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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여신을 마주하다: 사모트라케의 니케

by 콩코드 Mar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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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의 계단을 오르며 마주하는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단순한 조각이 아니다. 그것은 공간을 지배하는 압도적 존재감, 바람을 가르며 전진하는 순간의 생동감, 그리고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의 흔적을 모두 품고 있다. 파리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순간,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하나의 체험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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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초월한 역동성


작품이 놓인 루브르 박물관 다리우스 갤러리의 계단은 절묘한 연출을 만든다. 낮은 계단을 오를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니케의 형상은 마치 신전에서 내려오는 신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위엄이 넘치는 실루엣이 보이고, 가까이 다가설수록 강렬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2미터가 넘는 대리석 조각상은 날개를 활짝 펼친 승리의 여신, 니케를 형상화하고 있다. 신체의 일부와 머리는 유실되었지만, 사라진 것들이 오히려 상상의 여지를 더한다. 부드럽게 휘날리는 옷자락은 거센 바람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 옷자락 주름 하나하나에는 마치 바람이 스며든 듯하고, 옷 아래로 드러나는 신체의 윤곽에서는 강인함과 우아함이 공존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마치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는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승리의 순간을 영원히 포착한 시간의 정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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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트라케의 바람과 헬레니즘의 정수


이 작품은 기원전 190년경, 헬레니즘 시대의 조각 예술이 정점을 찍을 무렵 제작되었다. 승리를 상징하는 니케를 묘사한 작품은 많지만,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감각적인 역동성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니케는 원래 사모트라케 섬의 해전 기념비로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거친 바다를 배경으로 전진하는 여신의 모습은 해상 전투에서의 승리를 찬양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실제로 조각상의 받침대는 배의 선수(船首) 모양을 하고 있어, 마치 배의 앞머리에 서서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옷자락과 퍼덕이는 날개, 균형을 유지한 역동적인 자세는 당시 헬레니즘 미술이 추구하던 극적 표현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시대의 예술은 단순한 이상적인 형태를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움직임과 감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조각상은 마치 실제로 살아 숨 쉬는 듯 보이며, 보는 이의 감정을 끌어낸다.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유다.



여행자의 시선: 역사와 예술을 넘어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마주한 순간, 그 감동은 단순한 미적 감상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승리의 순간을 공유하는 경험이었다. 박물관의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서도, 이 조각상은 마치 바람을 타고 온 듯한 생생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승리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비롯된다. 파리 여행의 마지막 날, 루브르의 이 작품 앞에서 느낀 감동은 단순한 예술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나아가는 인간 정신의 찬란한 순간이었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여전히 우리를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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