상호 관용’과 ‘자제’는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 가장 먼저 붕괴된다.
• 한국 사회는 이미 ‘좌/우’, ‘진보/보수’라는 이념 구도가 상대 진영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 온라인 공간에서의 혐오 발언,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권심판’ 프레임은 대화보다 전쟁의 메타포에 가깝다.
• 정치적 피로가 누적되며 시민의 반응은 무관심 혹은 냉소로 나뉘고, 이는 결국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허용하는 토양이 되기도 한다.
■ 민주주의의 피로와 제도의 형식화
• 정기 선거, 국회 운영, 법률 제정 등은 겉보기에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고 있다.
• 정쟁만 반복되고 실질적 협치는 사라진 국회를 보며 시민은 회의감을 느낀다.
• ‘국민의 뜻’이라는 수사 뒤에 감춰진 권력의 독주, 정책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좌우되는 의사결정,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의 피로감을 낳는다.
■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역동적이고, 제도적 기반도 강하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듯, 민주주의의 위기는 제도가 아니라 '행위'에서 시작된다.
“선출된 권력자가 규범을 무시하고 제도를 장악할 때,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는다.”
우리의 언론이 권력 감시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는가?
사법부는 정권과 무관한 독립적 판단을 유지하고 있는가?
시민의 감정은 피로와 냉소 속에 정치로부터 멀어지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정직하게 답할 때,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볼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 제도는 스스로 작동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제도의 붕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다루는 행위의 무너짐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살아야 민주주의는 지속 가능한가?
답은 거창한 혁명이나 거부가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작은 태도’와 ‘지속적인 책임감’**에 있다.
■ 시민의 역할: 감시자 vs 추종자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은 단순한 투표자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정치 지도자를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감시자인가, 아니면 진영 논리에 따라 맹목적으로 따르는 추종자인가?
• “우리 편이면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는 사고는 민주주의의 가장 위험한 오류다.
• 권력은 항상 감시받아야 하며, 감시는 편향 없이 위아래를 가로질러야 한다.
• 시민의 비판이 지도자의 도덕성을 유지시키는 유일한 동력이다.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건, ‘내가 지지하는 권력’도 감시하겠다는 윤리적 선언이다.”
■ 건강한 정당 정치와 견제의 문화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를 통해 작동하며, 이는 단지 ‘선거를 위한 기계’가 아니다.
정당은 시민의 가치와 이해를 제도 정치로 번역하는 통로여야 하며, 동시에 서로를 견제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 지금의 정당은 서로를 ‘타도 대상’으로 간주하며, 협치는 ‘배신’으로 해석된다.
• 그러나 건강한 민주주의는 정당 간 경쟁뿐 아니라 견제와 균형의 합의 문화 속에서 자란다.
• 이를 위해선 시민이 정치인을 이념이 아닌 규범과 책임의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식
우리는 종종 민주주의를 국가적 문제, 선거의 영역으로만 한정한다.
그러나 진짜 민주주의는 일상의 대화, 직장의 문화, 커뮤니티의 결정 방식 속에서 구현된다.
• 서로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는 태도
• 소수 의견을 보장하려는 노력
• 권력을 위임받은 자에게 묻고, 요구하고, 기록하는 습관
• 사회적 약자를 ‘불편한 존재’가 아닌 공적 대화의 중심으로 두는 시선
이러한 일상의 민주주의가 없을 때, 국가적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 민주주의는 선물이 아니라 과제다
레비츠키와 지블랫은 말한다.
“민주주의는 자동항법장치가 아니다. 늘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늘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시민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과제다.
가장 위태로운 순간은, 그것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이 굳어질 때다.
■ 마무리하며: 침묵은 부식의 동반자
민주주의는 말이 많아야 한다.
말이 막힐 때, 정치적 침묵이 강요될 때, 권력에 관한 질문이 사라질 때, 그 사회는 조용히 무너진다.
우리는 질문하고, 지적하고, 경계하고, 무엇보다도 기억해야 한다.
기억은 권위주의에 맞서는 가장 오래된 시민의 무기다.
나가며: ‘죽지 않게’ 하기 위해
- 민주주의는 결코 저절로 살아있지 않다
민주주의는 단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쿠데타도, 전복도 없이, 점진적이고 은밀하게 규범이 붕괴되고, 관용이 사라지고, 제도가 오용되면서 죽어간다.
이 책은 반복해서 경고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투표함이 아닌, 부식으로 죽는다.”
그리고 그 부식은 우리 모두의 무관심과 정당화에서 비롯된다.
■ 핵심 메시지 요약: 우리가 지켜야 할 것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정치 이론서이자, 현실 정치에 대한 경고음이다.
1. 현대의 위협은 ‘정상적’인 옷을 입고 다가온다
선출된 권력이 법과 제도를 통해 민주주의를 내부에서 해체한다.
2. 민주주의는 제도보다 규범이 중요하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비공식의 규범이 무너지면, 법은 껍데기에 불과해진다.
3. 시민의 행동이 민주주의를 결정한다
감시자의 태도, 진영을 넘는 비판, 일상의 민주적 실천이 핵심이다.
■ 왜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2018년에 출간되었지만, 2025년 오늘의 정치 현실을 그대로 겨냥하고 있다.
• 정치적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 SNS는 혐오와 왜곡의 온상이 되었으며
• 선거는 정권 연장의 수단일 뿐, 정책 경쟁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사례를 통해 민주주의 붕괴의 과정을 탐구하며, 전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 징후도 함께 다룬다.
한국도, 그 어느 나라보다 이 책의 거울 앞에 서 있다.
지금 이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오늘의 현실을 이해하고 내일의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육과 제도적 장치
민주주의는 선천적이지 않다. 배우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 학교 교육은 ‘투표하는 시민’이 아니라, 질문하고 토론하며 감시하는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 가정과 지역 사회는 복종과 효율 대신, 타협과 다양성을 가르치는 공간이어야 한다.
• 국가는 ‘선거 제도’뿐 아니라, 독립적인 언론, 공정한 사법부, 투명한 행정이라는 구조적 버팀목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단지 지금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약속이다.”
■ 끝맺는 말: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우리는 거대한 법을 만들 수는 없을지 몰라도,
매일의 대화에서, 뉴스에 반응하는 태도에서,
그리고 무엇을 침묵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용기에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지금,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지켜낼 기회 또한 존재한다.
“우리가 침묵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인상 깊은 문장 모음〉
“민주주의는 투표함에서 죽지 않는다. 점진적 부식 속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 민주주의가 쿠데타나 전쟁이 아니라 일상의 무관심과 규범의 침식으로 붕괴됨을 상기시킨다.
“민주주의의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제도의 형식은 유지되면서 실질이 사라지는 것이다.”
→ 제도주의적 환상에 빠진 현대인의 착각을 비판하며, 실질적 권력 균형과 자제의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
“선출된 독재자는 민주주의의 문을 통해 들어와, 그 문을 안에서 잠근다.”
→ 자유 선거로 당선된 지도자가 오히려 민주주의의 내부 파괴자가 될 수 있음을 경고.
“정치는 적을 제거하는 전쟁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기 위한 싸움이다.”
→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민주주의의 핵심 규범으로 정의하며, ‘정치=적대’라는 오해를 비판.
“규범은 법보다 먼저 무너진다. 그리고 규범이 무너지면 법도 곧 무력해진다.”
→ 비공식 규범의 무게와 그 붕괴가 체제에 끼치는 영향을 절묘하게 표현.
“권력을 잡은 자가 규칙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을 때, 제도는 종이 위에 불과하다.”
→ 권위주의적 리더에 대한 도덕적 감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문장.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붕괴에 관한 추가 읽기 자료〉
《꺼져가는 민주주의, 유혹하는 권위주의》 (Twilight of Democracy)
• 저자: 앤 애플바움 (Anne Applebaum)
• 핵심 주제
보수 진영 내부의 변질과 엘리트의 권위주의적 전환
현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변화와 민주주의 위기
정치적 관용의 붕괴와 권위주의적 경향의 상승
《위험한 민주주의: 새로운 위기, 무엇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The People vs. Democracy)
• 저자: 야스차 뭉크 (Yascha Mounk)
• 핵심 주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분리 현상
"민주적 비자유주의"의 현실 분석
민주주의가 어떻게 점진적으로 무너지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부상
《파시즘: 경고》 (Fascism: A Warning)
• 저자: 매들린 올브라이트 (Madeleine Albright)
• 핵심 주제
20세기 파시즘의 역사적 사례를 분석하여, 현대 사회에서 유사한 파시즘적 경향에 경고
전 美 국무장관의 통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파시즘의 부상과 그에 대한 대응책 제시
《폭정: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 (On Tyranny: Twenty Lessons from the Twentieth Century)
•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 (Timothy Snyder)
• 핵심 주제
20세기의 전체주의 역사(나치즘, 스탈리니즘 등)를 바탕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과정을 분석
권위주의의 재등장에 맞서기 위한 시민 개인의 실천과 행동 지침 제시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20가지 교훈을 통해, 현재의 정치적 위기와 싸우는 방법을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